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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餘滴)

[여적]미국 실업자 500만 시대 입력 : 2009-02-27 17:55:09ㅣ수정 : 2009-02-27 17:55:12 사람은 일하기 위해서 창조되었다는 토머스 칼라일의 말처럼 노동은 생명이나 다름없다. 칼라일의 또 다른 명언은 공동체의 건강에도 일이 필수임을 입증한다. “노동은 인류를 괴롭히는 온갖 질병과 비참함에 대한 최고의 치료법이다.” 요즘 인터넷에서 나도는 블랙 유머 ‘청년 백수의 자기소개서’는 차라리 눈물이다. “독도 중계소 개설시 송신탑 들고 있겠음, 부식 수송 잘 안돼도 상관없음(KT), 갱도 붕괴시 구조 절대 사양, 보험금 회사 반납(지하철공사), 장시간 수중 작업시에도 산소통 필요 없음, 라이터로 용접 가능(대우조선), 충돌 실험시 본인 직접 탑승 후 보고서 제출(현대·기아차), 타이어 공기 입으로 주입 가능, 불량.. 더보기
[여적]우주 교통사고 입력 : 2009-02-13 18:01:10ㅣ수정 : 2009-02-13 18:01:13 지구가 속한 은하계에는 2000억개 정도의 별이 있으며 우주에는 이와 비슷한 은하계가 1000억개나 된다고 한다. 우주의 중력으로 말미암아 수십개 단위의 은하군과 수천개 단위의 은하단이 형성되고 은하끼리 충돌하는 사건도 빈번하다. 지구상의 교통사고처럼 은하끼리의 충돌 사고는 무서운 결과를 낳는다. 엄청난 중력이 접근 중인 양쪽 은하의 가장자리에 있는 별들을 떼어 내어 우주 공간으로 날려 버린다. 두 은하가 모두 나선형이라면 부딪칠 때의 강력한 힘으로 가스 원반은 우주 공간으로 모두 날아가 버린다. 우주의 가장 큰 교통사고가 은하 충돌이다. 은하의 밀도가 높을수록 ‘우주의 교통사고’는 더욱 잦다. 우주에서는 이보다 작.. 더보기
[여적]불신 사회의 그늘 입력 : 2009-02-06 17:54:24ㅣ수정 : 2009-02-06 17:54:26 다음주 탄생 200주년을 맞는 찰스 다윈의 자연진화론에서 파생된 사회진화론은 인류 사회의 본질을 애오라지 경쟁과 적자생존으로 인식한다. 허버트 스펜서, 월터 배젓 등이 대표하는 사회진화론은 강대국 논리와 식민 지배의 합리화 도구로 이용되는 바람에 강력한 역풍을 맞았다. 결정적으로는 협력과 선의가 존재하는 사회 앞에서 말문이 막혀 버리고 말았다. 최근 들어 학자들은 협력과 신뢰가 인류의 진화과정에서 한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에 주목한다. 새로운 이론의 핵심은 경쟁이 아닌 사회적 상호작용이다. 상호작용은 잔혹한 양상을 띠거나 적대적일 때도 있지만 협력적이고 조정적인 사례가 더 많은 주장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사회를.. 더보기
[여적]월가의 돈 잔치 입력 : 2009-01-30 17:39:11ㅣ수정 : 2009-01-30 17:39:14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주최한 조찬 강연회 때 오랫동안 서울에서 살아온 한 미국인사가 이런 질문을 받았다. “한국과 미국은 혈맹관계라는데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사태 당시 런던 리보 금리보다 더 비싼 금리를 한국에 요구한 것을 어떻게 보십니까?” 그의 대답은 냉소적인 풍자로 돌아왔다. “시장은 시장일 뿐입니다. 월가엔 ‘도덕성 해이’라는 말이 진리로 통합니다.” 그 때만해도 그 말이 실감나지 않았다. ‘월가의 영웅’으로 불리던 리처드 그라소 뉴욕증권거래소회장이 2003년 9월 거액의 상여금 파동으로 사임했다는 뉴스를 접하면서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9·11테러 사건 이후 미국언론에서는 영웅담을 쏟아냈다. 그라소.. 더보기
[여적]아바이마을 입력 : 2009-01-23 17:01:28ㅣ수정 : 2009-01-23 17:01:31 “아바이, 갯배 타고 으디 다녀옴메?” 구수한 함경도 사투리를 들을 수 있는 강원 속초시 청호동의 명물은 갯배다. 이 배는 돛대도 없고 삿대도 없다. 키도 동력도 없다. 사공이 따로 없음은 물론이다. 이 특이한 나룻배는 ‘아바이마을’로 더 잘 알려진 이곳 실향민 공동체의 상징이다. ‘우리는/ 우리들 떠도는 삶을 끌고/ 아침저녁 삐걱거리며/ 청호동과 중앙동 사이를 오간 게 아니고/ 마흔 몇 해 동안 정말은/ 이북과 이남 사이를 드나든 것이다/ 갈매기들은 슬픔 없이도 끼룩거리며 울고/ 아이들이 바다를 향해 오줌을 깔기며 크는 동안/ 세계의 시궁창 같은 청초호에 아랫도리를 적시며/ 우리는 우리들 피난의 나라를 끌고/ 마흔.. 더보기
