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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톺아보기-칼럼

파격적인 드림팀을 짜라 1584년 4월 소나기가 내리는 밤이었다. 훗날 청나라를 세운 누르하치는 침소로 잠입하는 발걸음 소리를 들었다. 그는 잠자리에서 소리 없이 일어나 무기를 챙겨들었다. 문 밖으로 나간 그는 굴뚝 옆에 몸을 숨겼다. 번갯불이 번쩍이는 순간 침소를 들여다보고 있는 자객을 발견했다. 누르하치는 벼락처럼 빠른 동작으로 자객을 넘어뜨린 뒤 시위병을 불러 묶게 했다. 시위병들은 그 자리에서 자객을 찔러 죽이려 했다. 누르하치는 순간적으로 자객을 살려주고 그의 마음을 얻어야겠다고 판단했다. 자객에게 “소를 훔치러 왔느냐”고 물었다. 누르하치의 의도를 눈치 챈 자객도 그렇다고 대답했다. 시위병들은 죽여 없애야 한다고 고집했다. 누르하치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소도둑이 맞는 것 같다”며 자객을 풀어주라고 했다. 그 해 .. 더보기
개성을 시안, 교토처럼 개성(開城), 시안(西安), 교토(京都)의 공통점 가운데 하나는 고대국가의 수도였다는 사실이다. 개성은 474년 동안 고려의 수도였고, 시안은 중국 역사상 최전성기를 구가한 당나라를 비롯해 13개 왕조가 수도로 삼았던 곳이다. 교토는 헤이안시대가 열린 794년부터 메이지 유신을 계기로 도쿄(東京)로 천도한 1869년까지 고대 일본의 수도였다. 동아시아 3국의 장구한 역사의 흔적이 켜켜이 쌓인 이들 고도(古都)는 찬란한 전통과 문화유적으로 먹고 산다. 관광객들에겐 단연 인기도시다. 개성은 상대적으로 덜 개방되긴 했지만 말이다. 이런 세 도시가 최근 들어 첨단공업도시로도 부상하고 있는 또 다른 공통점이 시야에 들어온다. 선두주자는 일본의 교토다. 일반인들은 그리 주목하고 있지 않지만 교토는 독창적인 경영모델.. 더보기
문재인의 숙제 ‘천만다행이다 싶으면서도 당혹스럽다.’ ‘말투는 물론 얼굴 표정 하나도 조심스럽기 짝이 없다.’ 안철수 무소속 후보의 전격 사퇴 이후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그 선거캠프에서 복합적인 분위기가 진하게 느껴진다. 영화배우 한 사람이 트위터에 남긴 말 한 마디에도 “무거운 마음으로 경청하겠다”는 공식논평을 내놓을 만큼 예민한 촉각을 한껏 곤두세우고 있는 게 민주당 대선 캠프다. 배우 유아인이 일갈한 글은 안철수 지지자들의 심경을 정제하지 않은 채 대변하고 있는 듯하다. “안철수 비난한 것들 부끄러운 줄 알아라. 만족스럽냐. 권력을 내려놓지 않은 것은 야권 또한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문재인 진영의 인식은 문 후보 등록 기자회견에 그대로 반영돼 있는 듯하다. 관건은 문재인 쪽이 모색하고 있는 안철수 쪽과의.. 더보기
중국은 통일장애국가? 얼마 전 짧은 기사 하나에 잠시 눈길이 머물렀다. 우리 국민은 10년 뒤 남북 평화통일에 가장 큰 장애가 될 나라로 중국을 첫 손가락에 꼽았다는 내용이다. 10년 뒤 한국의 국가안보를 가장 위협하는 나라로도 중국을 먼저 들었다.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소속 인재근 민주통합당 의원이 더플랜코리아를 통해 전국 19세 이상 성인 남녀 1032명을 대상으로 ‘통일 및 외교안보 관련 국민 의식조사’를 실시한 결과다. 현재 최대의 안보위협국가가 북한이라는 응답이 다수인데 비해 평화적 남북통일에 가장 장애되는 나라는 미래나 현재 모두 중국을 꼽는 게 특징이다. 그것도 과반이거나 이에 가까운 숫자다. 10년 전 대통령선거 무렵이나 진보정권 당시 미국이 몰매를 맞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 더보기
내 손에 장을 지지겠다 국회의원들이 200여 가지에 이르는 특권 가운데 단 하나라도 18대 대통령 선거일까지 반납하면 내 손에 장을 지지겠다. 지난 5월30일 임기를 시작한 19대 국회는 국민의 추상같은 개혁압력에 쇄신안을 줄줄이 읊어댔다. 수십 년 동안 약속어음에 번번이 부도를 내 오던 터라 아무도 믿지 않았지만 이번만은 특권 내려놓기가 하나쯤은 가시화할 것으로 착각했다. 그것도 최단시일 안에. 그 뒤 다섯 달이나 지났지만 아무 것도 바뀐 게 없다. 속았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늘 그래왔으니까 말이다. 다섯 달 동안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되짚어 보자. 새누리당이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 폐지, 연금제도 개선, 겸직 금지, 무노동 무임금 적용, 윤리위 기능 강화, 국회 폭력 처벌 강화 등 6대 쇄신안과 결의문을 내놓은 게 6월8.. 더보기
