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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톺아보기-칼럼

<아침을 열며> 미복잠행 한번 해보시죠, 대통령님! 2005-08-01 기자가 사는 곳은 지하철 역에서 내려 재래시장과 서민상가가 빼곡히 들어찬 길을 지나야 하는 아파트 단지다. 얼마 전까지 열린우리당 의장을 지낸 분의 지역구에 속하기도 한다. 그만큼 현 정부에 우호적이던 주민이 많이 산다고 해도 그리 틀린 말은 아니다. 서울 변두리에 자리한 이 곳의 민심은 요즘 형언하기 어려울 정도로 사납다. 지난 주말 이 곳 쉼터의 작은 화젯거리는 군 훈련소 중대장의 위장 훈련병 체험이었다. 태풍급 위력을 지닌 안기부 도청 X파일 사건에다 대통령의 느닷없는 연정 제의로 온통 뒤숭숭한 사회분위기 속에서 한줄기의 청량한 바람 같은 일화였기 때문인 듯하다. 대한민국 남성이라면 누구나 군대 얘기만 나오면 한마디쯤은 거들어야지 뒷전에서 듣고만 있지 못하는 성정인 데다 최근 잦.. 더보기
<아침을 열며> 정치공학의 함정 2005-07-04 노무현 대통령이 싫어하는, 아니 최소한 좋아하지 않는 말 가운데 하나인 '정치공학'에 얽힌 조그만 일화가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 있었다. 미국 남일리노이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모교인 연세대에서 교편을 잡고 있던 주관중(朱冠中) 교수가 1960년대 후반 '정치공학'이라는 책을 냈다. 서점에 깔려있던 이 책은 어느 날 청와대 지시로 모두 회수되고 만다. 그 뒤 주교수는 대통령 정무비서관에 임명된다. 박전대통령이 능수능란한 정치공학(political manipulation)적 수완을 발휘하게 된 데는 주비서관의 역할이 적지 않았다는 후일담이 전해 내려온다.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는 것을 의미하는 그의 정치공학은 정치의 기능을 체계화하고 실증적으로 연구하.. 더보기
<아침을 열며>"아마추어 국정" VS "관료주의 발호" 2005-06-06 천주교 신자인 데다 불교에 대한 이해가 일천했던 소설가 춘원 이광수가 법화경(法華經)을 번역하겠다며 발벗고 나섰다. 그러자 춘원의 사촌동생이자 역경사(譯經師)였던 운허(耘虛) 스님이 청담(淸潭) 스님에게 득달같이 달려갔다. 형의 번역작업을 만류해 달라는 것이었다. 춘원이 법화경을 소설가적인 식견으로 잘못 번역해 놓더라도 그의 명성 때문에 독자들이 옳다고 받아들이지 않을까 크게 염려해서다. 청담은 춘원을 찾아가 그가 지금 법화경을 번역해서는 안되는 이유를 설명해 주면서 중단을 간곡히 요청했다. 한문 실력이라면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고 불교에 대한 공력도 나름대로 갖추었다고 자부하던 춘원은 물러설 줄 몰랐다. 춘원은 "그러면 1주일이든 2주일이든 결론이 날 때까지 토론하자"며 끈질기게 물고.. 더보기
<아침을 열며> '어영부영 40%'의 균형자론 2005-05-09 '지지계층 30% 반대계층 30% 어영부영 40%'. 문희상 열린우리당 의장이 지난 재.보선 패배 직후 차기 대선전략을 위한 유권자 계층의 역학구도를 분석하면서 운위한 '어영부영 40%'는 용어선택에 문제가 있었지만 애교로 봐줘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문의장의 표현대로 선거판에서 '어영부영 40%'를 잡는 것이 승부의 관건이라는 점은 비율에 차이는 있겠지만 대부분의 민주국가에 적용되는 선거구도다. 부정적으로 보자면 기회주의자랄 수도 있으나 중도성향의 유권자들이야말로 변화를 위한 균형자인 셈이다. 논란의 대상으로 따지자면 말도 많은 동북아 균형자론보다 '어영부영 40%'의 균형자론이 훨씬 더 설득력을 지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당 내부에서는 40%를 잡는 방법론을 둘러싼 노선갈등의 불씨.. 더보기
<아침을 열며> 일본편만 드는 미국 2005-04-11 한국과 일본 사이에 사활적인 문제가 생기거나 개입될 때마다 미국이 알게 모르게 일본편에 서는 역사적 악몽에 우리는 시달리곤 했다. 오늘날 한국과 일본의 역사문제가 끝내 미결인 채로 남게 된 것도 2차 세계대전 직후 미국의 대일본정책이 결정적인 요인 가운데 하나다. 바로 미국정부를 대표한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의 전후처리방식 때문이다. 맥아더는 히로히토(裕仁) 일왕의 협력을 점령정책 성공의 열쇠로 여겼다. 해서 일왕의 전쟁책임을 면책하는 대가로 미국의 일본점령정책에 전적으로 협력한다는 약속을 얻어냈다. 잠시 축출되었던 일본 전범들이 한국전쟁을 계기로 미.일관계가 변화하면서 정계에 복귀하는 바람에 일본정치의 우경화를 부채질했다. 미국이 패전국 일본의 전쟁책임을 희석시킨 일이 과거사문제 해결.. 더보기
