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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에서

문명이 파라다이스인가 입력 : 2008-11-28 17:34:48ㅣ수정 : 2008-11-28 17:34:56 “슬픈 열대는 우리의 문명을 돌이켜 비춰주는 슬픈 자화상과 같다. 탐욕의 세상, 물질적 풍요의 세상이 결국 인류를 불행으로 몰아가는 비극적 파라다이스를 예고하는 것이기도 하다.” ‘슬픈 열대’란 이름의 국내 사진가 모임이 낸 두 번째 작품집 에 나오는 구절이다. 열명으로 이루어진 ‘슬픈 열대’ 모임은 프랑스의 구조주의 인류학자 클로드 레비-스트로스(1908~)의 명저 제목이자 세상 읽기의 방식을 빌려온 것이다. ‘모든 사진은 해석을 위해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바라본 세상은 카메라 너머의 슬픈 운명적 자화상과 교감한다. ‘슬픈 열대’는 존재와 삶의 뒷면을 통찰하고 물질문명의 세계에서 만인이 잃어버리고 사는 슬픈.. 더보기
한옥, 다시 사랑받을까 입력 : 2008-11-21 17:42:41ㅣ수정 : 2008-11-21 17:42:43 어언 40년째 한옥에서 살고 있는 미국인 피터 바돌로뮤는 이론적으로 완전 무장한 한옥 전도사다. 서울 동소문동의 80년 넘은 전통 한옥에서만 35년째 산다. 그는 1968년 평화봉사단원으로 강릉의 조선시대 고택 선교장(船橋莊)에 머물기 시작하면서 한옥의 매력에 사로잡혔다. 한국에 눌러앉은 것도 한옥에 매료됐기 때문이다. 그에게 전통 한옥은 단순한 주거 공간이 아니다. 자연 속에 녹아 든 전통미와 사방이 열려 있는 동양적 여백미를 갖춘 예술품이다. 그의 한옥예찬은 비교건축론으로 기를 죽인다. “중국 전통 건축물은 ‘나는 이렇게 부자고 힘이 세다’는 오만한 느낌을 준다. 일본 전통 건축물은 너무 깔끔해서 정이 가지 않는.. 더보기
장자의 꿈과 사이버세계 입력 : 2008-11-14 17:27:14ㅣ수정 : 2008-11-14 17:27:29 ‘아바타’라는 말이 대중화한 결정적 계기는 1992년 첫 출간된 닐 스티븐슨의 SF소설 다. 이 소설에 나오는 가상의 나라 ‘메타버스’에 들어가려면 누구나 ‘아바타’라는 가상의 신체를 빌려 활동을 해야 한다. 가상사회는 이 소설이 나온 뒤부터 웹상에서 몰라보게 늘어나기 시작했다. 분신·화신을 뜻하는 산스크리트어 ‘avataara’에서 유래한 ‘아바타’는 사이버 공간에서 사용자의 역할을 대신하는 애니메이션 캐릭터다. ‘아바타’는 인터넷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면서 가상현실게임, 웹 채팅 등에서 자신을 나타내는 그래픽 아이콘을 나타내게 됐다. 는 너무나 빨리 변하는 과학 현실에서 매력이 반감된 소설일지 모르나 2005년 .. 더보기
다름은 틀림이 아니다 입력 : 2008-11-07 17:25:23ㅣ수정 : 2008-11-07 17:25:32 결혼 이주민이나 외국인이 ‘다르다’와 ‘틀리다’는 말을 자신도 모르게 구별하지 않고 쓸 정도가 되면 “한국사람이 다 됐다”고 한다. 이방인들이 한국생활에서 처음 마주치는 어려움 가운데 하나가 ‘다른 사람’이 아닌 ‘틀린 사람’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다르다’와 ‘틀리다’가 혼용되는 까닭을 ‘다르다’는 것이 오류인 것처럼 사회적으로 인식되거나 개개인의 심층의식에 똬리를 틀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기도 한다. 머리로는 다름을 인정하면서도 가슴으로는 그걸 받아들이지 않아서다. 또 다른 가설은 ‘틀리다’와 ‘다르다’를 별 구분 없이 사용하는 일본어가 일제시대를 관통해온 한국어에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이다. 국어학자들이 입증하.. 더보기
‘불안’ 극복의 길 있나 입력 : 2008-10-31 17:33:23ㅣ수정 : 2008-10-31 17:33:27 덴마크 철학자 쇠렌 키에르케고르는 네로 황제가 로마에 불을 지르고 대학살을 자행한 것과 희대의 바람둥이 돈 후안이 1500여명의 여성을 농락한 것도 불안에서 비롯됐다는 색다른 주장을 편다. 키에르케고르는 모든 인간이 아담으로부터 죄성(罪性)을 상속받았다는 기독교 교리에 대해서도 반기를 높이 들었다. 불안의 탈출구를 찾지 못할 때 죄를 범하게 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일생 동안 불안을 껴안고 더불어 살다시피한 그는 모든 존재가 자신을 불안하게 한다고 믿었다. 키에르케고르의 관점을 받아들인다면 도처에서 급증하는 불안도 새삼스러울 것은 없다. 불안은 인간 내면의 가장 본질적 요소인 셈이다. 하지만 요즘 들어 불안도 세계.. 더보기
