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餘滴)'에 해당되는 글 170건

  1. 2009.10.23 [여적] 부자들의 부유세 청원
  2. 2009.10.16 [여적] 인천대교 (2)
  3. 2009.10.09 [여적]은행나무
  4. 2009.09.25 [여적] 북한 헌법 (1)
  5. 2009.09.18 [여적]노동 3권
  6. 2009.09.11 [여적]부부의 침대 (2)
  7. 2009.09.04 [여적]사자와 호랑이의 두뇌 (3)
  8. 2009.08.28 [여적]나로호와 과학 진흥 (4)
  9. 2009.08.21 [여적]동고동락 (1)
  10. 2009.08.14 [여적]노벨상 경제학자의 아파트 (2)

 


한국 같은 풍토라면 약간은 의아해할 단체가 1997년 미국에서 만들어졌다. ‘책임지는 부자’(Responsible Wealth)란 이 단체는 척 콜린스 전 코닥 사장의 아이디어에서 나왔다. 콜린스는 변호사, 교수, 대기업 임원을 지낸 윌리엄 게이츠 시니어에게 공동회장을 맡아달라고 요청해 흔쾌한 동의를 이끌어냈다. 빌 게이츠 전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의 아버지다. 콜린스는 “게이츠 시니어가 처음 상속세 폐지를 막아야 한다는 말을 건넸을 때 농담인 줄 알았다”며 놀라워했다. 게이츠 시니어는 상속세가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세금이라고 믿는 사람이다. 그는 “부자들이 계속 욕심을 부리면 미국 자본주의와 민주주의는 망한다. 부자를 없애자는 것이 아니라 부자가 계속 이어지도록 하자는 것”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닌다.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다. 올해 쉰살인 콜린스도 이미 스물여섯살 때 상속재산 50만달러를 기부하면서 주목받았다.

‘책임지는 부자’의 회원 자격은 미국 내에서 연봉이나 순자산 기준으로 상위 5%에 들어야 한다. 현재 회원수는 100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이츠 부자 외에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조지 소로스, 석유왕 후손인 데이비드 록펠러 시니어, CNN 창업자 테드 터너, 인텔 명예회장 고든 무어 같은 부자들이 포함돼 있다. 배우 폴 뉴먼도 생전에 회원으로 활동했다.

이들의 주장은 상속세·주식 배당 소득세 폐지 반대, 공평과세, 근로자들의 최저임금 인상,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 확대, 최고경영자들의 연봉과 혜택 축소다. 이 단체는 민간 시민단체인 ‘공정경제연합’(UFE) 산하에 등록돼 있다. 1998년 이후 해마다 ‘공평과세 서약’ 행사를 펼치고 부자들의 모임인 로타리클럽 회원들에게는 의식화 교육까지 벌이고 있다고 한다. 이들은 2001년 5월 뉴욕타임스에 상속세 폐지 반대 광고를 실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독일의 일부 갑부들이 부유세 재도입 청원을 시작해 화제가 되고 있다. “필요하지 않은 돈이 너무 많다”는 게 이유다. 이들은 앞으로 미국의 ‘공정경제연합’ 같은 단체도 만들 계획이라고 한다. 탈법·편법 상속을 대수롭잖게 여기고 출처가 불분명한 돈으로 해외 호화주택 매입에 바쁜 재벌들, 부자 감세를 종교처럼 신봉하는 한국의 정치지도자들이 이 소식을 들으면 무슨 생각이 들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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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학순


천대교 입력 : 2009-10-16 17:58:27수정 : 2009-10-16 17:58:28

다리의 역사는 길의 진화와 호흡을 같이한다. 미국 의사이자 선교사였던 호레이스 알렌은 <조선견문기>에서 1900년 조선의 다리 모습을 이렇게 묘사했다. “조선의 다리는 놓았다 떼었다 할 수 있기 때문에 장마철이 되면 걷어치운다. 그렇지 않으면 호우에 떠내려간다. 장마철이 되면 누구나 그만한 불편쯤은 각오해야 한다.… 비가 쏟아지는 날이면 다리가 놓여있던 자리에 삯배가 있다. 물이 빠져 배도 띄울 수 없고, 그렇다고 다리도 부설되어 있지 않을 경우에는 대체로 징검다리로 건넌다. 이것도 저것도 없을 때엔 바지를 걷어붙이고 건너갈 수밖에 없다.”

