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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톺아보기-칼럼

민주당의 화양연화 홍콩영화 제목이기도 했던 ‘화양연화’(花樣年華)는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했던 황금기를 표상한다. 더불어민주당의 화양연화는 지난해 4.15총선 압승 때 시작됐다. 민주당은 스스로도 예상못한 황홀경에 도취해 1년여 동안 거의 모든 걸 하고 싶은 대로 다해 봤다. 탄핵당한 보수야당의 회복 탄력성은 20년 이상 작동 불능이리라 믿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개혁반대는 발목잡기로 몰아붙이면 그만이었다. 180석(열린민주당 의석 포함)을 몰아준 이유도 모르느냐고 응원단이 한마디 하면, 나머지 국민은 신경쓰지 않아도 괜찮았다. 민주당이 4.7 재보궐 선거에서 참패한 근본원인은 역설적이게도 180석의 오만이다. 180석은 1987년 정치체제 이후 한 정당이 획득한 신기록이었다. 사실 다수의석을 얻기 위해 쓴 꼼수.. 더보기
노르딕 국가에 갑질 문화가 없는 까닭 노르딕 다섯 나라 국기를 자세히 보면 같은 무늬가 공통으로 새겨져 있다. 중앙에서 왼쪽으로 치우친 스칸디나비아 십자 무늬다. 덴마크 국기인 ‘단네브로’(Dannebrog) 도안이 그 기반이다. 덴마크 국기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것(1219년부터 사용)으로 기네스북에 올랐다. 북유럽 이사회를 형성한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아이슬란드 덴마크는 갑질문화가 없는 게 특징으로 꼽힌다. 덴마크의 칼스버그 맥주 광고가 상징적이다. ‘아마 세계 최고의 맥주’(Probably the best beer in the world)라는 표현은 사뭇 겸손하다. 갑질 없는 ‘얀테의 법칙’(Janteloven)의 정신이 담겼다. 노르웨이 항공은 ‘얀테의 법칙’을 소설 작품으로 빚어낸 덴마크계 노르웨이 작가 ‘악셀 산데모제’(Aks.. 더보기
진보정부의 탄소중립 딜레마 문재인 대통령이 가장 뜨악했을 순간은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신임대표가 탈원전 기조 변화를 권유한 때가 아닐까 싶다. 지난 금요일 문 대통령이 민주당 새 지도부를 청와대로 초청한 간담회장의 분위기를 전하는 삽화 가운데서 말이다. 송 대표의 모두발언이 문 대통령보다 훨씬 길었던 점이나 다른 직설적인 발언 장면보다 그게 더 강렬한 잔상을 남겼을 개연성이 커 보인다. 송 대표가 ‘소형 모듈 원자로’ 연구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문재인정부의 탈원전 기조와 어긋나는 역린(逆鱗)을 건드렸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은 데다 사후 청와대 내부에서 불만이 제기된 것을 보면 짐작이 간다. 민주당 의원 중 사실상 유일하게 공개적으로 탈원전 정책 수정 소신을 펴온 송 대표가 지론을 대통령 바로 옆자리에서 피력.. 더보기
남북한의 고민, MZ·장마당 세대 남북한 모두 요즘처럼 2030세대가 나란히 뜨거운 관심을 받은 적이 없는 듯하다. 남한에선 MZ세대, 북한에선 장마당세대로 불리는 청년층이 2030세대다. 남북한 집권층에게 다 같이 걱정스럽고 두려운 존재다. 이들의 최대 관심사가 ‘돈벌이’라는 것도 같다. 탈이념과 개인주의 성향이 강하다는 점 역시 비슷하다. 북한에서 장마당세대가 돈에 여념이 없게 한 것은 체제 모순이고, 남한에서는 집권층의 부동산·경제정책 실패가 MZ세대의 광적인 재테크 열풍을 부추겼다. 북한의 장마당세대는 여태껏 보지 못한 변화의 원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는 자신과 같은 장마당세대의 충성심 이반이 가장 무서운 체제 위협일 수밖에 없다. 북한은 역사적인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3주년인 4월27일부터 사흘간 기념행사가 .. 더보기
기념비적 역사와 골동품적 역사 ‘망치를 든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는 역사를 세 갈래로 흥미롭게 정리한다. ‘기념비적 역사’ ‘골동품적 역사’ ‘비판적 역사’가 그것이다. ‘기념비적 역사’는 과거의 위대한 사건, 위대한 인물을 현재의 전범(典範)으로 삼는 방식이다. ‘골동품적 역사’는 과거가 물려준 것을 골동품을 대하듯 보존하면서 전승한다. ‘비판적 역사’는 과거를 비판하고 극복 대상으로 여긴다. ‘역사는 과거의 정치이고, 정치는 현재의 역사다’라는 영국 역사가 존 실리의 말을 빌리면 한국의 집권 핵심세력은 자신들의 ‘기념비적 역사’를 존숭한다. 군사독재정권을 물리치고 민주화를 이룬 업적을 오랫동안 정치적 핵심 자산으로 삼고 있다. 보수 야당은 산업화라는 나름의 ‘기념비적 역사’에다 ‘골동품적 역사’까지 소중하게 간직하고 소비한다. .. 더보기
