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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에서

우리가 숲을 버리면 숲도 우리를 버렸다 입력 : 2008-07-04 17:38:51ㅣ수정 : 2008-07-04 17:39:10 오대산 월정사 입구 전나무 숲길을 걸어본 이라면 누구나 비의(秘意)와 까닭 모를 전율을 잊을 수 없을 게다. 가없는 고요와 평온은 시간이 정지된 태초의 느낌 그대로인 듯하다. 오감으로 전해지는 숲의 장엄함과 숭고함에 위대함이 더해져 열락의 경지로 몰입시킨다. ‘느림’과 ‘비움’의 덕목을 여기서 더할 것도 뺄 것도 없지 않을까 싶다. 전나무 숲의 청량한 냄새는 탄소와 수소가 결합된 바늘잎에서 뿜는, 향기로운 휘발성 기름 테르펜에서 비롯된다. 모든 숲에는 나무에서 풍겨나오는 식물성 살균물질인 피톤치드와 음이온이 있어 몸이 맑아진다고 한다. 누군가 숲을 ‘마음을 치료하는 녹색 병원’에 비유한 것은 그래서 적실한 것 같다... 더보기
‘협상 노하우’ 키우기 입력 : 2008-06-27 17:30:58ㅣ수정 : 2008-06-27 17:30:58 단일 전문주제에 관한 책으로 ‘협상’만큼 추천도서가 많은 것도 드물다는 걸 알고 나면 놀랄지 모른다. 우리나라 최대서점으로 꼽히는 교보문고가 추천도서로 지정한 협상 관련 책만 30권이 훨씬 넘는다. 이 글을 쓰기 위해 찾아보다가 우연히 발견한 사실이다. 권위와 명예가 걸려 있어 추천도서를 남발할 수 없는 입장을 생각하면 30권이 넘는다는 게 약간은 의외다. 한동안 협상에 관한 전문가는 물론 책도 턱없이 부족해 협상에서 매번 당한다는 비판이 제기되던 때를 떠올리면 상전벽해(桑田碧海)나 다름없다. 번역서만 해도 허브 코헨의 ‘협상의 법칙’(청년정신),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협상 테이블의 핵심 전략’(청림출판), 개빈 케.. 더보기
좋은 리더십, 나쁜 리더십 입력 : 2008-06-20 17:41:14ㅣ수정 : 2008-06-20 17:59:53 “마음에 와 닿는 책이다. 지구촌의 빈곤에 대해 저자의 절실한 문제의식이 느껴진다. 가난한 사람에 대한 연민도 절절하다. 모두가 절망에 빠져 있을 때 비전을 보고, 서로에게 힘을 실어 주는 리더십이 해결책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힘이 생긴다.” 이명박 대통령이 2006년 중반 처음 출간된 이 책에 쓴 추천의 글이다. 그래선지 이 책의 띠지에도 ‘대한민국 향후 5년을 미리 읽는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선택한 바로 그 책!’이란 홍보 문구가 선명하게 아로새겨져 있다. 이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인 지난해 말께 안국포럼 집무실 책장에서 가장 먼저 이 책을 꺼내들고 정국 구상을 하는 모습이 언론에 일제히 보도되자 불티나게 팔려.. 더보기
권력 오류 바로잡는 다중의 힘 입력 : 2008-06-13 17:28:48ㅣ수정 : 2008-06-13 17:28:52 들불처럼 타오른 촛불집회를 ‘자율주의(아우토노미아)’ 운동으로 해석해야 할 것인가. 집회와 시위에서 지도부는 과연 필요한 것인가. 미국 쇠고기 재협상 촉구 촛불집회에 참여한 네티즌과 몇몇 운동 조직 사이에서 벌어진 논쟁거리 가운데 하나였다. 일부 조직이 보여준 행태가 더 나은 방향으로 뜻을 모으는 단순한 ‘합의’ 과정인지, 다중의 자발성을 억누르는 결과를 낳는 ‘지도’인지에 대한 평가를 둘러싼 논쟁이었다. ‘광장에서 계속 촛불을 들 것이냐, 아니면 거리로 나갈 것이냐’하는 논쟁에서부터 이슈를 쇠고기 문제로 한정할 것인가, 확대할 것인가에 이르기까지 토론은 끊일 줄 몰랐다. 시민들의 자발적 시위가 더 큰 효과를 거두려.. 더보기
美대통령 후보를 내기까지 쿤타킨테 후손들의 삶 입력 : 2008-06-06 17:15:52ㅣ수정 : 2008-06-06 17:15:56 1619년 8월 하순 어느 날이었다. 한 척의 네덜란드 범선이 미국 버지니아주 제임스타운에 우연히 상륙했다. 102명의 영국 청교도들이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종교의 자유를 찾아 매사추세츠주 플리머스 항에 도착하기 1년여 전의 일이었다. 제임스타운은 1607년 영국인들이 건설한 최초의 북아메리카 식민지였던 곳이다. 범선에는 3명의 여성을 포함해 20명의 흑인이 타고 있었다. 흑인들은 정착자들에게 물건처럼 분배됐다. 이들이 처음엔 노예상태는 아니었지만 계약 하인의 신분을 벗어날 수 없었다. 낯선 땅으로 끌려온 흑인들은 1662년부터 버지니아 법이 ‘노예’라는 낱말을 공식으로 사용함에 따라 오랫동안 관습으로 내려오던 노예제.. 더보기