[여적]국립현대미술관 입력 : 2009-01-16 18:09:12ㅣ수정 : 2009-01-16 18:09:15 세계적으로 유명한 파리의 오르세 미술관은 원래 1900년 만국 박람회 개최를 위해 오를레앙 철도가 건설한 철도역이었다. 1986년 개관한 이 현대미술관이 낡아 폐쇄된 기차역이 아니라 평범한 장소에 세워졌더라면 지금처럼 화젯거리가 많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덕분에 인상파 미술품을 전시하던 국립 주드폼 미술관 소장품을 모두 이곳으로 옮겨 전시할 수 있게 됐다. 런던의 템스 강 남쪽에 자리한 테이트 모던은 화력발전소가 현대미술관으로 탈바꿈한 참신한 사례다. 20년 동안 용도 폐기됐던 흉물 공간이 영국인들이 자랑하는 문화예술 공간으로 환골탈태한 것이다. 당시로서는 버려졌던 화력발전소 건물을 미술관으로 재활용한다는 발상부터 획.. 더보기
[여적]은행의 역설 입력 : 2009-01-09 17:54:24ㅣ수정 : 2009-01-09 17:54:27 ‘하나님이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면 모건스탠리에 의뢰할 것이다.’ 1970년대에 들어서야 비로소 광고를 하기 시작했던 모건스탠리의 첫 카피 문구다. 세계 최고 금융업체의 하나인 모건스탠리의 자긍심이 하늘을 찌르는 듯하다. 모건스탠리의 경영진과 직원들은 이 광고 카피야말로 자신들의 위상을 제대로 보여준다고 여겼다고 한다. 실제로 모건스탠리는 어느 투자은행도 따라올 수 없는 윤리성과 영업 실적을 오랫동안 뽐냈다. 론 처노가 쓴 에는 이런 일화도 나온다. 모건이 세상을 떠나기 1년 전인 1912년 75세의 노구를 이끌고 미 의회 청문회에 나와 증언한 내용이다. 새뮤얼 언터마이어: 빌리는 사람의 자금이나 재산을 바탕으로 대출.. 더보기
[여적]불확실성 입력 : 2009-01-02 17:46:59ㅣ수정 : 2009-01-02 17:47:01 유럽에서 가장 주목받는 사회학자들인 앤서니 기든스, 울리히 벡 같은 진보적 지식인들은 현대세계의 특징 가운데 하나로 ‘불확실성’을 든다. 냉전 종식 이후 격변한 지구촌을 성찰하기 위해 설정한 개념이 불확실성이다. 기든스는 더 이상 주인으로서의 인간이 소유하고 있는 세계가 아니라 불확실성의 영역에 들어섰다고 본다. 예측불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위험의 악순환은 늘어났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를테면 ‘사고를 없애자’가 아니라 ‘사고를 줄이자’라는 표현밖에 쓸 수 없는 현상이 이를 방증한다. 벡은 불확실성을 통제하기 위해 더 많은 합리적 통제와 제도를 동원하지만 불확실성만 더욱 증대되는 것이 바로 위험사회라고 정의한다. .. 더보기
[여적]알로하 정신 입력 : 2008-12-26 17:53:10ㅣ수정 : 2008-12-26 17:53:13 하와이 민요 ‘알로하오에’를 작사·작곡한 것으로 알려진 하와이 왕국 마지막 여왕 릴리우오칼라니는 이런 말을 남겼다. “생명은 모든 곳에 있다. 나무에도, 꽃에도, 무지개에도, 바위에도. 그렇게 모든 존재는 태초에 신이 나눠준 생명의 숨결을 나누며 살고 있다.” ‘알로하’는 바로 그런 마음을 상징하는 말이다. 알로하는 하와이 원주민 말로 ‘안녕’이란 인사지만 특유의 관용 정신과 서로 인정하는 마음이 담겼다. 하와이는 원주민들의 문화와 밀접하게 연관된 ‘알로하 정신’이 있어 더욱 특별하다. 사실 알로하의 의미에 대한 일치된 정의는 없다. 피터 아들러 변호사는 사랑을 전하거나 측은한 마음을 표현할 때, 인정이나 동정을 보.. 더보기
[여적]겨울나기 입력 : 2008-12-19 18:01:41ㅣ수정 : 2008-12-19 18:08:44 선인들은 계절에 맞춰 격조 있게 사는 슬기를 지녔던 것 같다. 청나라 초기에 살았던 장조(張潮)는 책도 철 따라 다르게 읽으면 좋다고 권면했다. 그는 이란 저서에 이렇게 썼다. ‘문집을 읽자면 봄이 제격이다. 그 기운이 화창하기 때문이다. 역사서 읽는 때는 여름이 적당하다. 그 날이 길기 때문이다. 제자백가 읽기에는 가을이 꼭 맞다. 그 운치가 남다른 까닭이다. 경서 읽기는 겨울이 좋다. 그 정신이 전일한 까닭이다.’ 그는 계절과 비도 품격을 나눴다. ‘봄비는 책읽기에 알맞고, 여름비는 바둑·장기 두기에 꼭 맞으며, 가을비는 점검하여 간수하기에 마침 맞고, 겨울비는 술 마시기에 적당하다.’ 우리네 서민들은 계절 비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