낡은 건 죽어가는데 새로운 것은 아직 영화 ‘낡은 것과 새로운 것’의 감독 세르게이 예이젠시테인은 ‘몽타주 기법’의 거장으로 불린다. 구소련 영화 황금기의 전령사인 예이젠시테인은 ‘낡은 것과 새로운 것의 투쟁’을 내세운 이오시프 스탈린의 신임도 알토란처럼 받았다. 예이젠시테인이 몽타주로 러시아혁명 열기를 고스란히 영화에 담아낸 덕분이다. 몽타주 기법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언제나 둘을 필요로 한다는 점이다. 낡은 것과 새로운 것의 충돌이 그것이다. 예이젠시테인은 정반합(正反合)의 변증법 원리를 몽타주에서 구현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탈리아 혁명가 안토니오 그람시의 ‘위기론’도 ‘낡은 것과 새로운 것’의 과도기에서 나온다. “낡은 것은 죽어가고 있는데 새로운 것은 아직 태어나지 않은 상태, 그것이 위기다.” 지금의 대한민국 정치상황을 그람시의 위.. 더보기
엘리트 카르텔 부패를 어찌할꼬 나라 안팎 부정부패 전문가들의 경종이 메아리가 된 지 오래다. 한국 사회가 풀지 못한 숙제는 ‘엘리트 카르텔형’ 부패라는 사실이 그것이다. “한국의 부패유형은 매우 흥미롭다. 엘리트 카르텔 유형이다. 많이 배운 놈들이 조직적으로 뭉쳐 국민을 등쳐먹는다.” 미국 정치학자인 마이클 존스턴 콜게이트대 교수가 수년 전 한국방송 프로그램에 나와 툭 터놓고 꼬집었던 발언이다. 존스턴 교수는 국가의 부패유형을 네가지로 나눈다. 1단계인 ‘독재형’은 중국 인도네시아 같은 나라에서 주로 나타난다. 2단계 ‘족벌형’ 역시 러시아 필리핀에서 보인다. 3단계인 ‘엘리트 카르텔형’ 부패국가로는 한국과 함께 이탈리아 아르헨티나가 꼽힌다. 4단계 ‘시장 로비형’에는 미국 영국 캐나다 일본이 속한다. 한국 부패문제에 대해서는 이재열.. 더보기
일자리 만드는 자리의 존재 이유 남미 볼리비아의 해군은 있으나마나 한 존재의 대명사다. 볼리비아는 해군이 지켜야 할 바다가 없는 내륙국가다. 그럼에도 해발 3800m의 티티카카 호수에 해군기지를 두고 수천명의 해군병력과 군함을 보유하고 있다. 군함도 한두척이 아니라 수십척의 초계함, 십여척의 수송선, 훈련선, 병원선, 잠수함까지 있다고 한다. 볼리비아도 한때는 태평양 연안의 영토를 보유했으나 1879년 칠레와 치른 전쟁에서 지는 바람에 바다를 잃고 말았다. 문재인정부의 일자리 정책 기관은 높은 이름값에 비하면 볼리비아 해군만큼이나 존재감이 떨어져 보인다. IMF 외환위기 이후 22년 만에 닥친 최악의 실업자수와 잇단 대증요법이 이를 입증한다. 정부가 일자리 늘리기 위해 지난해 1년 동안 쏟아부은 돈이 37조원에 달하지만 취업자수는 20.. 더보기
부족한 이들에게 충분히 주는 게 진보다 바람직한 사회가 작동하는 데는 평등과 공정의 가치가 필수불가결하다. 미국의 저명한 사회심리학자 모튼 도이치는 두 가치에다 ‘필요 충족’을 더해 좋은 사회를 유지하기 위한 세 가지 기본조건이라고 규정짓는다. 평등과 공정은 성격이 비슷한 덕목이지만 차이가 난다. 평등(equality)은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조건을 주는 것이다. 출발선부터 조건이 다르면 효용이 없다. 공정(equity)은 각기 다른 사람이 필요한 만큼 주는 공평함을 뜻한다. 현실에서는 평등보다 공정이 먼저 보장돼야 이상적이다. 먹을 것에 비유하자면 세 사람에게 똑같은 빵을 하나씩 나눠주는 것이 평등이다. 한 사람은 배가 고프고 두 사람은 배가 부른 상황이라면 배고픈 이에게 훨씬 많이 돌아가게 하는 게 공정이다. 정의론(justice theo.. 더보기
어두운 곳 감추면 세상은 아름다울까 대통령 직속 국가청렴위원회가 황당한 언론관을 드러내 지탄을 받은 적이 있다. 국민권익위원회 전신인 청렴위는 2007년 ‘언론이 국가기관의 비리를 취재·보도하면 국가 이미지가 나빠진다’며 취재에 협조해서는 안된다는 취지의 의견을 냈다. 청렴위나 권익위는 국가기관과 공직자의 비리를 적극 고발해 부패와 반칙이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설립한 중앙행정기관이다. 그럼에도 청렴위가 외려 설치 목적에 반해 국가기관의 비리를 은폐하려는 것처럼 비쳐 논란을 불러왔다. 투명하게 밝혀야 할 부정부패를 감추면 청렴하게 보인다고 생각하는 발상이라는 질타가 뒤따랐다. 적폐청산 이후 문재인정부와 민주당이 보여주는 행태는 도덕적 우월감 강박관념에 빠진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조 국 법무부장관 임명 과정부터 지금까지 전개된 검찰개혁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