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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餘滴)

[여적]칭찬과 꾸중 입력 : 2008-09-26 17:57:19ㅣ수정 : 2008-09-26 17:57:35 어른이나 아이에게 적절한 칭찬과 꾸중이 필요하다는 것쯤은 누구나 안다. 하지만 막상 실전에 들어가면 쉽지 않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니까 시도 때도 없이 칭찬해야 한다고 여기는 사람도 적지 않다. 특히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이 흔히 부딪치는 실수는 여기에서 말미암는다. 칭찬도 기술이 없으면 되레 부작용을 낳는다. 칭찬과 꾸중은 7대 1의 비율이 적당하다는 전문가도 있다. 아동심리상담전문가인 상진아씨는 아이가 부모로부터 사랑과 신뢰를 받는다는 확신을 갖는데 이 비율이 가장 좋다고 주장한다. 문제 학생들에 대해서는 칭찬과 꾸중을 5대 1의 비율로 하라고 권장하기도 한다. 영국 교육부가 지난해 각급 학교에 내린 지침이.. 더보기
[여적]‘금값이 금값’ 입력 : 2008-09-19 17:42:44ㅣ수정 : 2008-09-19 17:42:44 금처럼 오랜 기간 그토록 많은 숭배를 받은 금속도 없다. 메소포타미아인들은 기원전 3000년쯤 이미 뛰어난 금제투구 같은 장신구를 만들어 쓸 정도였다. 금은 권력, 부, 영광, 아름다움에 대한 상징이자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금은 화폐의 기준으로서 강력한 역할을 해오고 있지만, 탐욕의 상징이었으며 허영의 도구였다. 황금은 인간 욕망의 역사이자 인간이 발명한 경제의 역사이기도 하다. 만약 금이 소금처럼 풍족했더라면 특유의 물리적 속성과 아름다움에도 불구하고 훨씬 덜 소중할 게 분명하다. 금은 지금까지 모든 대륙에서 발견됐고 이런저런 형태로 지구 곳곳에 매장돼 있음에도 쉬이 채굴되는 곳은 단 한군데도 없다. 금을 발견해서.. 더보기
[여적]보름달의 정취 입력 : 2008-09-12 16:58:50ㅣ수정 : 2008-09-12 16:59:06 소설가 김동리만큼 보름달을 정감 있고 격조 높게 예찬하는 이도 드물 듯하다. 그는 수필 ‘보름달’에서 그믐달이나 초승달보다 보름달이 좋은 까닭을 조곤조곤 묘사한다. ‘새벽달보다는 초승달이 나에게는 한결 친할 수 있다.(중략) 그러나 그렇단들 초승달로 보름달을 겨룰 수 있으랴. 마침 어우러져 피어 있는 개나리, 복숭아, 벚꽃들이 아니라면, 그 연한 빛깔과 맑은 향기가 아니라면, 그 보드라운 숨결 같은 미풍이 아니라면, 초승달 혼자서야 무슨 그리 위력을 나타낼 수 있으랴.(중략) 보름달은 이와 달라 벚꽃, 살구꽃이 어우러진 봄밤이나, 녹음과 물로 덮인 여름밤이나, 만산에 수를 놓은 가을밤이나, 천지가 눈에 쌓인 겨울밤이.. 더보기
[여적]라틴 아메리카 거장전 입력 : 2008-09-05 18:00:54ㅣ수정 : 2008-09-05 18:00:55 라틴 아메리카 예술사에서 아틀 박사(1875~1964)와 벽화를 빼놓고선 얘기하기 어렵다. 아틀 박사는 화가이지만 혁명가로서 열정은 더욱 뜨거웠다. 코즈모폴리턴적인 인물인 그는 때에 따라 다른 얼굴로 등장한다. 작가에다 화산학자로 이름을 드날렸고, 식도락가적인 요리사, 미술재료 발명가이기도 하다. 정치지도자로 평가받는가 하면 일간지 편집자로 일한 언론인이었으며, 쉴 줄 모르고 걷는 사람으로도 유명했다. 그는 멕시코 민족주의 예술운동인 ‘메히카니스모’와 벽화운동의 선구자로 첫 손가락에 꼽힌다. 그가 화산을 주로 그리면서 벽화운동의 이론적 틀을 세운 공적은 지대하다. 그가 그린 화산 그림에선 태곳적 자연과 인간의 상상력.. 더보기
[여적]카스트로의 야구사랑 입력 : 2008-08-29 17:51:50ㅣ수정 : 2008-08-29 17:51:55 피델 카스트로 전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의 야구 사랑은 세계 국가원수급들 가운데 단연 금메달 감이다. 그런 만큼 그가 뿌리는 숱한 야구 일화도 금메달 수준이다. 카스트로는 야구 시즌이 되면 중요한 각료회의 같은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경기장으로 달려가기 일쑤였다고 한다. 특히 중남미 각국을 순회하며 열리는 리그전이 있는 날이면 운동장에 직접 나가 선수들과 장난을 친다든가, 혁명동지 카밀로 시엔푸에고스에게 공을 던지며 관중들에게 경기 전 볼거리를 제공하는 것을 즐겼다. 카스트로는 홈 플레이트 바로 뒤에 앉아서 경기를 관람하거나 각료들을 몽땅 데리고 나와 관중들과 함께 외야석에 자리 잡기도 했다. 전기 작가 로버트 쿼크의 .. 더보기
