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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톺아보기-칼럼

'책' 읽지도 않고 홀대하는 한국 보수 ‘책 안 읽기 월드컵대회’가 있다면 한국은 해마다 금메달을 놓치지 않을 것 같다. 수년 전 국제여론조사기관 ‘NOP 월드’가 세계 30개국을 대상으로 한 ‘국민 1인 평균 주당 독서시간’ 조사에서 한국이 단연 최하위였다. 책 읽지 않는 국민의 비율이 매년 높아지는 추세를 보면 지금 조사해도 꼴찌를 벗어나기 어렵다. 문화체육관광부가 2년마다 실시하는 ‘국민 독서실태’ 조사 결과, 2021년 1년 동안 단 한권도 읽지 않은 성인이 53%에 이른다. 2019년에 비해 8.2%p나 늘어난 숫자다. 60대 이상 노년층에 한정하면 74.4%는 아예 책을 읽지 않는다.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의 상당수는 보수 이념을 지녔다고 한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한국의 보수는 더 책을 읽지 않는다고 보수언론인이 한탄할 정도다... 더보기
윤석열 정부의 수상한 국방 정신 윤석열 정부의 국방 정신과 정책은 단세포적이고 협애하기 그지없다. 국방의 대상이 오로지 북한밖에 없다는 품새다. 한국의 국방에는 북한뿐만 아니라 일본, 중국, 러시아 같은 한반도 주변 강국도 엄연한 위협요소다. 특히 일본은 우리 영토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현실적 위험이다. 일본은 독도가 자기네 땅이라고 끈질기게 주장하는 데 그치지 않고 무력으로 기습 점령하려는 암계 의혹이 상존한다. 일본의 독도침공계획 시나리오는 다양한 버전으로 나돈다. 실제로 일본 해상자위대 선박이 독도 인근까지 침범한 사례가 있다. 이 사실을 한국의 한 신문이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1991년 1월) 22일 하오 3시 40분쯤 일본 해상자위대 소속 4백t급 경비정 103호가 한국 영해를 침범, 독도 해상 1.5km까지 접근했다... 더보기
시즌2가 더 좋았던 적이 없다 영화나 드라마 같은 영상물이 대박 나면 ‘시즌 2’를 만들곤 한다. 첫 작품의 열풍에 미련이 남아 더 우려먹고 싶은 마음에서다. 게다가 새로운 작품보다 힘을 덜 들이고도 웬만큼 성과를 낼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시즌2가 시즌1을 능가하는 사례는 찾기 어렵다. 윤석열정부는 이명박정부가 성공하지 못했음에도 그 시즌2가 되려고 애쓴다. 윤석열정부 정책은 상당 부분 ‘이명박정부 시즌 2’로 재탕하고 있다. 특히 인사에서는 검찰 출신 아니면 친이명박계다. 최근 통일부장관에 이명박 대통령실 통일비서관 출신 김영호 성신여대 교수를 발탁한 데 이어 방송통신위원장으로 이동관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을 임명한 데서 정점에 이르렀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주미대사,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청와대 경제수.. 더보기
넘치는 충성, 딱한 역량 한국의 민주화 이후 최고 권력자에 대한 공개적인 아부가 이처럼 잦고 희화화했던 시절이 있었던가 싶다. 세계스카우트 잼버리대회 부실 운영으로 윤석열정부가 코너에 몰리자 정부와 여당이 책임회피와 과잉충성 발언을 쏟아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전 정권 탓하기에 바빴고,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여성가족부는 잼버리를 주도하지 않고 지원만 했다”고 발뺌했다. 박 의장의 아부는 윤 대통령의 수능 킬러문항 배제 지시에 관한 지원사격 때가 압권이었다. 그는 "(윤 대통령이) 조국 일가 대입 부정 사건을 수사 지휘하는 등 대입 제도에 누구보다도 해박한 전문가"라고 추어올렸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저도 전문가지만 특히 입시에 대해서는 수사를 하면서 깊이 고민하고 연구도 하면서, 저도 진짜 많이 배우는 상황”이라고 아첨.. 더보기
법조·경제관료 카르텔이 강고한 병폐다 ‘전관예우’라는 용어는 지구촌에서 한국에만 존재한다. 전관예우라는 말로는 모자라 ‘후관예우’ ‘쌍관예우’라는 말까지 생겼다. 한국이 모방한 일본의 사법체계에도 전관예우라는 말은 없다. 한국 인터넷사이트에는 유명한 ‘전관예우 변호사’를 찾는 글이 끊임없이 올라온다. ‘전관예우 방지법’과 ‘후관예우 방지법’이 마련됐지만 형식적이어서 실효성을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한국 국민 10명 가운데 8명이 법 집행을 믿지 않는다는 통계가 나올 만큼 사법 신뢰도가 땅에 떨어졌다. 영국 싱크탱크 레가툼이 발표한 ‘2023 번영지수’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167개국 중 사법시스템 신뢰지수가 155위였다. 사법불신의 가장 큰 원인은 대부분 전관예우가 제공한다. 말이 전관예우이지 사법거래이자 사법비리나 다름없다. 대법.. 더보기