이제 100여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문명과 문명을 이어주는 장대교량은 더 이상 교통을 위한 고가구조물만이 아니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로 인도의 타지마할을 꼽는 이가 많다. 건축물의 분야별로 따지면 ‘다리’라고 대답하는 토목기술자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뭇 시인들이 시상을 떠올리는 곳이 다리이고, 숱한 예술과 영화의 소재도 다리이고 보면 그럴 법하다. 다리는 로망스와 판타지의 상징이기도 하다. 파리의 미라보 다리, 퐁네프, 퐁데자르, 매디슨 카운티 다리, 콰이강의 다리, 베니스의 리알토 다리, 보스니아 모스타르의 스타리 모스트….

원나라 때 베이징을 찾은 마르코 폴로에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다리가 루거우차오(盧溝橋)였다. 훗날 중일전쟁의 비극이 서린 곳이다. 몇 년 전 미국 토목기술자협회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10대 다리’에는 시드니 하버 다리, 샌프란시스코 금문교, 캐나다 퀘벡교, 영국 포스교, 포르투갈 타구스교, 일본 아카시해협대교와 세토대교, 런던 타워 브리지, 프랑스 미요교에다 섬과 섬을 연결하는 신 개념 하이웨이 영종대교가 포함됐다. 영종대교는 특히 세계적인 건축잡지 ‘아키텍’이 뽑은 ‘야경이 가장 아름다운 다리’다.

‘바다 위 고속도로’ 인천대교가 4년4개월간의 대역사를 마치고 어제 마침내 개통됐다. 국내 최장·세계 7번째로 긴 또 하나의 랜드마크다. 아름다운 서해 낙조와 어우러진 다리는 한 폭의 수채화다. 반면에 삭막하고 무미건조한 한강대교들과 이와 흡사한 전국의 다리들을 보면 문화 격차를 절감한다. 그저 길고 웅장한 다리가 아니라 미학과 문화가 꿈틀거리는 다리가 그리울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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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학순

입력 : 2009-10-09 18:17:02수정 : 2009-10-09 18:17:04

가을이면 황금빛으로 물들어 사랑과 낭만, 희망과 장수의 상징인 은행나무는 모든 나무들의 시조 격이다. 3억년 전쯤 등장해 지구촌의 생명체들이 빙하기와 재해로 깡그리 사라질 때도 꿋꿋하게 은행나무는 살아남았다. 일본에 원자폭탄이 떨어져 폐허가 됐을 때도 은행나무는 너끈히 생존해 이듬해 싹이 돋았다고 한다. 그래선지 ‘살아 있는 화석’으로 불린다.

혈액순환제인 ‘징코민’이라는 약은 넘치는 생명력을 갖고 있는 은행나무의 추출액을 이용해 만든 것이어서 이런 이름이 붙여졌다. 은행나무가 ‘징코 빌로바’(Ginkgo Biloba)라는 학명을 얻게 된 데는 어이없는 이유가 있다. 스웨덴 식물학자 카를 폰 린네는 은행나무에 ‘Ginkyo’라는 학명을 지어 주었다. ‘은행’(銀杏)의 일본식 발음이다. 출판사 식자공이 잘못해 y를 g로 심었고 교정과정에서도 발견되지 않아 ‘Ginkgo’로 정착돼 버렸다.

징코민을 처음 개발한 독일은 자기 나라 은행나무 잎에서 이를 발견했다. 지금은 징코민 함유량이 가장 많은 것으로 밝혀진 한국의 은행나무 잎을 가져다 쓰고 있다. 원산지인데다 인건비가 싼 중국 것을 가져다 만들어봤지만 놀랍게도 징코민 성분이 한국 것에 비해 태부족이기 때문이다.

