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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톺아보기-칼럼

전세계의 분노가 정당한 이유--"바람은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극복하는 것" ‘상위 1%가 다스리는 세계는 잘못 가고 있다. 99%를 차지하는 사람들이 불평등을 종식해야 한다.’ 지난 주말 전 세계 82개 나라, 1500여개 도시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열린 ‘반(反)월가’ 시위와 구호를 보면서 ‘꼬리감는원숭이의 분노’가 문득 떠올랐다. 미국 에모리대 여키스영장류연구소에서 갈색 꼬리감는원숭이를 대상으로 실시한 실험 결과는 동물조차 같은 일을 하고 차별적인 보상을 받으면 불만을 나타내고 항의하는 평등과 정의 의식을 지니고 있다는 경제학적 숙제를 남겼다. 연구원들은 원숭이들에게 돌을 돈이라고 생각하고 거래하는 방법을 가르쳤다. 그 뒤 그 돌을 먹을 것과 바꾸어주는 실험을 했다. 다섯 마리의 꼬리감는원숭이들이 돌을 실험자에게 건넬 때마다 과자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도록 훈련시켰다. .. 더보기
슈퍼스토리로 본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과 미국 “달에 착륙했을 때보다 예수가 걸었던 계단을 걸을 때 더 흥분되었다” 아폴로 11호 우주선을 타고 인류 최초로 달에 발을 디딘 미국 우주비행사 닐 암스트롱은 예루살렘을 방문했을 때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6.25전쟁에도 참전했던 암스트롱은 말할 것도 없이 기독교도이다. “이것은 한 인간에게 있어서는 작은 한걸음이지만 인류 전체에 있어서는 위대한 약진이다”라고 들뜬 목소리로 달 착륙 일성을 전했던 바로 그 암스트롱과 동일인물인가 싶을 정도다. 그만큼 기독교를 믿는 서구인들이 성지인 이스라엘에 쏟는 관심은 경이롭다. 이스라엘 정치학자인 야론 에즈라히는 이같은 현상을 ‘슈퍼스토리’(super-story)란 이론으로 설명한다. 사람들은 세계를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고 문화적·역사적 렌즈로 여과해 본다는 게 에즈.. 더보기
박원순의 반면교사·정면교사 서울시장 도전장을 낸 박원순 변호사는 스스로 ‘소셜 디자이너’(social designer)라고 부른다. 실제로 소셜 디자이너라는 말은 그에게 썩 잘 어울린다는 느낌을 준다. 단지 진보적 시민운동 1세대의 희망봉이어서만이 아니다. 인생역정이나 그가 최근까지 상임이사를 맡아 운영해왔던 ‘희망제작소’도 소셜 디자이너라는 이름에 걸맞은 듯하다. ‘아시아의 노벨상’으로 일컬어지는 막사이사이상(공공봉사 부문)을 받은 것은 이같은 세평을 추인하는 요식의 하나일 수 있다. 그런 박원순에게 서울시장 도전은 그의 표현대로 ‘두렵지만 기대가 되는, 가보지 않은 길’이다. 현재까지는 안철수 바람까지 얹혀 순항 중이다. 그렇지만 앞으로 그가 건너야 할 바다는 마냥 만만하지는 않을 것이다. 출사표를 공식적으로 던지면 응전세력은.. 더보기
리비아 혁명의 앞날 리비아는 잘 알려진 대로 사실상 석유 하나만 믿고 사는 나라다. 정부 수입의 80퍼센트, 수출의 95퍼센트, 국내총생산(GDP)의 30퍼센트가 석유산업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의아하겠지만 사막의 나라인 리비아는 석유가 발견되기 이전까지 국민 대다수가 농업으로 먹고 살았다. 리비아의 농업은 ‘역사학의 아버지’ 헤로도토스가 기원전 450년경에 쓴 인류 최초의 역사서인 에도 등장할 정도다. 고대 그리스의 헤로도토스는 바다를 건너 직접 리비아를 방문한 뒤 토양과 3모작을 상술하고 있다. “키레네 지방은 유목민이 사는 리비아 땅에서 가장 높은 곳(해발 600미터)으로, 놀랍게도 1년에 세 번씩이나 수확을 한다. 먼저 해안 지대의 곡식이 익어 수확할 때가 된다. 해안 지대의 곡식을 거둬들이고 나면 ‘언덕들’이라는 해.. 더보기
시리아의 광주, 하마의 비극 하마는 시리아의 광주(光州)다. 아니, 민주화를 위해 흘린 피의 양만 따지면 광주는 하마에 명함을 내밀기조차 어렵다. 하마는 광주보다 100배에 가까운 피를 더 흘렸다. 공식 집계로 200여명의 목숨을 잃은 광주민주화운동이 일어난 지 2년 뒤인 1982년 하마에서는 무장봉기한 2만여 명의 시민이 보안군에 의해 무차별 학살당했다. 당시 독재자 하페즈 알-아사드 대통령은 탱크와 대포는 물론 전투기까지 동원해 ‘무슬림 형제단’이 장악한 하마를 휩쓸었다. 도시 전체가 폐허에 이를 지경이었다. 하마에 뼈아픈 과거가 재현되고 있다. 이번엔 학살의 주인공이 아버지의 권력을 이어받은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시위를 주도한 핵심은 30년 전 희생자들의 후손이나 친인척들이다. 최근 시리아 정부군의 무.. 더보기