세상은 정말 바꾸기 어려운가 망명생활 때문에 ‘구두보다 더 자주 나라를 바꿨다’는 베르톨트 브레히트는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해선 수많은 게 필요하다고 했다. 이를테면 이런 것들이다. ‘분노와 불굴의 의지, 학문과 불타는 열정, 민첩하고 주도적인 행동, 오랜 심사숙고, 냉정한 절제, 무한한 인내, 특수한 경우와 조화에 대한 이해.’ 시인이자 극작가인 브레히트가 열거한 게 필요충분조건이라면 세상을 결코 바꿀 수 없을 것 같은 느낌을 잔뜩 받는다. ‘글로 세상을 바꿀 수 없을 것 같다’며 최근 절필을 선언한 작가이자 언론인 고종석의 고뇌도 어쩌면 브레히트와 맞닿아 있지 않을까 싶다. 그처럼 어렵다는 세상 바꾸기에 대통령 후보들이 분연한 어조로 나섰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정치에 나선 것이 권력을 원해서가 아니라 세상을 바꾸기 위해 권.. 더보기
일본의 자충수 중국 개혁·개방의 총설계사 덩샤오핑은 1984년 10월22일 공산당 원로들의 모임인 중앙고문위원회 제3차 회의에서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내가 일본을 방문했을 때 기자들이 댜오위다오(釣魚島) 문제에 대해 물었다. 나는 이렇게 답했다. ‘이 문제는 일본과 분쟁 중인 사항이다. 댜오위다오는 일본에서 센카쿠열도(尖閣列島)라고 부르고 있어 이름도 우리와 다르다. 우선 그대로 놓아두면 다음 세대에 가서 더 현명하게 해결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당시 나의 머릿속에서는 두 나라의 주권 다툼과 관계없이 공동개발은 가능하지 않겠는가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도서 주변의 해저 석유 등을 공동 개발해 공동이익을 얻자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싸울 필요도 없고 많은 담판도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난사군도(南沙群島·Spr.. 더보기
중산층의 기준과 대선후보 몇 년 전 미국 교육전문가 루비 페인 박사는 빈곤층·중산층·부유층을 흥미로운 질문으로 분류했다. 방금 끝낸 저녁식사를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따라 자신의 사회적 계급이 드러난다. “배부르게 먹었니”하고 묻는다면 빈곤층, “맛있게 먹었니”라고 물으면 중산층, “차려진 음식이 보기 좋게 나왔니”하면 부유층이라는 것이다. 미국 워싱턴 타임스는 중산층을 ‘소득은 먹고 살아가기에 충분하지만 퇴근길에 피자 한판을 사거나, 영화를 보거나, 국제전화를 걸기 위해 돈을 쓸 때 아무 생각 없이 소비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표현한 적이 있다. ‘먹고 살 걱정은 하지 않을 만큼 여유가 있으나 작은 씀씀이라도 함부로 하지는 않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최근에는 한국, 영국, 미국, 프랑스의 중산층 기준을 비교하는 인터넷 사이트 글이.. 더보기
안철수가 고민해야할 ‘상식’ 정치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세계적인 사회학자이자 네크워크과학 전문가인 던컨 J. 와츠의 명저 ‘상식의 배반’(생각연구소) 추천사에서 이렇게 썼다. “돌이켜보면, 나는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상식’을 배반하며 살아온 것 같다. 의사에서 프로그래머로, 프로그래머에서 경영자로, 그리고 다시 교수로… 효율성과는 거리가 먼 삶이지만, 의미 있고, 재미있고, 잘 할 수 있는 일을 선택해왔다는 점에서 만족한다. 이 책은 우리 사회의 보편적 진리인 ‘상식’을 왜 비판적 시각으로 음미해야 하는지 과학적으로 파헤친다. 경제, 문화, 정치, 심리, 경영 등 다양한 분야의 흥미로운 사례를 읽다 보면 ‘의외로 해답은 상식 밖에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언뜻 보면 자신이 보수도, 진보도 아닌 ‘상식파’라고 일.. 더보기
‘서민 코스프레’와 진짜 서민의 삶 요즘 들어 정치권에서 ‘서민 코스프레’란 낯선 조어가 부쩍 뜨기 시작했다. ‘친서민 이벤트’ 정치를 비판하는 말로 주로 사용되곤 한다. 최저임금도 모르고 고용복지를 운운 하는 새누리당 대선후보 박근혜 의원을 겨냥한 민주통합당의 논평에 등장한다. 이언주 원내 대변인은 지난주 현안브리핑에서 “최저임금은 학비와 생활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는 청년세대와 비정규직 노동자가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노력하는 서민들의 노력과 일치하는 문제”라는 전제 아래 “박 후보의 서민 코스프레는 우리 국민들의 눈높이에서 보면 매우 분노할 일”이라고 일침을 놨다. 김두관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경선 캠프가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을 앞두고 한 브리핑에서도 ‘서민 코스프레’가 동원됐다. 김 후보 캠프의 전현희 대변인은 “그동..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