은행나무 잎이 유럽인에게는 은밀한 연모의 정을 상징하는 것이었다. 예순여섯 살의 괴테는 서른다섯 살 연하인 연인 마리안네에게 비밀스러운 의미가 담겨있는 은행나무 잎을 전하고 시를 지은 것으로 유명하다. ‘본래 하나의 잎새인 것이 둘로 나뉜 것일까? 딱 어울리는 두 잎이 맞대어 놓여 하나처럼 보이게 된 걸까?’ 유럽에서 공원들이 본격적으로 만들어진 19세기 초부터 아름다운 관상수로 은행나무가 인기를 끈 것은 괴테의 영향이 적지 않다는 설이 전해진다. 우리 선조들은 사랑의 징표로 은행 알을 선물로 주고받거나 몰래 나눠 먹었다. 날이 어두워지면 동구 밖에 있는 은행나무를 돌며 사랑을 다지기도 했다. 서울 정동길이 연인들에게 인기를 끄는 것도 은행나무의 정취 덕분이다.

은행나무가 인기 있는 가로수에서 밀려나고 있다고 한다. 은행나무 열매가 익으면 악취가 나는 데다 낙엽까지 많아 청소하기 어려워 다른 수종으로 교체되기 때문이다. 은행나무 잎을 밟는 정겨움마저 사라져 가면 어찌나 삭막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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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학순

입력 : 2009-09-25 18:10:01수정 : 2009-09-25 18:10:03

북한 헌법은 이념적인 조항들을 제쳐두고라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 적지 않다. 우선 수도와 국가(國歌)를 헌법조항에 담은 게 남한 헌법과의 차이점이다. 수도의 경우 1948년 제정된 북한 헌법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수부(首部·수도)는 서울시다’라고 규정했으나 1972년 개정 헌법부터 ‘서울’에서 ‘평양’으로 바꿨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 행정수도 건설 문제가 ‘관습헌법’이란 용어를 동원한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에 따라 화젯거리로 떠오른 것도 수도 규정이 없는 헌법 때문이었다. 또 국민소환, 망명권, 선거 연령, 의무교육 연한의 11년 규정 등을 명시한 게 남한 헌법과 다르다. 반대로 영토조항을 규정하지 않은 것도 우리와 차이가 난다.

구체적으로 기술한 것들 가운데 이채로운 부분도 많다. 이를테면 ‘국가는 학령 전 어린이들을 탁아소와 유치원에서 국가와 사회의 부담으로 키워준다’고 규정한 것은 출산율 저하로 골머리를 싸맨 남한으로서는 일견 부러운 일이다. 식량 부족 탓에 엄격하게 지켜지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국가는 우리말을 온갖 형태의 민족어 말살정책으로부터 지켜내며 그것을 현대의 요구에 맞게 발전시킨다’고 한 조항도 북한다운 발상이다. ‘세금이 없어진 우리나라에서 늘어나는 사회의 물질적 부는 전적으로 근로자의 복리증진에 돌려진다’는 조항 역시 흥미롭다. 북한은 1974년 ‘최고인민회의 법령’으로 세금을 없앤다고 발표했다. 북한의 국가재정은 거래수입금, 국가기업이익금, 협동단체이익금, 봉사료 수입금 등으로 운영된다.

북한은 지난 4월 11년 만에 헌법을 개정한 것으로 밝혀졌다. 관심을 끄는 것은 ‘공산주의’라는 용어를 모두 빼버린 일이다. 대신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통치이데올로기인 ‘선군사상’이 비중 있게 언급됐다. ‘사회주의’란 용어는 그대로 살렸다. 일반적으로 능력에 따라 일하고 실적에 따라 분배하는 것을 사회주의, 능력에 따라 일하고 필요한 만큼 분배하는 것을 공산주의로 구분한다. 사회주의는 ‘일한 만큼 갖는 사회’, 공산주의는 ‘필요한 만큼 갖는 사회’라고 할 수 있다. 그러고 보면 북한 헌법은 ‘공민은 능력에 따라 일하며 로동의 량과 질에 따라 분배를 받는다’고 명시했다. 엄격한 의미에서 공산주의는 아니라는 얘기다. 실제로 역사상 공산주의는 한 번도 실현된 적이 없다. 이상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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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학순

