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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餘滴)

[여적] 두바이油 입력 : 2006-07-16 18:14:28 폭우로 온 나라가 물난리를 겪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런 얘기부터 꺼내기가 민망하지만 두바이에서는 비구경을 일년에 기껏해야 서너번 하면 잘한다. 사막이라 연간 강수량이 130㎜에 불과한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석유보다 물이 더 비싸다는 두바이에서 한국의 두산그룹이 바닷물을 정수(淨水)하는 대규모 첨단시설을 만들어 자부심을 드높인 적이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렇게 만든 물 소비량의 70% 이상을 골프장, 낙타경주장에 사용한다는 사실이다. 두바이는 석유의 대명사처럼 돼 있지만 지금은 석유생산량이 그리 많지 않다. 하루 생산량이 15만 배럴 안팎이다. 우리나라 하루 석유소비량의 6%에 겨우 미치는 수준이다. 그것도 2010년쯤이면 고갈되고 만다는 예측이 나왔다. 이.. 더보기
[여적] 앨버트로스 입력 : 2006-06-06 18:15:40 씨알 사상을 주창한 함석헌은 ‘바보새’를 자처했다. 그는 스승인 남강 이승훈에게 이렇게 털어놓은 적이 있을 정도다. “선생님, 저는 신천옹(信天翁)이라는 바보새가 좋습니다. 신천옹이라 이름한 이유는 이 놈이 날기는 잘해 태평양의 제왕이라는 말을 들으면서도 고기를 잡을 줄 몰라서 갈매기란 놈이 잡아먹다 이따금 흘리는 것을 얻어먹고 살기 때문입니다. 제가 이 새를 좋아하는 이유는 바보새라는 이름 때문입니다. 어쩌면 제가 사는 꼴도 바보새 같다 할 수 있습니다.” 바보새는 나는 새 중에선 따를 자가 없을 만큼 커 ‘전설의 새’로 불리는 앨버트로스의 별명이다. 앨버트로스의 이런 별명은 무료한 선원들이 놀림감 삼아 붙여준 것이다. 90㎏가량의 거구와 2~3m에 달하는 .. 더보기
[여적] 삼각산 2005-10-10 태조 이성계는 조선 건국의 창대한 포부를 삼각산과 한강에 비유해 시 한 수로 읊는다. "우뚝 솟은 높은 뫼는 하늘까지 닿았네/한양의 지세는 하늘을 열어 이룩한 땅/굳건한 큰 대륙은 삼각산을 떠받쳤고/넓은 바다 긴긴 강물은 오대산에서 흐르네." 조선을 억조창생과 더불어 만년세세 이어가겠다는 웅혼한 마음을 이 시에 담았던 것이다. 그에 앞서 풍수지리에 달통한 조선 개국 공신 정도전은 삼각산에 올라가 남녘을 바라보면서 이곳 한양을 새 도읍지로 정해 가슴깊이 새겨 두고 있었다. 오늘날에도 망경대(望京臺)로 불리는 봉우리 이름은 정도전이 도읍지를 바라보았다는 뜻에서 붙여진 것이다. 일제 때부터 북한산으로 이름이 바뀐 삼각산은 백제 건국과도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는 기록이 발견된다. 삼국사기 백제.. 더보기
[여적] 로봇 과외 2005-10-04 재야 철학자로 불리는 이진경의 책 '철학의 모험'에 이런 대화가 나온다. "인간과 똑같이 사고하는 로봇을 만들려면 인간이 어떻게 사고하고, 인식하는지를 알아야 했던 거지요. 그 때문에 큰 실험을 두 번 했는데 한 번은 데카르트의 모델에 따라 로봇을 만들었습니다. 저희들 중에는 데카르트 철학을 신봉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가 주도해서 인간이 사고하는 법칙인 논리 규칙을 기계의 머리에 집어 넣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데카르트와 달리 아무것도 생각하지 못하는 거예요. 새로운 정보가 없어서 그런가 싶어 정보를 잔뜩 입력해 보았죠. 그러나 이 놈은 '이 자료를 믿을 수 없음' 같은 대답만 내놓는 거예요. 확실한 건 오직 자기가 사고하고 있다는 점뿐이라나요?" "데카르트를 꼭 닮은 기계였군!" ".. 더보기
[여적] 평양 구경 2003-09-17 "뭇 물줄기 모였으니 강 이름이 대동이라, 해맑고 굼실굼실, 번쩍여 출렁출렁, 깨끗하긴 흰 비단을 깐 듯, 해맑기는 청동 거울 같은데, 양편 언덕 수양버들은 온종일 춤을 추며, 질펀한 모래벌판, 넓은 들에 날아 우는 기러기들, 푸른 매가 성(城)을 둘러 사면이 드높은 데, 굽어보면 가랑비에 누역을 쓴 어옹(漁翁)들, 멀리 들으면 석양녘에 피리 부는 목동들, 그림으로도 그릴 수 없고 노래로도 다할 수 없네"'보한집'으로 문명(文名)을 드날린 고려 무신정권시대의 개혁적 지식인 최자(崔滋)는 당시 서경이었던 평양을 필설로 다 묘파하기 어렵다며 이처럼 안타까워했다. 고려때 문인 조위(趙瑋)가 읊은 '평양 8경'은 시정(詩情)이 듬뿍듬뿍 묻어난다. 을밀대의 봄경치(密臺賞春), 부벽루와 대동강물.. 더보기
