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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에서

전설을 역사로 만든 슐리만 입력 : 2008-09-19 17:47:59ㅣ수정 : 2008-09-19 17:48:14 고대 그리스 도시국가 트로이를 신화가 아닌 역사적 사실로 복원한 고고학계의 신화적인 거목 하인리히 슐리만(1822~1890). 그에 대한 후세의 평가는 마냥 우호적이지만 않다. 엄청난 돈을 벌어 어릴 적 꿈인 트로이 유적 발굴을 끝내 실현하지만 고고학자도 발굴자도 아닌, 보물에 눈이 먼 도굴꾼일 뿐이라는 혹평까지 따라다닌다. 슐리만은 유적 발굴자이면서 동시에 귀중한 유적의 훼손자라는 오명도 남아 있다. 해서 오늘날 위인전에 그의 이름이 오르는 것에 불만인 사람들도 없지 않다. 하지만 아버지로부터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은 ‘어린이를 위한 역사이야기’와 호메로스의 서사시 ‘일리아드’에 감명 받아 트로이 문명을 현실로 입증.. 더보기
‘성숙한 종교’ 보고싶다 입력 : 2008-09-05 17:32:52ㅣ수정 : 2008-09-05 17:32:54 영국 역사가 아놀드 토인비는 종교의 본질을 ‘자기중심주의의 극복’이라고 규정했다. 어떤 종교가 참 종교냐 하는 잣대는 신도들을 이기적으로 만드느냐 희생적으로 만드느냐에 달려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고대 인도 아소카왕의 비문에 적힌 칙령 8호는 종교의 배타주의와 획일주의를 한층 구체적으로 경계한다. “누구나 자신의 종교만을 숭앙하고 다른 종교를 저주해서는 안 된다. 여러 가지 이유로 다른 종교도 존중해야 한다. 자신의 종교를 전파하면서 다른 종교에도 봉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누구나 자신의 종교에 무덤을 파는 것이며 다른 종교에 해를 끼치는 것이다. 다른 종교의 가르침이나 교의에도 귀를 기울이라.” 스위스 종교학자.. 더보기
생태계와 공존하는 경제 입력 : 2008-08-29 17:38:06ㅣ수정 : 2008-08-29 17:38:18 이명박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저탄소 녹색 성장’을 새로운 경제정책의 기치로 내세운 뒤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성장 일변도’에서 ‘지속가능한 성장’으로 정책노선을 바꿨다는 분석이지만 긍정적인 반응보다 비판이 더 많은 편이다. ‘녹색 성장’은 이제 선택이 아닌 당위의 문제임에도 그렇다. 후쿠다 야스오 일본 총리가 지난 6월 발표한 ‘저탄소 사회 비전’의 복사판이라는 표절 시비에서부터 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7·4·7 전략’(연 7% 경제성장률, 1인당 소득 4만달러, 7대 경제강국 도약)에 분칠한 짝퉁이라는 비판론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치밀한 사전 준비가 없는 즉흥적인 전략이라거나 국면 전환을 겨냥한 ‘정.. 더보기
집값·땅값이 아닌삶의 가치를 높이는 도시 입력 : 2008-08-22 17:26:49ㅣ수정 : 2008-08-22 17:26:57 세계인들이 가장 부러워하는 이상적인 도시라면 대개 브라질의 생태도시 쿠리치바를 먼저 든다. 쿠리치바에 붙은 찬사를 꼽기엔 손가락이 모자랄 지경이다. 로마클럽은 ‘희망의 도시’라고 명명했고, 시사주간지 타임은 ‘지구에서 환경적으로 가장 올바르게 사는 도시’로 뽑았다. 시사주간지 유에스뉴스앤드월드리포트는 ‘세계에서 가장 현명한 도시’라는 최상의 헌사를 바쳤다. 이 밖에도 ‘꿈의 도시’ ‘존경의 수도’ ‘문화생태도시’ ‘생태혁명 도시’ ‘도시혁명의 선구자’ ‘지속가능한 복지·환경 도시’ 등 끝이 없다. 오늘의 쿠리치바를 만든 주역이 세 차례에 걸쳐 25년간 시장을 지낸 건축가 자이메 레르네르라는 사실은 잘 알려진 대로다... 더보기
자유와 저항의 한국 현대사 입력 : 2008-08-15 17:17:09ㅣ수정 : 2008-08-15 17:17:18 “현대사를 쓴다는 것은 어렵다.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의 정신을 정의한다는 것은 더욱 어렵다.” 영국 비평가 존 애딩턴 시먼즈의 이 촌평은 한국 현대사에 대입하면 더욱 적실하다. 그러잖아도 한국사연구회, 한국역사연구회를 비롯한 14개 역사학회가 정부 주도의 ‘건국 60주년’ 행사와 사업을 강력하게 비판하고 나서는 등 우리 현대사를 둘러싼 논쟁은 여름날의 무더위만큼이나 뜨겁다. 뉴라이트 계열이 주축이 된 일부 학자들의 말만 곧이듣는 이명박 정부가 ‘건국 60주년’ 기념사업을 통해 자칫 일제의 식민지배를 미화하고 특정인을 ‘국부’로 만들려는 저의를 갖고 있지 않으냐는 비난을 받고 있다. 정부 수립이냐, 건국이냐의 문제는.. 더보기