입력 : 2009-09-18 17:55:57수정 : 2009-09-18 17:55:57


천재화가 빈센트 반 고흐는 낯선 사람은 피하고 아는 사람만 모델로 초상화를 그렸다고 한다. 외형을 똑같이 그리는 기술이 중요한 게 아니라 모델의 내면을 생생하게 표현하는 게 관건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고흐는 무엇보다 그 사람의 내면 빛깔을 손 모양 속에 담았다. 고흐가 그린 ‘감자먹는 사람들’에서 농부들의 손을 보면 소박한 밥상 위로 감자를 나누는 손이 선명하게 보인다. 굳은살이 박인 농부들의 손에서 노동의 신성함이 배어 나온다. 고흐는 노동을 가장 신성한 주제로 삼았다. ‘베짜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고흐가 노동과 농민, 노동자에게 애정을 쏟은 데는 프랑스 탄광지역을 다룬 에밀 졸라의 장편소설 <제르미날>과 서민화가 장 프랑수아 밀레의 영향을 깊이 받았기 때문이다. 노동의 가치는 경제 요소보다 고귀하며 직접 인격에서 나온 것임을 일깨워준다.

박기성 한국노동연구원장이 엊그제 노동3권(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을 헌법에서 빼야 한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헌법에 노동3권을 규정한 나라는 한국밖에 없으며 대개 법률에 규정하고 있을 뿐이라는 이유를 끌어다댔다. 실제로 헌법에 따로 노동3권을 보장하는 명문 규정을 두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하지만 그건 지극히 당연한 자연법적 권리라는 사상이 깊이 뿌리내려 있기 때문이다. 신성한 노동권에 대한 인식이 일천한 우리나라와는 차원이 다르다. 사회 일각에선 노동을 하나의 상품이나 생산에 필요한 힘으로만 보려는 경향이 여전하다. 우리 헌법 규정은 국가가 노동자의 노동3권을 보장할 의무가 있음을 밝히는 것일 뿐이지 헌법의 규정에 의해 비로소 노동3권이 부여되는 것은 아니다.

노동3권이 부여됨으로써 세 가지 역사적 효과를 거뒀다는 분석도 간과할 수 없다. 우선 노동3권은 자본주의 체제를 지속가능하게 만들어준 체제 보존적 권리라는 점이다. 노동3권이 보장되지 않았다면 노동자들은 파업이 아니라 혁명을 하는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둘째로 노동3권은 자본주의를 인류 역사상 유례없는 사회계약체제로 만들었다는 사실이다. 셋째 노동3권은 자본주의 체제를 건강한 시민사회로 승화시켰다. 노동3권은 사회 전반에 걸쳐 수많은 작은 권력들을 만들어내는 기폭제로 작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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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학순

입력 : 2009-09-11 17:53:04수정 : 2009-09-11 17:53:05


미국 부부의 62%만 배우자와 늘 같은 침대에서 잠을 잔다고 한다. 세계에서 수면에 관해 가장 권위 있는 기관으로 평가받는 미국 국립수면재단의 조사 결과다. 부부가 같은 침대에서 자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고 의무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두 사람이 잠자리를 함께하는 것은 기실 좋은 점보다 불편한 점이 많다. 코골이, 잠꼬대, 몸부림, 이갈기, 이불 경쟁, 자다가 화장실 가기, 상대방 밀어내기, 좋아하는 침실 온도의 차이 등 잠자리를 함께할 때 감내해야 할 문제는 숱하게 많다.

폴 로젠블라트 미네소타대 가족사회학 교수는 <한 침대에 두 사람-부부 잠자리의 사회학>(커뮤니케이션북스)에서 잠자리를 함께하는 이유를 안전감과 친밀감 때문이라고 대답한 부부가 많다고 전한다. 특히 아내의 경우 남편이 집에 없을 때 외부인 침입 등의 위험과 불안을 느낀다. 일부이지만 배우자 때문에 잠을 푹 자지 못하더라도 함께 자는 것이 인생에서 소중한 일이라고 답한 사람들도 있긴 하다.

78%의 미국인 부부는 킹 사이즈나 퀸 사이즈 침대를 쓰고 있다. 큰 침대를 사용하는 게 잠자리 공간을 보장해주고 서로 몸에 닿지 않기를 원할 경우 이를 가능하게 해주기 때문이라고 한다. 물론 배우자의 화장실 가기가 수면을 방해하는 정도는 아니라고 받아들인다. 이불을 둘러싼 문제 같은 사소한 갈등을 슬기롭게 해결하는 데는 유머와 웃음이 특효약이라고 생각하는 부부가 많아 다행스럽다.