대한민국은 분명 1919년에 태어났다 친일·보수세력의 대한민국 원년 쟁취를 향한 집념이 눈물겹다. 이종찬 새 광복회장이 "대한민국의 원년은 1919년"이라고 못 박자 친일·보수진영 인사들이 득달같이 공격하고 나섰다. 1919년은 상해임시정부가 수립(4월 11일)된 해다. 이 회장 공격에 나선 인물로는 역사학자인 이인호 서울대 명예교수를 필두로 또 다른 학자들, 중견 언론인 등이 줄을 잇는다. 이인호 교수는 ‘이종찬 신임 광복회장께 보내는 공개서한’에서 “상해임시정부 출범이 우리 대한민국의 수립이었다는 주장은 분명한 역사왜곡"이라고 공박했다. 1919년 원년설이 "맹목적 통일지상주의자들 일부가 대한민국의 국가적 정체성을 훼손하고 국민의식을 마비시키기 위해 내놓은 주장”이라는 극언까지 덧붙였다. 뉴라이트 성향의 이인호는 박근혜정부 때 친일·독재.. 더보기
‘심리적 G8국가’가 먼저 해야 할 일 한국만큼 등수나 서열에 민감한 나라를 찾아보기 어렵다. 한국인이 지위 순위를 중시하는 문화·정서적 경향이 강하다는 점은 국내 사회학자들도 인정한다. 외국인은 더 말할 것도 없다. 한국인들이 학생 시절 시험점수와 등수로 평가되고 사회생활에까지 이어지는 것을 보고 ‘미친 듯하다’고 표현한 외국인이 있을 정도다. 연봉 재산 수능점수처럼 구체적인 숫자로 나타나는 것에는 한결 예민하다. 한국의 비교의식은 개인뿐만 아니라 나라 단위로도 유난스럽다. 세계 10위권 경제대국, 세계 7대 우주강국, 세계 6위 군사력 같은 경성권력(하드파워)을 더없이 자랑스럽게 여긴다. 여름올림픽 겨울올림픽 월드컵축구대회 3대 스포츠 행사를 모두 개최한 일곱번째 나라여서 뿌듯하다고 한다.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이상, 인구 5000만명.. 더보기
편리함 과잉시대 우리 동네 지하철역 에스컬레이터는 고장이 잦기로 악명이 높다. 사흘이 멀다고 멈춰서곤 한다. 지난해에는 장애인이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다가 추락해 숨지는 사고도 일어났다. 고장이 날 때마다 사람들은 투덜거리면서 장애인이나 노약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승강기(엘리베이터)로 몰린다. 걸어서 올라가는 이들은 극소수다. 편리함에 익숙해지자 점점 불편함을 견디기 어려워한다. 고층건물에서 단 한층을 오르내릴 때도 사람들은 계단을 외면한다. 5분을 넘게 기다려서라도 승강기를 타고 만다. 젊은이일수록 그렇다. 버스 한 정거장 거리도 좀처럼 걷는 법이 없다. 편리하다 못해 운동부족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고대의 우리 조상들은 사냥하느라 하루 20km 정도 걸었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집안 청소는 일반 청소기로 하는 것조차 귀.. 더보기
곡선에서 배워야 할 정치의 지혜 “직선은 인간의 선이고, 곡선은 신의 선이다.” 스페인의 전설적인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1852~1926)가 남긴 명언은 건축·예술 철학의 정수다. 그가 만든 일곱 건축물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될 만큼 독보적이다. 141년째 건축중인 성당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미완공 상태에서 등재될 정도로 상찬을 받는다. 완공되면 세계 최고층 성당(172.5m)으로 기록될 이 성당은 세계 최초의 ‘현수선 아치’ 초고층 건물이 된다. ‘뒤집힌 현수선’의 이 건축물은 독립적인 아치 구조가 취할 수 있는 가장 안정적인 형태를 띤다. ‘신의 곡선’이라고 불리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곡선의 마에스트로’로 일컬어지는 디자이너 루이지 콜라니(1928~2019)도 "자연은 각을 만들지 않으며 자연에는 직선이 없다"고 외쳤다.. 더보기
‘선택적 자유’와 함께 한 1년 윤석열 대통령만큼 ‘자유’를 부르짖는 국가지도자는 전세계에서도 찾아보기 드물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5월 10일 취임사부터 1년 동안 나라 안팎에서 500번 넘게 ‘자유’를 역설했다. 대통령실이 공개한 기념사 축사 격려사 같은 모든 메시지를 합하면 1000번에 가깝다고 한다. 빼앗긴 자유를 쟁취하려는 투사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윤 대통령이 ‘자유’라는 말에 깊이 꽂힌 것은 미국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의 ‘선택할 자유’라는 책 때문이라고 한다. 자신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이 ‘인생의 책’이 경제학자였던 아버지(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가 대학입학 선물로 준 것이라고 밝혀 더욱 눈길을 끌었다. 윤 대통령이 그토록 예찬하는 자유가 현실에서는 뒷걸음질하는 모습을 보여 역설이 느껴진다. 자유와 민주주의에서 가장..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