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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餘滴)

[여적]올림픽 요리 입력 : 2008-07-18 18:00:01ㅣ수정 : 2008-07-18 18:00:02 “중국이 오랫동안 과학기술이 발전하지 못한 것은 요리에 모든 정력을 바쳤기 때문이다.” 중국 대표작가의 한 사람인 왕멍(王蒙)이 지난해 고려대에서 특별 강연을 했을 때 들었던 흥미로운 대목 가운데 하나다. 왕멍의 얘기는 사실 유명한 린위탕(林語堂)의 풍자를 인용한 것이다. 왕멍이 한 독일인에게 이 말을 들려주었더니 이런 해학(諧謔)이 돌아왔다고 한다. “독일은 과학기술이 너무 발전해 요리가 발달하지 않았다.” 실제로 독일은 자신들이 자랑스럽게 내세울 만한 특화 요리가 별로 없다고 해도 섭섭하지 않을 것 같다. 그 때문인지 독일에선 요리에 관한 유머를 찾아보기 어렵다고 한다.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전통 있는 세계.. 더보기
[여적]꾀병환자 입력 : 2008-07-04 17:38:09ㅣ수정 : 2008-07-04 17:38:26 한국 최초의 희곡 작품에 꾀병환자를 등장시킨 것은 흥미롭다. 조중환의 ‘병자삼인’은 세 꾀병환자와 그 아내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소극(笑劇)이다. 당시 오도된 개화여성의 단면을 그리면서도 여성권리를 옹호한 이 작품은 1912년 매일신보에 연재됐다. 선구자적인 시도에도 불구하고 억지웃음을 자아내려는 유형화된 스토리와 과장된 몸짓으로 말미암아 첫 흥행에는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병자삼인’은 올 봄에도 ‘출세하자, 출세해’라는 제목으로 각색돼 대학로 연우무대에 올려질 정도로 연극사적인 의미를 지닌다. 우리나라 첫 희곡 작품의 주인공들이 꾀병환자라는 게 공교롭지만 누구나 어린 시절 한두 번쯤 꾀병 추억을 간직하고.. 더보기
[여적]유리천장 뚫기 입력 : 2008-06-27 17:59:40ㅣ수정 : 2008-06-27 17:59:57 새로운 사회계층으로 불리는 ‘알파걸’의 부상을 알게 모르게 두려워하는 남성들이 늘어나는 한편에서는 여성차별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정부와 대기업 등에서 여성이 고위직이나 임원으로 승진하면 그것만으로 여전히 언론의 조명을 받는 게 이를 입증하기도 한다. 이런 현상은 나라 안팎을 불문한다. 며칠 전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대장 내정자를 발표하자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은 “미국에서 또 다른 ‘유리천장’이 깨졌다”고 촌평했다.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나섰다가 패한 힐러리는 경선 승복 연설에서 “비록 ‘가장 높고 단단한 유리천장’을 깨진 못했지만 거기에 1800만개의 균열(1800만표)을 남겼다.. 더보기
[여적]반성의 힘 입력 : 2008-06-20 17:52:43ㅣ수정 : 2008-06-20 18:11:47 역경에 처하는 사람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모두 환멸부터 느낀다고 심리학자들은 진단한다. 환멸의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르면 반성의 시간으로 접어든다. 환멸을 느끼는 시간과 반성의 시간은 대부분 겹쳐 명확하게 구분하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모든 사람이 반성을 하는 것은 아니다. 설사 반성을 하더라도 논리적인 반성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는 게 ‘용기의 힘’의 저자 찰스 스토너의 연구결과다. 스토너는 성공하기 위해서는 ‘역경의 사이클’을 통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목표→역경→통찰력, 노출→적응→성숙→자신감·용기의 과정이 그것이다. 반성은 조류의 알에 비유되기도 한다. ‘스스로 알을 깨고 나오면 생명이 되지만 남이 깨주면.. 더보기
