트럼트의 이란 공격 카드 성공할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사실상 최후의 카드를 썼다. 이란 본토 공격은 미국이 중동지역에서 쓸 수 있는 선택지 가운데 가장 나쁜 시나리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란에서 가슴 아픈 기억이 있는 미국으로서는 실행불가능한 옵션으로 여기는 게 이란 본토 공격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걸 실행에 옮겼다. 뉴욕타임스, 영국 BBC 같은 주요 언론들도 한결같이 ‘큰 도박’이라고 표현한다.
미군은 ‘한밤의 망치(Midnight Hammer)’라는 작전명으로 이란의 핵시설 3곳을 전격적으로 폭격했다. 그것도 스텔스 B-2 폭격기를 동원해 세계 최고의 벙커버스터(GBU-57)를 사상 처음 실전에 사용하는 기록을 남기면서다.
트럼프가 이란 핵시설 공습을 감행한 데에는 이란과의 직접 협상이 이뤄질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란은 최근 핵 포기를 거부하며 이스라엘의 공격이 지속되는 한 협상하지 않겠다는 자세를 고수해왔다. 이란은 순도 60%의 농축 우라늄을 408㎏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3주 안에 핵무기 9개를 제조할 수 있는 분량이라고 한다. 그래서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막을 방법은 군사개입밖에 없다고 본 것이다.
이제 확전 여부는 이란의 보복 수준에 달려 있다. 공습으로 이란 핵 문제에 대한 평화적인 수습은 당분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이란으로선 어떤 식으로든 보복에 나서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란은 당장 이스라엘에 대한 추가 공격으로 답했다. 이란은 중동지역에 있는 모든 미국 민간인도 적으로 간주한다고 선언했다. 미군기지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중동지역에는 4만명 이상의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상태다.
미국은 핵시설만 폭격해 ‘치고 빠지려는’ 전략으로 나오지만 그럴 여건이 조성될지는 미지수다. 전문가들은 공군력만으로 핵 프로그램을 완전히 근절시킨 전례는 없었다고 주장한다. 트럼프는 확전에는 선을 그었다. 트럼프는 ‘현재로선’이라는 단서를 달아 추가 공습 계획이 없고 이란에 정권 교체 계획도 없다는 뜻을 전달했다. 트럼프는 “이란이 평화를 선택하지 않으면 더 큰 공격에 직면할 것”이라며 추가적인 군사옵션도 열어뒀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이란과 전면전을 벌이면 이라크전보다 더 큰 대가를 치르게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란 영토는 이라크의 네 배가량이며, 인구도 두 배에 이른다.
지상군 없이 순수하게 공중전만으로 마무리한 전쟁은 역사적으로 드물다. 트럼프는 지상군 파병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하지만 사태가 확전 국면으로 흐르면 트럼프로선 발을 빼기도, 개입을 지속하기도 어려운 딜레마에 빠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미국은 발생할지 모르는 이란의 테러, 인질납치, 사이버공격 같은 악몽 사태를 방지해야 하는 숙제도 남았다.
이란의 직접 공격보다는 이란이 후원하는 무장세력들의 공격이 훨씬 위협적이다. 이라크 내 이란 지원 시아파 민병대 카타이브 헤즈볼라는 미국이 이스라엘-이란 전쟁에 개입하면 중동전역의 미군기지들이 보복 공격의 표적이 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예멘의 후티 반군도 난제다. 후티 반군은 이스라엘의 대이란 공격 이후 참전을 선언해 놓은 상태다.
이란이 내밀 수 있는 강력한 카드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다. 이란 의회는 이미 자국 핵시설에 대한 미국의 폭격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의결했다. 물론 최종 결정권은 최고국가안보회의에 있다고 밝혔다. 세계 석유 물동량의 1/6, 가스의 1/3이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 세계경제를 공황상태로 빠뜨릴 수 있다.
이란은 그동안 여러 차례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위협해 왔지만 아직 실제 단행한 적이 없다. 해협 봉쇄는 이란으로서도 크나큰 부담이어서 마지막 카드로 남겨두곤 했다. 실제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된다면 한국경제에는 극심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한국 전체 수입 원유의 70%가량이 이 지역을 통과한다.
벙커버스터 폭탄으로 전격 공습한 이란의 핵시설에 어느 정도의 피해를 줬는지도 관심거리다. 공습 직후 미국은 이란의 우라늄 농축 시설을 완전히 제거했다고 주장했다. 이란은 핵시설 지상부만 손상됐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이란이 확보한 농축 핵물질 가운데 상당량을 이스라엘의 공격을 받기 전에 ‘보안 장소’로 이미 옮겨둔 상태였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란 핵시설이 대부분 파괴됐다고 해도 이란 핵 문제가 해결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관측도 만만찮다. 핵 관련 기술과 연구자가 남아 있는 이상 이란 핵 문제는 언제든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란이 저항을 선택하면 북한처럼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도 가능한 시나리오 가운데 하나다. 트럼프의 이란 공격이 이란 핵 문제와 이스라엘-이란 갈등에 마침표를 찍을 것으로 판단하기엔 아직 이르다.
이 글은 내일신문에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