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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斷想)-책읽는경향

간신들은 어떻게 정치를 농락하는가 간신들은 어떻게 정치를 농락하는가/김영수·추수밭 “간신(奸臣)에도 등급이 있다. 등급은 간행의 정도에 따라 나눈 것이지만, 이는 간신의 생전 지위와도 거의 비례한다. 따라서 황제를 제외하고 가장 높은 자리라 할 수 있는 재상의 반열에 올랐던 간신이 남긴 폐해는 다른 등급의 간신보다 훨씬 크다고 할 수 있다. 훗날 백성과 역사가들은 역사상 가장 구린내나는 재상급 간신 세명을 꼽았는데, 이를 ‘3대 간상’이라 부른다. 당 왕조 때 ‘구밀복검’이란 별명으로 유명한 이임보, 송 왕조 때 명장 악비를 죽인 매국 간신 진회, 그리고 명 왕조 때 엄숭이 바로 그들이다. 3대 간상의 간행을 살펴보면 막상막하여서 우열을 가리기 힘들 지경이다. 나쁜 짓에 무슨 우열이 있겠는가마는, 그래도 백성과 나라에 미친 피해를 고려한.. 더보기
불안, 그 두 얼굴의 심리학/보르빈 반델로브 불안은 탁월한 업적을 이루는 데 필요한 무한한 에너지를 제공한다. 유명한 음악가 중에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그들은 최고가 아니면 견딜 수 없다. 호평을 들으면 불안이 좀 줄어들고, 혹평을 들으면 불안이 심해진다. 그래서 그들은 더 뛰어난 음악가가 되기 위해 더 많이 연습하고, 더 독창적인 음악을 생각해낸다. 실패하는 것, 인기가 떨어지는 것, 평범해지는 것에 대한 불안이,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배우, 작가, 화가, 스포츠 선수, 정치인, 학자를 만드는 원동력인 것이다. 미국의 심리학자 로버트 여키스와 그의 제자 존 도슨은 너무 심한 불안은 수행능력을 떨어뜨리지만, 적당한 불안은 최고의 능력을 발휘하게 만든다는 것을 발견했다. 여키스-도슨 법칙에 따르면, 시험이나 강연을 앞두.. 더보기
인디언과 함께 걷기/라셀 카르티에, 장피에르 카르티에 자신에게 일어나는 감정을 조절함으로써 배울 수 있는 또 다른 점은 자신과 의견을 달리하는 이들에 대한 이해입니다. 나는 자주 이런 말을 합니다. 인생이라는 것은 주변에 네 개의 의자들이 놓인 네모난 탁자와 같습니다. 나는 책 하나를 집어 그것을 테이블 중심에 똑바로 세워놓습니다. 의자 위에는 네 명의 사람들이 앉아 있습니다. 나는 첫 번째 사람에게 그가 무엇을 보고 있는지 말해 달라고 합니다. 그 사람은 책의 표지를 보고 말합니다...인생에 대한 당신의 시각은 당신이 앉아 있는 의자에 좌우됩니다. 왜냐하면 네 사람 모두 옳은 대답을 한 것이니까요. 여기서 책은 진실을 상징합니다. 내가 만약 그것에 대해 알고 싶다면 먼저 나는 네 개의 의자들에 모두 가 앉아봐야 합니다. 그러면 나는 다른 사람들이 서로 다.. 더보기
호모 심비우스/최재천 호모 심비우스/최재천·이음 “우리는 우리 자신을 ‘호모 사피엔스’라고 추켜세운다. ‘현명한 인류’라고 말이다. 나는 우리가 두뇌회전이 빠른, 대단히 똑똑한 동물이라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현명하다는 데에는 결코 동의할 수 없다. 우리가 진정 현명한 인류라면 스스로 자기 집을 불태우는 우는 범하지 말았어야 한다. 우리가 이 지구에 더 오래 살아남고 싶다면 나는 이제 우리가 호모 심비우스로 겸허하게 거듭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호모 심비우스는 동료 인간들은 물론 다른 생물 종들과도 밀접한 관계를 유지한다. 호모 심비우스의 개념은 환경적이기도 하지만 사회적이기도 하다. 호모 심비우스는 다른 생물들과 공존하기를 열망하는 한편 지구촌 모든 사람들과 함께 평화롭게 살기를 원한다...설령 과학이 개인들 간의 차이, 그리고.. 더보기