악은 과연 평범할까 입력 : 2008-10-24 17:37:55ㅣ수정 : 2008-10-24 17:38:09 Keyword Link | x 경악할 만한 범죄 사건을 접할 때마다 먼저 떠오르는 것은 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이란 말이다. 지난 20일 새로운 한 주일의 출근 무렵 서울 논현동 고시원에서 불을 지르고 흉기를 마구 휘둘러 무고한 6명을 살해한 정 모씨의 끔찍한 범행도 예외는 아니다. 구속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서 “잘못했습니다. 반성하고 있습니다”라고 되풀이한 정씨의 순간적 모습은 악한과 거리가 멀어보였다. 최근 암으로 투병 중인 이해인 수녀에게 쾌유를 기원하는 편지를 보냈다는 ‘희대의 탈옥수’ 신창원씨에게서도 흡사한 느낌을 받는다. 아렌트는 수백만 명의 유대인 학살을 지휘했던 아돌프 아이히만이 성격 파탄.. 더보기
자살 극복의 묘책 입력 : 2008-10-17 17:53:30ㅣ수정 : 2008-10-17 17:53:37 누구나 일생 동안 한 번쯤은 자살을 꿈꾼다고 정신분석학자들은 말한다. 삶에는 차마 견디기 힘든 고비가 찾아오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알베르 카뮈는 단언한다. “참으로 위대한 철학의 문제는 하나밖에 없다. 그것은 자살이다. 인생을 괴로워하며 살 값어치가 있는지를 판단하는 게 철학의 기본적인 질문에 답하는 것이다.” 악성 베토벤도 말년에 자살 충동으로 고심참담했다. 하지만 음악에 대한 열정이 그의 자살을 막았다. “나는 본래부터 천성이 밝은 사람이다. 남과 사귀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남과 헤어져서 고독한 생활을 한다는 것이 정말 싫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좀더 큰 소리로 말해 주시오. 나는 귀가 잘 .. 더보기
탐욕의 거리, 월스트리트 입력 : 2008-10-10 17:32:47ㅣ수정 : 2008-10-10 17:32:51 “탐욕스러운 월스트리트 금융귀족들의 실패를 왜 납세자의 돈으로 구제해야 하느냐. 월스트리트 스스로 구제금융 자금을 조성하라.” 부시 미 행정부가 마련한 7000억달러 구제금융안을 연방 하원에서 처음 표결할 당시 반대표를 던진 의원들의 격앙된 주장이다. 표결 토론을 보면서 마이클 더글러스에게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안겨준 영화 가 먼저 떠올랐다. 이 영화에서 기업 사냥꾼인 주인공 고든 게코(더글러스)는 텔다 페이퍼 주주총회에서 소리 높여 연설한다. “탐욕은 좋은 것입니다. 탐욕은 옳은 것입니다. 탐욕은 효과가 납니다. 탐욕은 명료하게 하고, 헤치고 나가게 하며, 전진하는 정신의 진수(眞髓)를 북돋웁니다. 탐욕, 그 모든.. 더보기
무릇 글을 쓴다는 것은 입력 : 2008-10-03 16:42:34ㅣ수정 : 2008-10-03 16:42:37 서양문학을 공부하다 보면 반드시 만나게 되는 게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이듯이 동양문학의 숲에 들어서면 유협의 ‘문심조룡’(文心雕龍)을 지나칠 수 없다. 중국 근대문학의 큰 별 루쉰이 서양에 ‘시학’이 있다면 동양에는 ‘문심조룡’이 있다고 어깨를 으쓱한 것도 그 때문이리라. 중국에는 문장을 논하자면 ‘문심조룡’이고, 역사를 논하자면 ‘사통’(史通·당나라의 유지기가 지은 중국 최초의 사학 이론서)이라는 말도 있다. 소설가 이문열도 초년 시절 위진남북조 시대의 중국 문학 이론서 ‘문심조룡’을 자신의 문학 수원지(水源池)라고 소개한 적이 있을 정도다. 일반인들에게 다소 생소하지만 동양문학사에서 ‘문심조룡’의 위상을 상징하.. 더보기
신자유주의의 계산 착오 입력 : 2008-09-26 17:45:03ㅣ수정 : 2008-09-26 17:45:11 “미국 경제가 전례 없는 도전에 직면해 있고 우리는 전례 없는 조치로 응전하고 있다. 금융시장이 미국인의 일상생활에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에 비춰 정부의 개입은 당연하고도 기본적인 책무이다.” 지난 19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발등에 떨어진 금융위기의 불을 끄기 위해 공적자금 투입과 전방위 시장 개입에 나서면서 비장하게 선언한 말이다. 존 매케인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도 적절한 시장개입이 필요하다고 맞장구를 쳤다. 이는 작은 정부, 규제 완화, 금융시장에 대한 정부의 직접 개입 금지로 대표되는 신자유주의의 사망선고나 다름없어 보인다. 신자유주의의 대부인 로널드 레이건 시대의 확실한 종언이라는 목소리만 들려온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