[여적] 옷의 기원 2003-08-21 소설가 웰레스의 '노벨상'이라는 작품에는 민족에 따라 가장 수치스럽게 여기는 신체 부위가 다르다는 사실을 설명하는 대목이 나온다. '만약 벌거벗은 스웨덴.프랑스.미국 여성이 길에서 사람을 만나면 맨 먼저 손으로 치부를 가릴 것이며, 아랍 여성이라면 얼굴을, 중국 여성이었다면 발을, 사모아 여성이면 예외없이 배꼽을 가장 먼저 가릴 것이다'원시종족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이런 사실을 창세기 신화에서 옷의 기원을 찾으려는 주장이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근거로 삼는다. 아담과 이브가 뱀의 유혹으로 지혜의 나무 열매를 먹은 뒤 나신을 부끄럽게 생각한 나머지 나뭇잎으로 치부를 가리게 됐다는 성서의 기록을 사실로 믿지 않는 학설은 적지 않다. 몇 가지 실례를 보자. 브라질 무구라의 여성들은 '사이아'란 .. 더보기
[여적] 모유 먹이기 2003-08-06 몽골족의 시조는 개의 젖을 먹고 자랐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그래선지 몽골족의 조상 짐승은 개다. 우리 민족의 곰에 해당한다. 전설과는 달리 칭기즈칸은 갓난아이 때 말젖을 주로 먹었다는 속설이 전해진다. 몽골인들이 말젖을 일상적으로 즐기는 것과 무관하지 않은 듯하다. 고구려를 건국한 주몽이 어려서부터 좋은 말을 구별할 수 있었던 게 말젖으로 양육된 덕이라는 구전도 있다.로마 건국신화의 주인공인 로물루스와 레무스는 늑대의 젖을 빨며 컸다. 이탈리아에서 늑대의 젖을 물고 있는 쌍둥이 그림이나 동상을 쉬이 찾아볼 수 있는 것도 이런 신화가 바탕에 깔렸다. 인류가 동물의 젖을 짜먹기 시작한 것은 이미 1백만년 전인 홍적세 때부터다. 아기에게 동물의 젖, 특히 우유를 본격적으로 먹이기 시작한 것.. 더보기
[여적] 북핵 해결사 2003-07-24 기상천외한 우화(寓話)로 필명을 날린 프랑스 작가 마르셀 엠므의 단편소설들 가운데 단연 압권은 '해결사'다. 제목에서 연상되듯 주인공 말리코르느는 남의 빚을 대신 받아 주는 일이 직업이다. 그는 어느날 밤에 잠을 자다가 느닷없이 천국에 불려간다. "저놈은 당장 지옥에 보내야 한다"는 베드로의 강력한 건의에도 불구하고 향후 선행을 맹세한 뒤 간신히 죽음을 면한다. 개과천선해 이 세상으로 돌아온 그는 치부책에 차변.대변 대신 선행과 악행란을 만들어 잘잘못을 빠짐없이 적는다.성당 문앞에 웅크리고 앉은 거지에게 몇 푼을 던져 준 일은 선행란에, 개를 발로 찬 날은 악행란에 기록한다. 훗날 천국에 갔을 때 그는 자신있게 선행을 많이 했다고 자랑한다. 그러자 베드로가 나서서 "그리스도의 가르침에.. 더보기
[여적] 경호원 2003-07-22 러시아 대통령 경호를 맡고 있는 특수 잠수부대는 일반인들에게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지만 세계의 경호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명성이 자자하다. 1960년대 구소련 시절 창설된 이 정예부대는 모스크바의 강과 하수구 등 지하를 네트워크화해 대통령궁인 크렘린을 수중공격으로부터 보호하는 임무를 띠고 있다. 이 특수잠수부대가 동원되는 것은 크렘린이 강가에 자리한 지리적 특수성 때문이다. 이 부대원들의 경호기법이 철저히 비밀에 부쳐져 있음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단편적으로 알려진 것으로는 이들이 사용하는 주무기가 특수 설계된 반자동 수중권총과 칼이라는 정도다.세계 최고수준을 자랑하는 미국 대통령 경호실의 경호방법이 대부분 베일에 가려져 있음은 물론이다. 경호본부에서 K-9으로 불리는 근접경호팀과 백악관.. 더보기
[여적] 생선회 특구 2003-07-09 지구촌 어딜 둘러 보아도 한국인처럼 너나없이 '특'자를 즐기는 국민도 드물다는 사실은 이제 우리 스스로가 인정할 정도다. 설렁탕 집 차림표에 '보통'과 '특'으로 구별짓는 것은 상식이다. 병원에서는 몇달, 심지어 몇년을 기다리더라도 특진을 받아야 직성이 풀린다. 얼마나 특별한지는 모르지만 의사의 몇마디 얘기를 듣는 게 고작 3∼4분에 불과한 데도 말이다. 열차를 타면 특급도 모자라 특실에 앉아서 가야 체면이 선다. 특실 가운데도 특석이 있다면 기를 쓰고 그곳에 가야 자존심을 세운다고 여긴다. 작은 부탁을 하나 하더라도 '특별히' 해야만 잘 먹혀든다.사는 곳은 서울특별시라야 한다. 그 중에서도 강남특구가 아니면 알아주지도 않는다. 그래서 강남은 인재특구로 불리기도 한다. 거기서도 대치동..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