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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餘滴)

[여적] 부자들의 부유세 청원 한국 같은 풍토라면 약간은 의아해할 단체가 1997년 미국에서 만들어졌다. ‘책임지는 부자’(Responsible Wealth)란 이 단체는 척 콜린스 전 코닥 사장의 아이디어에서 나왔다. 콜린스는 변호사, 교수, 대기업 임원을 지낸 윌리엄 게이츠 시니어에게 공동회장을 맡아달라고 요청해 흔쾌한 동의를 이끌어냈다. 빌 게이츠 전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의 아버지다. 콜린스는 “게이츠 시니어가 처음 상속세 폐지를 막아야 한다는 말을 건넸을 때 농담인 줄 알았다”며 놀라워했다. 게이츠 시니어는 상속세가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세금이라고 믿는 사람이다. 그는 “부자들이 계속 욕심을 부리면 미국 자본주의와 민주주의는 망한다. 부자를 없애자는 것이 아니라 부자가 계속 이어지도록 하자는 것”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닌다. .. 더보기
[여적] 인천대교 천대교 입력 : 2009-10-16 17:58:27ㅣ수정 : 2009-10-16 17:58:28 다리의 역사는 길의 진화와 호흡을 같이한다. 미국 의사이자 선교사였던 호레이스 알렌은 에서 1900년 조선의 다리 모습을 이렇게 묘사했다. “조선의 다리는 놓았다 떼었다 할 수 있기 때문에 장마철이 되면 걷어치운다. 그렇지 않으면 호우에 떠내려간다. 장마철이 되면 누구나 그만한 불편쯤은 각오해야 한다.… 비가 쏟아지는 날이면 다리가 놓여있던 자리에 삯배가 있다. 물이 빠져 배도 띄울 수 없고, 그렇다고 다리도 부설되어 있지 않을 경우에는 대체로 징검다리로 건넌다. 이것도 저것도 없을 때엔 바지를 걷어붙이고 건너갈 수밖에 없다.” 이제 100여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문명과 문명을 이어주는 장대교량은 더 이상 교통.. 더보기
[여적]은행나무 입력 : 2009-10-09 18:17:02ㅣ수정 : 2009-10-09 18:17:04 가을이면 황금빛으로 물들어 사랑과 낭만, 희망과 장수의 상징인 은행나무는 모든 나무들의 시조 격이다. 3억년 전쯤 등장해 지구촌의 생명체들이 빙하기와 재해로 깡그리 사라질 때도 꿋꿋하게 은행나무는 살아남았다. 일본에 원자폭탄이 떨어져 폐허가 됐을 때도 은행나무는 너끈히 생존해 이듬해 싹이 돋았다고 한다. 그래선지 ‘살아 있는 화석’으로 불린다. 혈액순환제인 ‘징코민’이라는 약은 넘치는 생명력을 갖고 있는 은행나무의 추출액을 이용해 만든 것이어서 이런 이름이 붙여졌다. 은행나무가 ‘징코 빌로바’(Ginkgo Biloba)라는 학명을 얻게 된 데는 어이없는 이유가 있다. 스웨덴 식물학자 카를 폰 린네는 은행나무에 ‘Gi.. 더보기
[여적] 북한 헌법 입력 : 2009-09-25 18:10:01ㅣ수정 : 2009-09-25 18:10:03 북한 헌법은 이념적인 조항들을 제쳐두고라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 적지 않다. 우선 수도와 국가(國歌)를 헌법조항에 담은 게 남한 헌법과의 차이점이다. 수도의 경우 1948년 제정된 북한 헌법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수부(首部·수도)는 서울시다’라고 규정했으나 1972년 개정 헌법부터 ‘서울’에서 ‘평양’으로 바꿨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 행정수도 건설 문제가 ‘관습헌법’이란 용어를 동원한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에 따라 화젯거리로 떠오른 것도 수도 규정이 없는 헌법 때문이었다. 또 국민소환, 망명권, 선거 연령, 의무교육 연한의 11년 규정 등을 명시한 게 남한 헌법과 다르다. 반대로 영토조항을 규정하지 않은 것도 우.. 더보기
[여적]노동 3권 입력 : 2009-09-18 17:55:57ㅣ수정 : 2009-09-18 17:55:57 천재화가 빈센트 반 고흐는 낯선 사람은 피하고 아는 사람만 모델로 초상화를 그렸다고 한다. 외형을 똑같이 그리는 기술이 중요한 게 아니라 모델의 내면을 생생하게 표현하는 게 관건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고흐는 무엇보다 그 사람의 내면 빛깔을 손 모양 속에 담았다. 고흐가 그린 ‘감자먹는 사람들’에서 농부들의 손을 보면 소박한 밥상 위로 감자를 나누는 손이 선명하게 보인다. 굳은살이 박인 농부들의 손에서 노동의 신성함이 배어 나온다. 고흐는 노동을 가장 신성한 주제로 삼았다. ‘베짜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고흐가 노동과 농민, 노동자에게 애정을 쏟은 데는 프랑스 탄광지역을 다룬 에밀 졸라의 장편소설 과 서민화가 장 .. 더보기
