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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삶-북리뷰

[책과 삶] ‘케네디, 그는 늘 병약했다’ 입력 : 2007-09-07 15:47:39 ▲케네디 평전…로버트 댈럭|푸른숲 “왜 하필 또 케네디죠?” 지은이가 이 책을 쓰던 5년간 ‘귀가 따갑게 들어온 질문’을 ‘지금 여기서’도 다시 던지지 않을 수 없다. 흔해 빠진 책이 케네디와 케네디 가(家)에 관한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4년 전 미국에서 나온 책을 새삼스럽게, 대문 앞에 큼지막하게 써줄 만한 까닭은 대체 뭐람? 머지않아 우리도 새 대통령을 뽑아야 하기 때문에? 미국 대선 후보 중에 ‘검은 케네디’로 불리는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이 뜨고 있어서? ‘프랑스의 케네디’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이 돌풍을 몰고 와서? 존 F 케네디가 미국인들의 영원한 대통령이자 우상이기 때문에? 굳이 끌어다 댄다면 한결같이 그럴 듯한 사유가 될 수 있겠다. 그런 것들.. 더보기
[책과 삶] 민주주의 퇴보 막아라, 저항하라 입력 : 2007-08-24 15:50:40 ▲직접 행동…에이프릴 카터|교양인 ‘복잡한 문제는 전문가에게 맡겨야지. 잘 모르면서 나서면 일을 망치는 법이야. 하긴 직접 할 시간도 없지. 그 많은 사람이 한 곳에 다 모일 수도 없으며, 그래 봐야 논란이 길어져 뭘 하나 결정하기도 어렵고….’ 대의민주주의가 등장한 배경의 하나다. 하지만 국민의 대변인으로 뽑아준 정치적 대리인이나 공복(公僕)이라는 사람들이 주인의 말을 제대로 듣지 않기 십상이다. 자신들의 뜻을 잘 받들 걸로 믿은 도끼에 발등을 찍히는 일이 다반사다. 게다가 뇌물을 받아먹고 불필요한 외유나 즐기는 경우가 허다하다. 정부도 무슨 꿍꿍이 속이 있는지 숨기기에 급급할 때가 많고, 옆길로 새는 일도 잦다. 대의민주주의의 위기가 운위되는 까닭이다. 사.. 더보기
[책과 삶] 한국 20대의 슬픈 ‘알바 인생’ 88만원 세대 입력 : 2007-08-10 15:46:33 ▲88만원 세대…우석훈·박권일|레디앙 “20대여, 토플 책을 덮고, 바리케이드를 치고 짱돌을 들어라.” 이성과 합리성을 존중하고 권면해야 할 책의 메시지가 마치 시위를 선동하는 듯하다. ‘88만원 세대’라는 기발한 제목이 붙은 이 책을 읽어나가다 보면 실제로 가슴이 뛴다. ‘세대 간 불균형’이라는 구조적인 현안을 다룬 우리나라 초유의 ‘세대 경제학’ 책이라고 해도 좋을 듯하다. ‘88만원 세대’라는 도발적이고 상징적인 이름은 저자들이 짜낸 독특한 아이디어다. 비정규직 평균 임금 119만원에 20대 급여의 평균 비율인 74%를 곱하면 88만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이 88만원이 기껏해야 편의점과 주유소를 전전하는 한국 20대의 슬픈 ‘알바 인생’을 표징하는 것이.. 더보기
[책과 삶]“누가 세상 만들었나” VS “지나친 대중 영합주의” 입력 : 2007-07-27 15:45:10 ▲만들어진 신…리처드 도킨스|김영사 이 책의 출간 소식을 접하면 가장 불편하고 짜증스러워할 사람들은 종교계 지도자와 종교적 신념이 강한 신도들임에 틀림없다. 그것도 기독교와 가톨릭 교계 인사들일 게다. 독실한 신앙인일수록 그 강도는 정비례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잖아도 도발적인 글쓰기 때문에 세계에서 가장 전투적인 무신론자로 손꼽혀온 영국 과학자 리처드 도킨스에 대한 종교인들의 반감은 이미 만성화한 상태다. 문제의 과학전사(科學戰士) 도킨스가 펴낸 최신작 ‘만들어진 신(원제 The God Delusion)’은 종교에 대한 선전포고문이나 다름없다. 특히 ‘지적 설계’라는 새로운 방어무기를 장만한 창조론에 깊은 신뢰감을 가졌다는 기독교와 가톨릭교계 지도자들에 대한 .. 더보기
[책과 삶] 100년 전보다 잘사는데 왜! 우리는 우울할까요 입력 : 2007-07-13 16:54:08 ▲진보의 역설…그레그 이스터브룩|에코리브르 ‘진보의 역설’이란 제목만 보면 진보 비판서쯤으로 착각하기 쉽다. 실제로 총 415쪽 가운데 100쪽을 읽는 동안 한 보수주의자의 진보이데올로기 비판론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현실낙관론과 그 사례들이 끊임없이 펼쳐진다. 여기에다 서로 다른 목적으로 자기 나라 때리기에 여념이 없는 미국과 유럽 지식인들이나 시민단체, 정치인들에 대한 공격이 이어지는 걸 보면 책을 잘못 집어든 게 아닐까 하는 염려가 잠시 밀려든다. 그렇지만 이는 반전(反轉)을 노리는 전술이다. 핵심은 ‘우리는 왜 더 잘 살게 되었는데도 행복하지 않은가’라고 묻는 부제가 웅변한다. 그렇다고 단순 행복론이나 긍정 심리학 전도서라고만 치부하기도 어렵다. 그걸 다.. 더보기