[여적]라폰테인 효과 입력 : 2008-06-13 17:50:58ㅣ수정 : 2008-06-13 17:54:05 돈 라폰테인은 할리우드에서 ‘영화 예고편의 황제’ ‘천둥 목청’ ‘신의 목소리’로 통한다. 일흔을 바라보는 나이임에도 할리우드에서 만드는 상당수의 영화 예고편과 광고 내레이션을 도맡아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어서다. 그는 요즘도 하루 평균 10~17건의 녹음 스케줄을 거뜬히 소화해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1년이면 무려 3000여건에 이른다. 한창 때는 하루 25건도 녹음해 냈다고 한다. 단 한번의 리허설도 없이 즉석에서 10~15분이면 한 건을 뚝딱 끝내 버린다니 그럴 만도 하다. 초고속 인터넷 덕분에 자택의 개인 스튜디오를 이용해 뉴욕에서 의뢰한 일거리를 전송으로 마무리하기도 한다. 그가 처음 이 길로 들어선 것은 1.. 더보기
[여적]내조 입력 : 2008-06-06 18:22:17ㅣ수정 : 2008-06-06 18:22:22 춘추전국시대 제나라의 안영은 덕망이 높고 재능이 뛰어나 재상까지 지낸 인물이다. 어느 날 안영이 마부가 끄는 마차를 타고 외출하게 됐다. 마부의 아내가 문틈으로 내다보다 남편이 우쭐거리며 마차를 끌고가는 모습을 발견했다. 현숙한 마부의 아내가 보기에 마부인 주제에 우쭐대는 남편이 한심했다. 그날 저녁 남편이 돌아오자 아내는 낮에 느낀 심정을 털어 놓았다. “안영은 키가 오척이 못되어도 제나라의 재상인데, 당신은 팔척장신으로 마부 노릇이나 하는 주제에 부끄럽지도 않은 모양이지요.” 아내의 말을 깊이 새겨들은 마부는 그 뒤부터 겸손하고 침착해졌다. 마부의 태도가 달라지자 안영이 이상해 물었다. 안영은 마부가 아내의 말을.. 더보기
[여적]‘시간이 해결책’ 입력 : 2008-05-30 18:09:49ㅣ수정 : 2008-05-30 18:09:53 한국외국어대 용인캠퍼스에는 ‘망각의 숲’이란 게 있다. 이곳엔 두 가지 전설이 내려온다고 한다. ‘망각의 숲’ 끝에 있는 고시원과 관련된 것이 하나다. 공력을 잔뜩 들여 공부를 마친 뒤 이 숲길을 따라 내려오다 보면 그동안 기억한 것을 모두 잊어버리고 만다는 얘기다. 마치 죽은 이들이 저승으로 가기 전에 반드시 건너야 한다는 망각의 강 ‘레테’에 비유된다. 다른 하나는 망각의 숲길을 함께 걷는 연인은 반드시 헤어지게 된다는 속설이다. 단기 기억과 장기 기억을 처음 구분한 독일 심리학자 헤르만 에빙하우스는 뇌 용량이 평생 벌어지는 모든 일을 기억에 담아둘 정도로 크다고 생각했다. 실제 1970년대의 한 실험에서는 기억.. 더보기
[여적]침묵의 카르텔 입력 : 2008-05-23 18:11:37ㅣ수정 : 2008-05-23 18:11:42 어떤 사나이가 남자로 위장하고 군에 입대한 여동생 자랑을 늘어놓았다. 한참 얘기를 듣고 있던 친구가 물었다. “그렇지만 사내 녀석들과 함께 옷을 갈아입기도 하고 샤워를 하기도 해야 할 것 아닌가, 안 그래?” 대화가 이어졌다. “물론이지.” “그런데 여자라는 걸 눈치 채지 못한단 말이야?” “눈치는 채지만 그걸 입밖에 내려드는 녀석이 어디 있겠냐고?” ‘침묵의 카르텔’을 은유하는 외국의 우스개 한 토막이다. ‘침묵의 카르텔’은 특정 사회집단이나 이익단체에 불리한 문제가 생겼을 경우 같은 구성원들이 입을 다물거나 서로 비판하지 않는 일종의 담합현상이다. 보고도 못 본 척, 알고도 모르는 척함으로써 문제 자체를 덮어버려.. 더보기
[여적]법칙 속의 이명박 입력 : 2008-05-16 17:40:58ㅣ수정 : 2008-05-16 17:41:02 이명박 대통령에게 대선 과정에서는 ‘샐리의 법칙’이 작용하는 모습이었던 반면 당선된 뒤에는 ‘머피의 법칙’이 적용되는 듯하다고 누군가가 관찰했다. 한나라당 경선 때와 후보 시절에는 이 대통령에게 악재가 발생할 때마다 다른 큰 사건이 덮어주는 행운이 뒤따라 샐리의 법칙이 통하는 것 같았다. 반대로 이 대통령이 당선되고 나서 인수위원회가 가동된 뒤부터는 하는 일마다 꼬여가는 형국이어서 머피의 법칙으로 바뀐 듯하다. 금방 기억해 낼 수 있는 것만 하더라도 영어몰입교육 논란, 청와대·내각 인사 파동, 대운하 논란, 혁신도시 논란, 박근혜 전 대표와의 갈등, 석유·곡물가격 폭등, 저성장 고물가, 쇠고기 파동에 이르기까지 끝 .. 더보기
[여적]사바의 연꽃 입력 : 2008-05-09 18:22:39ㅣ수정 : 2008-05-09 18:22:44 석가모니는 깨달음을 얻은 뒤 아버지에게 이런 말씀을 드린다. “저는 이전에 아버지 곁을 떠난 그가 아닙니다. 그는 오래 전에 죽었습니다. 물론 저는 같은 몸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전에 그가 진흙이라면 지금의 저는 연꽃입니다. 그러니 그 연꽃에 대고 화풀이를 하지 마십시오. 아버지는 지금 진흙 때문에 화를 내고 있습니다. 그러니 저로 하여금 아버지의 눈물을 닦게 해주십시오.” 부처의 상징인 연꽃은 열 가지 특성을 지녔다고 한다. 첫째, 연꽃은 진흙탕에서 자라지만 진흙에 물들지 않는다(離諸染汚). 처염상정(處染常淨)이라는 말과 통한다. 둘째, 연꽃잎 위에는 한 방울의 오물도 머무르지 않는다(不與惡俱). 셋째, 연꽃..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