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톺아보기-칼럼

윤석열의 아킬레스건, 공감능력 부족

김학순 2024. 11. 16. 12:00

 권력과 공감의 관계는 얄궂다. 공감능력은 권력을 만든다. 공감능력이 떨어지면 권력이 위기를 맞는다. 지도자가 되고 권력을 얻으면 공감능력이 떨어지게 된다고 뇌과학자와 심리학자들이 한목소리로 얘기한다. 권력을 쥐면 뇌가 바뀌기 때문이다. 회사의 팀장 같은 작은 권력에도 취하면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기 어려워진다.


 사람은 대개 사회적으로 성공하려고 ‘거울뉴런(mirror neuron)’을 효과적으로 활용해 다른 사람과 같은 감정을 느끼는 능력을 키운다. 거울뉴런은 모방과 공감을 가능하게 하는 뇌세포다. 다른 사람의 특정한 행동을 보거나 말을 듣는 것만으로도 자신이 직접 행동하거나 겪는 것과 같은 느낌이 들도록 한다.


 임기 반환점(10일)을 지난 윤석열 대통령이 최악의 위기에서 허우적거리는 것은 다른 사람보다 공감능력이 현저히 부족한 탓이다. 윤 대통령이 지난주 2시간 20분 동안 이어간 대국민담화와 기자회견에서는 공감능력 부재의 실상을 가감없이 보여줬다. 집권당 안에서도 ‘대통령의 공감능력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는 평가까지 나왔다.


 아내의 위법성에 대한 인정은커녕 도덕적 해이에 대한 구체적인 유감 표명조차 없었다. 자신과 배우자는 잘못한 게 하나도 없다는 태도다. 뻔히 드러난 사실마저 부인하는 해명을 믿으리라 보는 건가. (김건희) 특검을 반헌법적 발상이라고 한 윤 대통령의 말은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특검에 참여해 정치적 입지를 세운 사람의 이율배반적 발언이다. 현직 대통령이 특검제도 부정한 것은 법치부정이나 다름없다. 국민감정 헤아림이 미흡한 정도를 넘어 변명과 문제 증폭을 초래했다는 반응이 다수다.                                                                                          

                                                                                         

   회견 내용 못지않게 대통령의 화법과 태도에서 공감능력 부재가 여실히 나타났다. 대통령이 어떻게 국민 앞에서 ‘미쳤냐?’ ‘부부싸움을 하겠다’ 같은 품격 낮은 말을 할 수 있나. 여당의 젊은 정치인인 김용태 의원은 대통령이 기자회견 도중 반말을 한 것은 대통령의 권위에 맞지 않는 표현이라고 지적했다. 사회를 본 대변인에게 반말하는 내용이 전국민에 고스란히 생중계돼 시청자들이 외려 걱정스러운 눈치였다.


 윤 대통령의 반말투는 오래전부터 지도자의 품성을 평가하는 잣대 가운데 하나로 꼽혀왔다. 아랫사람이나 일반 국민에게 반말하는 게 그리 대수냐고 여길 수 있겠지만 전혀 사소하지 않다.


 윤 대통령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공개된 자리에서 반말을 습관처럼 한다는 사실이다. 검찰총장 시절 국회 국정감사 때와 대선 후보 시절에도 반말투가 구설에 올랐다. 대통령으로서 참사 현장이나 민생점검 방문 때 관계자들에게 반말로 하다가 간간이 경어체를 섞는 특유의 화법은 상대를 존중하지 않고 공감능력이 부족하다는 증거다. 이런 화법은 권위주의적 성격, 엘리트 의식, 격노의 공격성, 관료주의 성향 같은 것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공감능력 결여에 영향을 미친다고 심리학자들은 분석한다.


 권력에 취해 있는 사람은 다른 이의 말을 잘 듣지 않는다. 다른 사람에 대한 공감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권력자는 자기과신 속에서 고정관념이나 직관에만 의존하는 경향이 강하다. 권력을 쥐면 거울뉴런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59분 대통령’이라는 별명이 굳어졌다. ‘1시간 회의하면 59분 동안 혼자 얘기한다’는 상징성이다. 공감의 기초는 남의 말을 잘 듣는 ‘경청’이다. 권력자는 다른 사람들이 자기와 같은 생각을 한다고 착각한다. 타인의 관점을 정확히 인식하는 감각이 없거나 부족하다. 권력자의 자리에 있을 때야말로 공감능력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이 지난 4월 총선 당선 직후 세월호·이태원 참사를 언급하며 이런 취지의 말을 한 적이 있다. 박근혜·윤석열 대통령이 정권의 위기를 맞은 것을 참사 때 공감능력을 보여주지 못한 것에서 찾아볼 수 있다는 날카로운 지적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윤 대통령은 국민 재난 때 특히 공감 부재의 모습을 자주 보여주곤 했다. 집중호우로 사망·실종자가 50명에 이르렀을 때 정부 최고 책임자로서 사과도 없이 이권 카르텔을 운운했다. 수재민을 만난 현장에서 산사태를 가볍게 인식하는 듯한 발언을 예사롭게 했다. 총선을 앞두고 “대파 (한단이) 875원이면 합리적인 가격”이라는 발언은 공감능력 부재의 끝판왕으로 보였다.


 공감능력이 부족하면 소통과 협치력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 이때 쓸 수 있는 무기는 법과 원칙뿐이다. 사회적 약자계층조차 공감과 연대 대신에 법과 원칙을 작동시킨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독한 국회 시정연설에서 윤 대통령은 “정부 출범 이후 지난 2년 반 하루도 마음 편할 날이 없을 정도로 나라 안팎의 어려움이 컸다. 쉴 틈 없이 달려왔다”고 자부했다. 2년 반 동안 마음 편할 날 없었던 것은 국민이다. 계속 이러면 국정운영 능력을 회복하기란 불가능하다. 공감능력은 떨어지더라도 스스로 노력하면 거울뉴런을 활성화할 수 있다고 한다.

                                                                                           이 글은 내일신문 칼럼에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