스핀 닥터 정치의 빛과 그림자 스티븐 프리어스 감독의 실화 영화 ‘더 퀸’(The Queen)은 보이지 않는 손으로 여론을 바꿔 놓는 ‘스핀 닥터’(Spin Doctor)의 탁월한 존재감을 확실하게 보여준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가 집권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이애나 왕세자비가 불의의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블레어는 꼭두새벽에 이 소식을 보고받자마자 홍보전략 책임자 알러스테어 캠벨을 먼저 찾는다. 캠벨은 이미 일어나 앉아 텔레비전을 보며 블레어 총리의 대국민연설을 쓰기 시작한다. 다이애나비가 숨졌다는 뉴스가 나온 지 한 시간도 지나지 않은 때였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영국 왕실은 전통에 얽매여 찰스 왕세자와 이혼한 다이애나비의 죽음에 침묵으로 일관해 국민들의 비통한 심정과 현격한 차이를 드러낸다. 이를 보다 못한 블레어.. 더보기
봇물이룬 청렴서약의 역설 전남 순천시는 스스로 ‘팔마(八馬)의 고장’이라고 부른다. 더없이 자긍심 높은 이름이다. 이곳에선 학교, 체육관, 거리, 회사 이름을 비롯해 ‘팔마’가 들어가지 않는 곳이 없다. 심지어 산악회에도 팔마는 인기 있는 이름이다. 죽도봉공원엔 팔마탑이 서 있고, 승주군청 앞에는 아주 오래된 팔마비가 세워져 있다. 팔마는 청렴의 표상이다. 여기에는 한 청백리에 얽힌 일화가 전해 내려온다. 멀리 거슬러 올라가 고려 충렬왕 때의 일이다. 이곳 목민관이었던 승평부사(昇平府使) 최석(崔碩)이 비서랑이 되어 수도 개경으로 돌아갈 때 백성들과 향리들이 고을 관례에 따라 좋은 말 일곱 필을 선물로 주었다. 일종의 전별금이다. 최석은 일곱 필이나 되는 말이 필요 없다고 사양하다 마지못해 받아 이삿짐을 나눠 싣고 왔다. 개경에.. 더보기
공자, 마오쩌둥, 중국공산당 90돌 중국 근·현대사는 공자 수난사로 점철됐다. 중국 역사상 가장 상징적 인물인 공자는 세 번에 걸쳐 집단적 타도대상에 오른다. 모두 근대화 과정에서다. 태평천국, 5·4운동, 문화대혁명이 그 때다. 첫 번째 파도인 태평천국 당시 지도자 홍수전(洪秀全)을 숭앙하는 백성들은 공자를 ‘요마’(妖魔)라고 타매하며 공자 사당을 닥치는 대로 부쉈다. 공자의 목주(위패), 그의 제자 가운데 뛰어난 열 사람인 십철(十哲)의 사당도 보이는 대로 파괴하고 불태웠다. 백성을 탄압하고 나라를 망치는 것이 유교와 부패한 관리들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남녀평등과 농민이 잘사는 나라를 만드는 게 그들의 이상이었다. 중국 현대사의 시발점이 된 5·4운동 때는 ‘공자 상점을 타도하라!’ ‘공자주의를 쳐부수자’가 주요 슬로건 가운데 하나였.. 더보기
남의 불행 먹고 사는 최고 엘리트들 ‘주홍글씨’ ‘큰 바위 얼굴’의 작가 너대니얼 호손은 보든대학 시절 어머니에게 보낸 편지에서 소설가가 되기로 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의사가 되어 볼까 싶어도 다른 사람이 아프기만 바라야 하고, 변호사가 되려고 생각해 보니 늘 누군가가 다투기를 바라야 하니 사람이 할 짓이 아니네요. 그렇다고 남의 죄로 먹고 사는 목사가 되는 것도 마뜩찮습니다. 그러니 다른 사람들에게 아무런 거리낌이 없는 작가가 되는 것 말고 달리 무슨 직업이 있겠습니까?” 호손의 편지에는 다분히 익살기가 섞였지만 남의 불행을 먹고 사는 직업을 빗댄 상상력은 번뜩이는 작가답다. 고통을 겪는 사람을 돕거나 치유해 준다는 소명의식을 일단 젖혀놓고 직업이 갖는 특성만 보면 호손의 재담이 설득력이 없는 것도 아니다. 의사는 병을 앓는 환자.. 더보기
김정일 부자 사격 표적지 논란 2004년 4월 27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놀라운 소식 하나를 전했다. 수백 명의 사망자를 낸 평안북도 룡천역 열차폭발사고 당시 주민들이 아비규환의 순간에도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초상화’를 목숨과 바꾸며 챙겼다는 얘기다. 중앙통신은 ‘수령결사옹위의 숭고한 화폭’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상점 수매원 두 사람이 점심식사를 하러 가던 중 강한 폭음소리를 듣고 기업소로 달려가 김일성 부자의 초상화를 품에 안고 나오다 무너지는 건물에 깔려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이 폭발사고로 가장 많은 희생자를 낸 룡천소학교의 30대 교사는 수업 도중 학교건물이 붕괴되면서 교실에 불이 나자 3층 교실에 있던 김일성 부자 초상화를 안전한 곳으로 옮긴 뒤 제자 7명을 구해내고 자신은 숨졌다. 또 다른 50대 교사도 초상화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