영국 서리대학의 수면 전문가인 닐 스탠리 박사는 최근 침대를 따로 쓰는 것이 숙면과 건강에 좋다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그는 역사적으로도 부부가 침대를 공유한 것은 오래되지 않았다며 옛날 방식으로 돌아가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권장한다. 또 다른 연구에 따르면 결혼한 미국 커플들의 4분의 1은 따로 자는 것을 이미 어느 정도 정상적이라고 받아들인다. 이 때문에 미국 건축업체들의 조사로는 2015년까지 맞춤형 주택의 60%가 두 개의 주 침실을 가질 것이라고 예상한다. 어쨌든 가장 지혜로운 것은 ‘부부가 진정 서로 사랑하고 있으면 칼날만한 침대에 누워도 잘 수 있지만 서로 반목하면 16m나 되는 폭 넓은 침대라도 비좁기만 하다’는 유대인의 인생 지침서 <탈무드>의 가르침을 충실히 따르는 게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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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학순

입력 : 2009-09-04 18:04:12수정 : 2009-09-04 18:04:13


사자와 호랑이는 심심하면 호사가들의 비교 대상이 되곤 한다. 주로 ‘백수(百獸)의 제왕’과 ‘밀림의 왕자’ 중 누가 힘이 더 셀까에 관심이 쏠린다. 두 동물은 같은 고양잇과에 속해 생태 특성이나 생리해부학적으로 닮은 점이 많지만 대조적인 것도 숱하다. 체격은 호랑이가 크고 더 무거우나 키는 사자가 더 크고 늘씬하다. 잔인성과 공격력에서는 호랑이가 한걸음 앞선다. 사자는 속도가 상대적으로 빠르다. 호랑이가 평균시속 45~50㎞인 것에 비해 사자는 시속 65㎞를 너끈히 유지한다. 먹잇감을 20m가량 전방에 두고 급작스레 전속력으로 내달려 앞발과 송곳니로 쓰러뜨린다. 사자는 사람 18명이 들지 못하는 물소의 사체를 머리로 쳐들어 15m 끌고 갔다는 기록이 있다. 호랑이는 먹이가 가까이 다가올 때까지 숨어서 끈질기게 기다렸다가 4~5m를 점프해 단숨에 목덜미를 물어 넘어뜨리는 야성을 과시한다.

둘의 기질도 상반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호랑이가 물에서도 즐겨 노는 것과 달리 사자는 물을 꺼리는 편이다. 호랑이는 물속에서도 공격력이 단연 빛나며, 머리만 내놓고 헤엄을 치는 실력은 육지동물 가운데 으뜸이다. 사자가 더위에 강하다면 호랑이는 영하 30도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호랑이와 사자가 싸워 누가 이기는지 정답은 없는 듯하다. 무리를 지어 생활하는 사자가 권력 투쟁을 많이 하기 때문에 대형 맹수와의 싸움에 더 익숙한 것은 부인할 수 없다. 호랑이는 가급적 싸움을 피하는 쪽이다. 다치기라도 하는 날엔 사냥을 못해 굶어 죽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두뇌는 어느 쪽이 나을까. 여태까지 학계에서는 무리 동물인 사자가 혼자 사는 호랑이보다 더 똑똑할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다. 무리를 지어 함께 사는 사회성 동물들은 상호 소통과 경쟁을 해야 하기 때문에 더 똑똑해진다는 이른바 ‘사회성 동물의 뇌 발달 이론’이 뒷받침한다.