[책과 삶] 닦고 씻고 화장하고 우린, 아직 더러운가 입력 : 2007-06-29 14:56:00 ▲ 깨끗함과 더러움… 조르주 비가렐로|돌베개 “깨끗함은 항상 더러움 속에서 나오고 밝음은 언제나 어둠 속에서 생겨난다(潔常自汚出 明每從晦生也).” 홍자성(洪自誠)의 ‘채근담(菜根譚)’에 나오는 명구이다. “진과 속이 별개의 것이 아니며, 더러움과 깨끗함이 둘이 아니다(眞俗一如 染淨不二).” 원효 대사가 ‘해골 바가지 물’을 마신 뒤 깨달음을 얻고 나서 던진 해탈선언이다. “(예수께서) 잡수시기 전에 손 씻지 아니하심을 이 바리새인이 보고 이상히 여기는지라. 주께서 이르시되 너희 바리새인들은 지금 잔과 대접의 겉은 깨끗이 하나 너희 속인즉 탐욕과 악독이 가득하도다. 어리석은 자들아, 밖을 만드신 이가 속도 만들지 아니하셨느냐.” 성경 누가복음 11장 38~40절.. 더보기
[책과 삶] 20C 들추면 ‘지식인의 위기’ 답이 있다 입력 : 2007-06-08 16:06:25 ▲서구 지성사 3부작…H 스튜어트 휴즈|개마고원 사법시험이나 행정고등고시 등에서 특정 기수에 인재가 몰리는 현상은 심심찮게 발견된다. 이런 현상은 어떤 조직에서나 어렵잖게 찾아볼 수 있다. 그것이 회사든 학교든 마찬가지다. 역사적으로 봐도 그런 경우가 흔하다. 대표적으로 공자, 노자, 석가, 소크라테스 같은 성인이나 위대한 사상가들이 한결같이 기원전 500년 전후 비슷한 시기에 태어나 활약했던 사례를 들 수 있다. 서유럽에서 1890년대 이후 40여년간은 20세기 인류 역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사상가와 지성인들의 역할이 두드러진 시기로 꼽힌다. 흔히 좁은 의미의 ‘세기말’로 통칭되는 19세기 말과 1차 세계대전을 거친 20세기 초를 관통하는 때다. 지그문트 .. 더보기
[책과 삶] 그가 ‘현재의 우리들’에 답하다 입력 : 2007-05-25 16:09:19 ▲소크라테스씨, 질문 있어요!…크리스토퍼 필립스|민음사 아리스토텔레스의 ‘형이상학’은 책상에 앉아 진중하게 독서하는 모습에 비유한다면, 크리스토퍼 필립스의 ‘소크라테스씨, 질문 있어요!’는 소파에 드러누워 편하게 읽는 자태를 상상하면 좋겠다. ‘현학적 철학자들의 난해한 사유하기’가 아닌 ‘보통사람들의 쉽게 철학하기’라고 보면 안성맞춤의 그림이 그려진다. 우선 저자 자신이 거리의 철학 전도사다. 대학교정이 아닌 저잣거리의 보통사람들에게 ‘철학적으로 생각하기’를 전파하고 나선 지 오래다. 책을 읽어나가다 보면 그의 전매특허인 ‘소크라테스 카페’에서 장삼이사(張三李四)들과 흥겹게 철학적 대화를 이끌어 나가는 광경이 선하게 떠오른다. 철학이 묻고 대답하고, 다시 묻고.. 더보기
[책과 삶]‘소설 로마’…황제들의 ‘이중성’을 읊다 입력 : 2007-05-11 15:53:30 ▲나는 황제 클라우디우스다 1~3…로버트 그레이브스|민음사 ▲막스 갈로의 로마 인물소설 1~3…막스 갈로|예담 로마제국만큼 다양한 문화상품으로 재현되는 역사 소재도 드물다. 책, 영화, 연극, 드라마, 음악, 발레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기 이를 데 없다. 책만하더라도 학술서적, 소설, 시집, 대중 역사서, 다큐멘터리, 여행기, 희곡 등 장르를 몇 손가락으론 꼽기 힘들 정도다. 이번 주엔 로마제국을 주제로 한 번역소설 두 종류가 독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모두 역사소설 가운데서도 일대기성 인물소설이라는 게 먼저 시선에 잡힌다. “또 로마야”할지 모르겠다. 그렇더라도 이 책들은 감흥으로 순위를 매기면 어디에도 뒤지고 싶지 않을 것이다. 흥미진진 운운하면 품격이나 위상에.. 더보기
[책과 삶] 동로마제국-‘반쪽 서양사’를 완성하다 입력 : 2007-04-20 16:10:42 ▲비잔티움 연대기…존 노리치|바다출판사 마치 반전을 거듭하는 드라마를 보는 듯한 진한 영상이 머릿속에 영롱하게 그려진다. 88명의 비잔티움 제국 황제, 그 주변에서 벌어지는 궁중 음모와 권력 암투, 암살과 쿠데타, 영웅과 여인, 장군과 악당, 전쟁을 둘러싸고 전개되는 기기묘묘한 전략전술과 외교의 세계가 살아 꿈틀거리듯 펼쳐진다. 여기에다 비잔티움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성상(聖像) 논쟁, 헤시카슴과 동서교회 통합논쟁 등이 짜릿하게 곁들여진다. 비잔티움의 대명사인 화려하고 현란한 예술세계도 맛깔스럽게 버무려진다. 오스만투르크의 메메드 2세가 콘스탄티노플을 점령하고 6년 뒤인 1459년 완공한 토프카피 궁전. 수려하면서도 호쾌한 필치는 ‘역사의 인디애나 존스’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