[여적]소방관 입력 : 2008-08-22 17:59:04ㅣ수정 : 2008-08-22 17:59:20 “사람들은 이렇게 묻곤 하지. 소방관들은 어떻게 불타는 건물로 뛰어들 수 있느냐고. 모든 사람들이 도망쳐 나오는 곳으로 말이야. 잭, 자넨 다른 사람의 생명을 구하면서 몸소 그 질문에 대답했어. 자네의 용기가 바로 정답이야. 오늘 우린 자네만큼 용감해질 거야. 그런 의미에서, 자넬 추모하지 않고 축하하겠네. 전 여기 모인 모두가 일어서서 축하해 주셨으면 합니다. 잭 모리슨의 삶을 말입니다.” 영화 ‘래더 49’에서 소중한 생명들을 구해내고 자신은 불길 속으로 사라져버린 소방관 잭 모리슨(호아킨 피닉스)의 영결식에서 마이크 케네디 소방서장(존 트래볼타)이 남긴 추모사다. 소방관의 사회적 책임과 희생정신을 함축한 명대사.. 더보기
[여적]무너진 불패 신화 입력 : 2008-08-15 17:57:28ㅣ수정 : 2008-08-15 17:57:38 ‘영원한 것은 없다.’ ‘월가의 신화’로 불리다 한 달여 전 세상을 떠난 억만장자 존 템플턴경이 남긴 성공 투자를 위한 십계명 가운데 하나다. 종교계의 노벨상으로 일컫는 템플턴상을 제정한 그가 존경받는 이유도 그런 정신이 바탕에 깔려 있다. ‘결승선은 없다.’ 세계 스포츠계의 거물 ‘나이키’의 회사 표어다. 그리스 신화 ‘승리의 여신’ 니케를 따 작명한 이 회사의 표어는 ‘영원한 승자는 없고 새로운 승부만 존재한다’는 것을 표상한다. 승패는 언제나 교차되는 법이다. 병법의 달인 손자는 이를 ‘전승불복’(戰勝不復)이라는 사자성어로 표현한다. 전쟁에서 한 번 거둔 승리는 반복되는 게 아니라는 경구다. 손자병법은 승리가 .. 더보기
[여적]이어도의 비극 입력 : 2008-08-08 18:00:41ㅣ수정 : 2008-08-08 18:00:44 시인 유안진에게 이상향 ‘이어도’(離於島)는 다의어(多義語)다. ‘두 눈 부릅뜬 돌하르방이/절대로 없다 해도 반드시 있는/사강의 고독과, 까뮈의 실존이, /바람의 목소리와 파도의 흰 비늘로 기다리고 있는 섬 이어도(以語島)는, /지도 없어서 없다고 할 뿐인, 그림으로써 더욱 현실적인 섬인, /그림으로써 더욱 목마른 섬인/고독한 실존으로 증명되는/고독한 언어가 귀뜸해주는/이어도(耳語島)를 찾아서 이어도(以語島)로 가자고/비린 내음 짠 바람이 머리채를 나꿔챈다.’ 시인 고은에게 이어도는 제주 어부의 핏속에 사무친 섬이다. ‘아무도 이어도에 간 일이 없다/그러나 누구인가 갔다 한다/가서는 영영 돌아오지 않았다 한다….’ .. 더보기
[여적]메갈로폴리스 입력 : 2008-08-01 18:01:06ㅣ수정 : 2008-08-01 18:01:12 문화주의 도시론을 설파하는 루이스 멈포드는 도시가 에오폴리스에서 폴리스, 폴리스에서 메트로폴리스, 메트로폴리스에서 메갈로폴리스로 진화하다 메갈로폴리스에서 네크로폴리스로 전락한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20세기가 낳은 걸출한 건축비평가인 멈포드가 경고한 마지막 단계 네크로폴리스는 납량물마냥 간담을 서늘케 한다. 네크로폴리스(necropolis)는 공룡화된 메갈로폴리스가 견디다 못해 해체돼 가는 ‘죽음의 도시’다. 네크로폴리스는 ‘죽은 자의 도시’를 뜻하는 그리스어 ‘nekropolis’에서 따왔다. 멈포드가 네크로폴리스의 바로 전 단계로 본 초거대도시 메갈로폴리스는 1961년 프랑스 지리학자 장 고트망이 현대도시 개념으로.. 더보기
[여적]‘키파’ 쓴 오바마 입력 : 2008-07-25 17:59:45ㅣ수정 : 2008-07-25 17:59:47 고대 로마시대엔 머리를 가리는 것이 노예의 상징이었다. 머리를 가리지 않고 다닐 수 있는 자유인과 구별하기 위해서였다. 유대인들은 ‘하나님의 종’임을 드러내기 위해 스스로 특유의 모자를 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신전 같은 성소에서 ‘하나님의 이름’을 일컬어야 하는 예배 때만 썼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다가 오늘날처럼 평소에도 하늘에 머리를 보이지 않는 관습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예루살렘의 ‘통곡의 벽’이나 야드 바셈 홀로코스트 추모관 같은 성소를 방문하는 남자들은 유대 전통모자 ‘키파’를 반드시 써야 한다. 이스라엘을 방문하는 모든 국빈이 필수적으로 방문하는 야드 바셈 기념관에서는 예외가 있을 수 없다. 여행객도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