화엄경 속 인터넷 입력 : 2008-05-30 18:00:01ㅣ수정 : 2008-05-30 18:00:06 “욕망을 버리지 못한 인간은 덫에 걸린 토끼처럼 사방을 헤집고 다닌다. 그러므로 중생이 스스로 무욕의 경지를 추구함으로써 욕망을 떨치게 하라.”(부처) “인간 본연의 한계를 깨닫고 물질적 욕망을 채우려는 욕심을 버릴 때, 우리는 가치 있고 조화로운 삶을 성취할 수 있을 것이다.”(알베르트 아인슈타인) 2500년 전의 석가모니 부처와 20세기의 천재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의 말이 너무나 닮아 있는 걸 발견했을 때 사람들은 경이로워했다. 닐스 보어나 베르너 하이젠베르크 같은 양자물리학의 거목들이 물리학의 인과율에 이르러 연구를 포기해야 하는 허탈감에 빠져 한마디씩 남긴 말도 색즉공(色卽空) 사상과 공교롭게 일치한다. ‘품격을.. 더보기
‘진심’ 교환의 원칙 입력 : 2008-05-23 17:31:36ㅣ수정 : 2008-05-23 17:41:27 ‘마음의 창’에는 네 가지 영역이 존재한다. 나도 알고 상대방도 아는 ‘열린 창(open area)’, 나는 알고 있지만 상대방은 모르는 ‘숨겨진 창(hidden area)’, 나는 모르지만 상대방은 쉽게 나를 관찰할 수 있는 ‘보이지 않는 창(blind area)’, 나도 상대방도 모두 알지 못하는 ‘미지의 창(unknown area)’이 그것이다. 심리학의 의사소통이론 가운데 ‘조하리의 창’(Johari Window)이란 학설이다. 창안한 두 심리학자 조지프 루프트와 해리 잉햄의 이름을 딴 이 분석틀은 나와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자아가 어떤 상태인지를 설명하는데 매우 유용한 방법론이다. 사람에 따라 그 창의 크기.. 더보기
‘조작된 증오’로 인한 분쟁 입력: 2008-05-16 17:30:39ㅣ수정 : 2008-05-16 17:30:43 5년 전쯤이었다. 죽어가던 팔레스타인 소년의 장기기증으로 세 명의 이스라엘 어린이가 새 생명을 찾는 감동적인 일이 벌어졌다. 13살난 소년이 지붕에서 떨어져 뇌사판정을 받자 소년의 어머니가 결단을 내렸던 것이다. 미국 메릴랜드대에서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출신 교수가 곡절을 겪으며 10년 넘게 한 강의실에서 나란히 강의를 해 눈길을 끈 일도 있었다. 그것도 ‘중동의 분쟁 관리’라는 민감한 주제였다. 오로지 갈등과 증오, 유혈이 낭자한 공격과 보복만이 존재하는 두 민족에겐 찾아보기 드문 일이었다. 하지만 삶의 현장은 대부분 엄혹하기 이를 데 없다. 올 들어 가자지구에서만 300명이 넘는 팔레스타인인이 이스라엘군의 무차별.. 더보기
대중은 스스로 판단한다 입력 : 2008-05-09 17:34:51ㅣ수정 : 2008-05-09 17:34:57 심상정 진보신당 공동대표가 올초 민주노동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자 당 밖의 대중과 소통하지 못한 것부터 맹성했다. “민주노동당은 진보적 대중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 극우보수 언론인 조갑제는 “대중의 여론은 다소 거칠게 표현되지만 그 알맹이엔 진실이 있다”고 주장했다. 2005년 5월19일 홈페이지 글에서 “지금 시중에서 ‘청와대에 간첩이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말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대중을 옹호한 것이다. 반대로 진보적 지식인 홍세화는 “대중은 획득한 것도 쉽게 잊지만 가까운 과거 사실도 쉽게 잊는다. 정치적 무관심을 불러오는 대중의 무지와 기억상실증이 수구세력의 자양분”이라고 한탄했다. 유대계 독일 철학자 발.. 더보기
인종의 우열은 없다 단지 환경이 다를 뿐 입력 : 2008-05-02 17:23:49ㅣ수정 : 2008-05-02 17:23:55 ‘전작주의’란 신조어를 만든 애서가 조희봉은 존경하지만 일면식도 없는 소설가 이윤기를 주례로 모실 정도였다. 조희봉은 이윤기 자신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저서와 번역서를 모두 읽고 소중히 보관하는 정성의 극치를 보여준다. 전작주의란 한 작가의 모든 작품을 모아 읽고, 그 의미를 해석해냄으로써 그 작가와 작품 세계를 온전히 자신의 세계로 받아들이고자 하는 것을 뜻한다. 그는 ‘전작주의자의 꿈-어느 헌책수집가의 세상 건너는 법’(함께읽는책)이라는 저서에서 이렇게 설명한다. “전작이란 어느 한 작가의 모든 작품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그 의미를 좀더 확장시켜 보면 그 작품들과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는 다른 작품들까지도 포괄한다.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