이와는 달리 최근 옥스퍼드대 동물학 연구팀이 호랑이가 사자보다 두개골 용적이 커 지능이 더 뛰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인들은 상징성이 큰 호랑이를 더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오늘날 추세는 독불장군 호랑이보다 집단지성을 선호하는 사자가 되라고 권면한다. 지능지수가 높다고 경쟁력이 있는 것이 아니며, 팀워크가 강조되고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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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학순

입력 : 2009-08-28 18:00:21수정 : 2009-08-28 18:00:22


얼마전 한 인터넷 사이트에 올라왔던 ‘이공계가 서러울 때’라는 글이다. ‘5명의 평범한 사람과 한 사람의 경제학과 교수가 식사를 하고 있었다. 식사를 하는 도중 경제학과 교수가 주식 투자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다. 5명의 사람들은 모두 인생에 도움 되는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경청하였다. 5명의 평범한 사람과 한 사람의 미대 교수가 식사를 하고 있었다. 식사를 하는 도중 미대 교수가 빈센트 반 고흐의 ‘르노강의 별이 빛나는 밤’에 대한 이야기를 하였다. 5명의 사람들은 재미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경청하면서 그 교수가 교양이 풍부한 사람이라고 칭찬하였다. 5명의 평범한 사람과 한 사람의 법대 교수가 식사를 하고 있었다. 식사를 하는 도중 법대 교수가 대한민국의 헌법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였다. 5명의 사람들은 조금 지루하였지만 나름대로 경청하였고, 박식한 사람이라고 칭찬함과 동시에 그 교수의 능력을 부러워했다. 5명의 평범한 사람과 한 사람의 공대 교수가 식사를 하고 있었다. 식사를 하는 도중에 공대 교수가 ‘룬지-쿠타방법’(Runge-Kutta Method)을 사용한 비선형 미분방정식의 수치적 접근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였다. 5명의 사람들은 정신병자가 어디다 대고 ×소리냐고 욕을 하였다.’

사뭇 희화적이면서도 처연하다. 우연의 일치지만 룬지-쿠타방법은 비선형 방정식을 푸는 가장 간단한 방법 가운데 하나로 가상적인 인공위성 프로그램을 짜는 데 이용되기도 한다. 지구는 완전한 타원체가 아니라 남극이 들어가 있고 인도양이 약간 튀어나와 약간 찌그러진 타원이어서 인공위성에 작용하는 비선형적 중력 요소를 풀어줘야 하기 때문이다.

나로호 발사가 성공하지 못해 아쉽지만 한국이 그동안 투입한 예산을 보면 아직 갈 길이 먼 듯하다. 예산은 인도의 30% 정도, 발사체 개발 인력은 5분의 1에 불과하다고 한다. 열악한 연구환경으로 인해 한국인 미국 이공계 박사의 46% 정도가 귀국하지 않고 현지에 정착한다는 통계도 있다. 2004년 이공계 대학생 비율은 한국이 3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부동의 1위다. 15%인 미국의 두 배가 훨씬 넘고, 2위인 독일의 31%나 일본의 25%와 비교해도 월등하지만 연구환경은 반비례다. 비교 열세인 환경 속에서 성과만 내도록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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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학순

입력 : 2009-08-21 17:49:31수정 : 2009-08-21 17:49:32

독보적인 선승(禪僧) 가운데 한 분이었던 만공 스님의 입적 일화는 특기할 만하다. 그는 거울 앞에서 ‘이 사람 만공, 자네와 나는 70여년을 동고동락(同苦同樂)했는데 오늘이 마지막일세. 그동안 욕봤네’하고선 눈을 감았다고 한다.

괴로움도 즐거움도 함께 나눈다는 동고동락은 바늘과 실의 관계다. 말의 탄생 설화부터 그렇다. 옛적에 동고와 동락이란 사람이 얼마나 친하고 살갑게 지내는지 주위 사람들로부터 부러움을 무척 많이 샀다. 동고와 동락은 같이 살면서 떨어지지 않았다. 그 뒤부터 둘이 떨어지지 않고 같이 지내는 걸 보고 사람들은 동고와 동락 같다고 했다.

영화감독 박찬욱의 가훈은 ‘아니면 말고’라고 한다.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안 되는 게 있으면 털어버릴 줄도 알아야 한다는 의미가 담겼다. 최근에 추가된 가훈 ‘산 사람이라도 살자!’도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이 알듯말듯한 가훈에 대해 박찬욱은 이렇게 덧붙인다. ‘동고동락’ 가운데 ‘동락’은 해도 ‘동고’는 하지 말자는 뜻이다.