<아침을 열며> 대한해협의 비극 2005-03-14 이웃과 친하게 지내기란 개와 원숭이 사이만큼이나 어렵다는 것을 요즘 일본을 보면서 또 한번 절감한다. 꽃샘추위 속이라 일본으로부터 날아오는 체감 한기는 뼛속 깊은 곳까지 시리게 한다. 잠잠하다 싶으면 어느새 검푸른 파고를 몰고 오는 대한해협(현해탄)이 상징하듯 한국과 일본의 특수관계는 숙명처럼 다가온다. ◇韓성장 견제하는 계산된 술수 한류(韓流)를 타고 한겨울에도 봄바람이 감지되는 듯하던 한국과 일본 관계는 새해 들어 독도를 둘러싸고 다시 난기류로 돌변하기 시작했다. 상서롭지 못한 바람은 어쭙잖은 한국 지식인의 친일 망발과 몇몇 지원사격 세력으로 한국민들의 복장을 내지른다. 곧 이은 일본 교과서 왜곡 소식이 기름을 끼얹어 순식간에 거대한 산불로 비화됐다. 수교 40주년을 기념하는 '한.. 더보기
<아침을 열며> 北核의 역지사지 접근법 2005-02-16 중세 유럽에서는 크리스마스 무렵이면 귀족들이 속칭 '야자타임' 같은 신분 역전 시간을 만들어 즐기는 관습이 있었다. 이 연회의 사회를 맡아 보는 사람을 '무질서의 지배자'(Lord of Misrule)라고 불렀다. '무질서의 지배자'는 언제나 평민이나 노예 중에서 뽑혔다. 그는 연회장에서 왕처럼 굴었고, 참석자들도 그를 왕처럼 받드는 장난기 어린 시늉을 한다. '무질서의 지배자'는 잠깐 동안이나마 기존의 위계질서를 거꾸로 뒤집거나 풍자하곤 한다. 물론 짧은 무질서가 끝나고 나면 기존 질서가 곧바로 회복된다. 깨달음준 유럽식 ‘야자타임’ 이와 흡사한 현실 역전 현상은 유럽의 다른 사회에서도 있었다. 도제(徒弟)가 하루 이틀 동안 장인(匠人) 역할을 하거나, 하룻동안 남녀가 서로 반대의 .. 더보기
<아침을 열며> 한국어가 중국어에 포위되는날 2004-12-29 나라 안팎으로 심란하기 그지없는 소식으로 가득한 세밑에 스쳐 지나가기 십상인 자그마한 두 가지 뉴스가 기자의 눈길을 새삼 사로잡는다. 며칠전 경향신문 베이징 특파원이 보내온 기사와 뉴욕 타임스가 베를린에서 전한 독일 소식이 그것이다.베이징 뉴스는 중국 정부가 중국어를 영어와 쌍벽을 이루는 세계어로 키우기 위해 야심찬 전략을 수립하여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베를린발 기사는 이와 정반대다. 전세계적인 영어 범람 속에 일상 독일어가 영어에 밀리는 '언어의 제국주의화'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소식이다. 외국인 3천만명 중국어 공부 중국어를 배우는 외국인을 5년 안에 1억명으로 늘리려는 중국어 세계화 전략은 가히 공룡국가답다. 이미 중국어를 배우고 있는 외국인은 100여개국 2,300개.. 더보기
<아침을 열며>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 2004-11-24 요즘 인터넷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블로그 가운데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를 식별하는 방법을 제시한 누리꾼(네티즌)의 눈부신 재치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프로와 아마추어의 80가지 차이'라는 제목 아래 올라온 이 글은 한동안 67가지였던 차이점에 언제부턴가 13개를 추가한 것이다. '프로는 불을 피우고 아마추어는 불을 쬔다'는 첫 구절로 시작해 '프로는 (영락없이) 아마추어처럼 생겼지만 아마추어는 (마치) 프로처럼 행세한다'는 80장에서 끝나는 일종의 경구(警句)는 매 장마다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지혜가 담겼다.마무리 1%에서 판가름 80가지 중에는 언급되지 않았지만 프로는 아마추어에 비해 세기(細技)에 강한 특성을 지녔다. 세밀한 마무리 손질에서 프로와 아마추어가 갈린다. 흔히 1% .. 더보기
<아침을 열며> 일류정부로 가는길 2004-11-03 노무현 대통령의 입에서 '일류정부' '최고 수준' 같은 낱말을 들어보는 것은 오랜만인 듯하다. 경쟁을 연상하는 이런 단어는 참여정부와 낯가림을 하는 경향이 많아서다. 그래선지 노대통령도 "최고라는 표현이 거북할 수 있다"고 한자락을 깔았다. 당연히 경쟁제일주의, 승자독식주의적 관점이 아님을 부연했다. 노대통령이 '일류정부' 같은 용어를 동원하는 것은 주로 고위공직자들과의 모임이 있을 때다. 이번에도 지난 주말 열린 장.차관 정부혁신토론회가 열린 자리에서였다.공공서비스 만족 50점그쳐 어쨌든 "다른 나라 정부와 비교해서 과연 최고 수준이냐. 기업과 비교해서 우리 정부의 일하는 수준이 최고 수준이라고 말할 수 있느냐"는 대통령의 반문성 언술을 고깝게 받아들일 일은 아니다. '최고 수준의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