[여적]부부의 침대 입력 : 2009-09-11 17:53:04ㅣ수정 : 2009-09-11 17:53:05 미국 부부의 62%만 배우자와 늘 같은 침대에서 잠을 잔다고 한다. 세계에서 수면에 관해 가장 권위 있는 기관으로 평가받는 미국 국립수면재단의 조사 결과다. 부부가 같은 침대에서 자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고 의무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두 사람이 잠자리를 함께하는 것은 기실 좋은 점보다 불편한 점이 많다. 코골이, 잠꼬대, 몸부림, 이갈기, 이불 경쟁, 자다가 화장실 가기, 상대방 밀어내기, 좋아하는 침실 온도의 차이 등 잠자리를 함께할 때 감내해야 할 문제는 숱하게 많다. 폴 로젠블라트 미네소타대 가족사회학 교수는 (커뮤니케이션북스)에서 잠자리를 함께하는 이유를 안전감과 친밀감 때문이라고 대답한 부부가 많다고 전한다... 더보기
[여적]사자와 호랑이의 두뇌 입력 : 2009-09-04 18:04:12ㅣ수정 : 2009-09-04 18:04:13 사자와 호랑이는 심심하면 호사가들의 비교 대상이 되곤 한다. 주로 ‘백수(百獸)의 제왕’과 ‘밀림의 왕자’ 중 누가 힘이 더 셀까에 관심이 쏠린다. 두 동물은 같은 고양잇과에 속해 생태 특성이나 생리해부학적으로 닮은 점이 많지만 대조적인 것도 숱하다. 체격은 호랑이가 크고 더 무거우나 키는 사자가 더 크고 늘씬하다. 잔인성과 공격력에서는 호랑이가 한걸음 앞선다. 사자는 속도가 상대적으로 빠르다. 호랑이가 평균시속 45~50㎞인 것에 비해 사자는 시속 65㎞를 너끈히 유지한다. 먹잇감을 20m가량 전방에 두고 급작스레 전속력으로 내달려 앞발과 송곳니로 쓰러뜨린다. 사자는 사람 18명이 들지 못하는 물소의 사체를 머리로.. 더보기
[여적]나로호와 과학 진흥 입력 : 2009-08-28 18:00:21ㅣ수정 : 2009-08-28 18:00:22 얼마전 한 인터넷 사이트에 올라왔던 ‘이공계가 서러울 때’라는 글이다. ‘5명의 평범한 사람과 한 사람의 경제학과 교수가 식사를 하고 있었다. 식사를 하는 도중 경제학과 교수가 주식 투자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다. 5명의 사람들은 모두 인생에 도움 되는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경청하였다. 5명의 평범한 사람과 한 사람의 미대 교수가 식사를 하고 있었다. 식사를 하는 도중 미대 교수가 빈센트 반 고흐의 ‘르노강의 별이 빛나는 밤’에 대한 이야기를 하였다. 5명의 사람들은 재미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경청하면서 그 교수가 교양이 풍부한 사람이라고 칭찬하였다. 5명의 평범한 사람과 한 사람의 법대 교수가 식사를 하고 있었다. .. 더보기
[여적]동고동락 입력 : 2009-08-21 17:49:31ㅣ수정 : 2009-08-21 17:49:32 독보적인 선승(禪僧) 가운데 한 분이었던 만공 스님의 입적 일화는 특기할 만하다. 그는 거울 앞에서 ‘이 사람 만공, 자네와 나는 70여년을 동고동락(同苦同樂)했는데 오늘이 마지막일세. 그동안 욕봤네’하고선 눈을 감았다고 한다. 괴로움도 즐거움도 함께 나눈다는 동고동락은 바늘과 실의 관계다. 말의 탄생 설화부터 그렇다. 옛적에 동고와 동락이란 사람이 얼마나 친하고 살갑게 지내는지 주위 사람들로부터 부러움을 무척 많이 샀다. 동고와 동락은 같이 살면서 떨어지지 않았다. 그 뒤부터 둘이 떨어지지 않고 같이 지내는 걸 보고 사람들은 동고와 동락 같다고 했다. 영화감독 박찬욱의 가훈은 ‘아니면 말고’라고 한다. 아무리 열심.. 더보기
[여적]노벨상 경제학자의 아파트 입력 : 2009-08-14 17:55:10ㅣ수정 : 2009-08-14 17:55:12 일본의 가장 큰 콤플렉스 가운데 하나가 집이라는 건 이제 뉴스도 아니다. 빌리 브란트 전 서독총리가 ‘토끼집’이란 말로 일본인의 삶의 질을 은근히 깎아내렸을 정도다. ‘부유한 국가, 가난한 국민’이라는 역설적인 표현이 생긴 데도 비싼 가격에 비해 좁아터진 일본인의 집이 적잖게 기여했다. 일본인들이 듣기 싫어하는 말의 하나가 ‘평생 구경할 수 없고 살 수도 없는 한국 아파트’라는 얘기도 있다. 1980년대 말 일본이 미국 마천루와 거대회사들을 거침없이 사들일 때도 미국인들은 잔디 정원이 딸린 넓은 집을 갖춘 자신들의 삶의 질을 내세우며 자위했다. 집에 관한 한 미국인들은 어떤 선진국 국민보다 자부심이 크고 집착도 강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