‘동고동락’ 중에서 ‘동락’을 떼버린 인물로는 중국 명나라 초대 황제 주원장이 단연 손꼽힌다. 원나라 왕조를 몽골로 몰아내고 한족 왕조를 회복시킨 주원장은 황제의 권한을 강화하기 위해 자신과 동고동락했던 측근들 대부분을 숙청해 버렸다. 이때 목숨을 잃은 개국공신이 2만명에 달한다. 참혹한 비극을 감행했던 까닭은 아들에게 확고한 황제의 지휘권을 물려주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큰 아들이 급사하는 바람에 손자에게 황위를 물려주게 됐고 황위 계승자가 어려 숙청작업은 더욱 가혹해졌다. 주원장이 만년에 고독하게 살았던 것도 동락을 몰랐기 때문이다. 부하들과 끝까지 동고동락을 했으며 소득을 기여도에 따라 철저하게 나누었던 알렉산더나 칭기즈칸은 차원이 달랐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생전에 김영삼 전 대통령에 대해 “그 분은 동고는 돼도, 동락은 하기 어려운 분”이라는 위트 있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1987년 대선 직전의 일이었다고 추억한 이낙연 민주당 의원의 전언이다. ‘3김시대’는 마감했지만, 50년 넘게 한국 현대사를 풍미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동교동계와 김영삼 전 대통령의 상도동계가 진정으로 화해하며 동고와 더불어 동락도 나눈다면 사자성어가 떨어져 지내야 하는 신세는 면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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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학순

입력 : 2009-08-14 17:55:10수정 : 2009-08-14 17:55:12

일본의 가장 큰 콤플렉스 가운데 하나가 집이라는 건 이제 뉴스도 아니다. 빌리 브란트 전 서독총리가 ‘토끼집’이란 말로 일본인의 삶의 질을 은근히 깎아내렸을 정도다. ‘부유한 국가, 가난한 국민’이라는 역설적인 표현이 생긴 데도 비싼 가격에 비해 좁아터진 일본인의 집이 적잖게 기여했다. 일본인들이 듣기 싫어하는 말의 하나가 ‘평생 구경할 수 없고 살 수도 없는 한국 아파트’라는 얘기도 있다. 1980년대 말 일본이 미국 마천루와 거대회사들을 거침없이 사들일 때도 미국인들은 잔디 정원이 딸린 넓은 집을 갖춘 자신들의 삶의 질을 내세우며 자위했다.

집에 관한 한 미국인들은 어떤 선진국 국민보다 자부심이 크고 집착도 강렬했다. 2006년 미국주택건설업자협회 통계를 보면 미국인의 평균 집 넓이는 2469제곱피트(약 70평)였다. 1970년의 1500제곱피트(약 45평)에 비해 몰라보게 넓어졌다. 욕실이 세 개씩이나 딸린 집은 1970년에만 해도 거의 없었지만 2006년에는 2만6000채나 됐다.

뉴스위크지의 대니얼 매긴 기자는 지난해 <집에 대한 갈망:미국의 집에 대한 강박관념>이라는 책에서 이렇게 썼다. “최근 10년간 어디를 가도 미국인은 집 이야기를 하며, 다른 집을 물색하고, 이웃의 집을 질투하고, 대출기관을 바꾸고, 집을 살 사람을 감언이설로 꼬드겼던 그런 시대였다.” 미국인들의 집에 대한 갈망은 1600년대 후반 가난한 유럽인들이 몰려들던 당시 ‘아메리칸 드림’으로 이미 시작됐다고 한다. 미국인들의 집에 대한 지나친 강박관념이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사태를 가져오고 급기야 전 세계적인 경제위기까지 불러왔다. 아메리칸 드림이 한꺼번에 무너져 내리면서 정신적인 혼란도 이만저만 아니다. 1994년 이후 15년 만에 처음 전년 대비 신규주택 넓이가 줄어들었다는 미국 인구통계국 발표가 며칠 전 전해졌다.

그러는 사이에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가 1년 이상 팔리지 않던 뉴욕 맨해튼의 고급 아파트를 매입하자 국제적인 뉴스거리가 됐다. 대표적 비관론자인 그가 8월이나 9월쯤 경기 침체가 끝날지 모른다고 최근 언급한 바 있어서다. 한 경제학자의 아파트 구입이 이처럼 세계적인 화제가 되는 것은 지구촌 전체가 경기회복에 얼마나 목말라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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