침통한 노동의 미래 신통한 대안도 없다 입력 : 2008-08-08 17:23:35ㅣ수정 : 2008-08-08 17:23:39 이솝 우화 ‘개미와 베짱이’의 현대판 버전들은 노동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풍자한다. 개미가 여름 내내 땀을 흘리며 일하는 동안 노래만 부르던 베짱이가 겨울에 음반을 내고 콘서트도 열어 엄청난 돈을 벌었다는 개정판은 지식사회의 단면을 반영한다. 반면에 일을 많이 한 개미가 허리를 다쳐 입원했다는 풍유는 과로 방어와 휴식의 중요성을 파고든다. 노래만 부르던 베짱이가 겨울에도 개미를 찾아가 구걸하지 않고 국가의 복지수당으로 잘 먹고 잘 살았다는 끝맺음은 북유럽 노동자들과 비교할 때 등단하곤 한다. 이처럼 익살과 해학의 소재가 되는 노동은 기실 더없이 신성하게 다뤄지는 명제다. 피렌체의 성 안토니오가 남긴 잠언의 물결은 넓.. 더보기
스포츠의 정치학 입력 : 2008-08-01 17:47:22ㅣ수정 : 2008-08-01 17:47:35 “그럴 바엔 중국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축구팀이 없는 나라가 되자.” “중국 환관(내시)팀이라고 명명하는 게 어때?!” “차라리 사형수를 뛰게 하라.” 중국이 남아공 월드컵 축구대회 예선에서 탈락한 후 국민들의 분노는 이처럼 하늘을 찌르는 듯했다. 자긍심의 표상인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있지만 ‘축구재앙’으로 말미암아 ‘신중화주의’ 꿈의 한 축이 무너졌다는 허탈과 배신감으로 가득 찼다. 중국인들에게 월드컵 예선 조기 탈락은 ‘민족적 죄악’과 동의어였다. 스페인 작가 마누엘 바스케스 몬탈반은 ‘바르카’란 별칭으로 더 유명한 FC 바르셀로나 축구단을 이렇게 묘사한다. “나라 없는 국민의 웅장한 무기다. 바르카 팀의 승리는 .. 더보기
日 우경화의 뿌리 캐기 입력 : 2008-07-25 17:45:25ㅣ수정 : 2008-07-25 17:45:35 이토 슌야 감독의 일본 영화 ‘프라이드:운명의 순간’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전시내각 총리였던 1급 전범 도조 히데키가 미국과 싸운 영웅담으로 장엄하게 그려졌다. 이 영화는 일본 우익 지식인들이 주장하는 이른바 ‘자유주의 사관’의 영화판본이다. 10년 전 이 영화가 출시되자 한국·중국을 비롯한 세계 각지에서 비판 여론이 거셌으나 일본에서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상영됐다. 감독 이토는 그때 이렇게 외쳤다. “일본인들이여, 제발 이제 타이타닉 그만 좀 보고 이 영화를 봐 달라. 이 영화를 봐야만 올바른 일본인이 될 수 있다.” 도쿄도지사 이시하라 신타로가 원작, 각본, 총제작까지 맡은 영화 ‘나는 당신을 위해 죽으러 간.. 더보기
독도를 읽다, 깨닫다 입력 : 2008-07-18 17:51:32ㅣ수정 : 2008-07-18 17:51:33 독도는 이름만큼이나 늘 외로운 섬이었다. 이곳의 토종동물 강치가 멸종된 뒤 독도는 더욱 외로움을 탄다. 가지도나 가제바위는 모두 강치가 많았기 때문에 붙여진 독도의 옛 이름이다. 이익(李瀷)의 ‘성호사설’에도 강치의 옛 이름인 가지어(嘉支魚)가 나온다. 독도에서 강치를 사라지게 한 주범은 물어보나마나 일본이다. 죄목은 남획. 모피와 기름에 눈이 어두웠던 일본인들은 일제 강점기 때 강치의 씨를 말리고 말았다. 천연기념물 336호. 이 외로운 독도에 대한 대한민국 국민의 사랑은 지대하다 못해 뜨겁다. 일본이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는 날이면 사랑의 온도는 펄펄 끓는다. 하지만 사랑과 관심의 크기에 비해 독도에 대해 아는 것.. 더보기
‘석유 종말’ 왜 대비하지 않나 입력 : 2008-07-11 17:59:14ㅣ수정 : 2008-07-11 17:59:31 “열역학 지식을 습득해서 생활에 활용하도록 해라. 에마야, 네가 은퇴할 나이가 될 때쯤에는 세계의 석유 생산량은 지금의 5분의 1로 줄어들 것이다.” 케니지 S 데페이에스 프린스턴대 석유지질학 명예교수는 2002년 출간된 ‘파국적인 석유 위기가 닥쳐오고 있다’라는 저서에서 두 살 난 손녀에게 남기는 충고로 마무리했다. 저명한 석유전문가인 데페이에스 교수는 미증유의 석유위기가 도래하기 때문에 이라크 전쟁보다 에너지절약 기술개발이 더욱 시급하다고 경고한 바 있다. 세계의 석유생산량이 2008년쯤 정점에 달한 뒤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것은 물론 다시는 증가세로 돌아서지 못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의 예언은 그대로 적중하고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