상식의 역사/소피아 로젠펠드 “민주주의가 성공하려면, 공통가치들의 촉진도 필요하고 동시에 정치생활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상식’이라 불리는 무엇인가가 있다는 인식도 필요하다. 자유주의적 입헌주의와 전문적 지식과 긴장관계에 있는 상식은 민주주의라는 동전의 집단적인 다른 한 면이다. 동시에 상식은 비공식적인 규제 시스템과 정치적 권위로서 언제나 민주주의의 이상들을 훼손시키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진정으로 새로운 사상들을 차단하고, 토론을 중단시키고, 또 일상의 보통사람들이 제시하는 소박한 해결책이 복잡하거나 전문적이거나 과학적인 해결책보다 반드시 더 훌륭하다는 확신을 사람들에게 심어줄 수도 있는 것이다. 아렌트가 칸트를 연구하면서 인정한 것처럼, ‘어떤 사람의 취향이 덜 기이할수록, 그 취향을 둘러싼 커뮤니케이션이 더 훌륭해질 수 있다... 더보기
권태:그 창조적인 역사/피터 투이 권태:그 창조적인 역사/피터 투이·미다스북스 “권태는 대개 어떤 새로움을 시도하는 걸로 충분하다. 그러나 만성적 권태의 경우는 종종 어떤 관습을 깨는 행위가 필요하다. 여기서 관습이란 낡고 진부하고 권태로운 것, 이를테면 굴곡 없이 무기력한 중산층의 삶 따위를 말한다. 이 관습 깨기는 가끔 의도적인 충격요법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대중문화를 들여다보면, 현대의 만성적 권태에서 탈출하기 위한 관습 타파를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그런데 관습 타파의 한 가지 문제는 그 역시 금세 식상하고 뻔해진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예로, 아방가르드 예술과 로큰롤은 강렬하고 매혹적인 신선함으로 현 시대에 정면으로 맞섰지만, 어느새 하나같이 흔해 빠진 존재가 되어 버렸다. 또 한때 거친 노동 계급의 상징이었던 청바지도 이.. 더보기
중국과거문화사:중국 인문주의 형성의 역사 송대(宋代)에는 황제로부터 대신과 문사에 이르기까지 모두 ‘권학문’(勸學文)이니 ‘권학가’(勸學歌)니 하는 것들을 많이 썼다. 송진종이 쓴 ‘권학문’을 보면 이러하다. “집을 부유하게 하려고 좋은 밭을 살 필요가 없다. 책 속에 자연 엄청난 곡식이 있기 마련이니, 편안히 거하려고 고대광실을 지을 필요가 없다. 책 속에 황금집이 있기 마련이다. 문을 나설 때 따르는 사람이 없음을 한탄해 마라. 책 속에 거마가 가득하다. 처를 들임에 좋은 매파가 없음을 탓하지 말라. 책 속에 얼굴이 옥 같이 예쁜 미인이 있다. 남아로서 평생의 뜻을 이루고자 하거든, 창문 아래서 부지런히 육경을 읽으라.” 또 사마광의 ‘권학가’를 보면 “어느 날이고 출셋길에 오르기만 하면 이름 높아져 선배라 불리리. 집안에서 아직 혼인 맺지.. 더보기
남자들에게/시오노 나나미 “일벌과 비버는 비슷하지만 다르다. 벌은 꽃들 사이를 분주하게 다니며 모은 꿀을 여왕벌에게 갖다 바치거나 곰이나 인간에게 뺏기는 것이 고작이다. 자기용으로는 쓰지 못한다. 비버는 바쁜 것 같아도 완성된 댐의 내부는 그를 위한 보금자리가 된다. 보금자리가 완성되면 그 속에 안주하여 일하지 않게 되는 것이 비버적이지만, 적어도 보금자리만큼은 제 것이다. 일본인도 주택이 잘 완비되어 마을도 예쁘게 단장된다면 일벌이 아닌 비버라고 불리게 될지도 모르겠다. 이 점이 중요하지만 한 나라가 다른 나라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문화, 문명을 창조할 수 있는지 없는지도 이 문제와 연결된다. 나는 아들에게 이렇게 가르치고 있다. ‘그리스도 로마도, 그리고 르네상스 문명의 꽃 피렌체도 베네치아도 우선은 돈을 벌었단다. 문화,.. 더보기
우리가 아는 선비는 없다-조선을 지배한 엘리트 선비의 두 얼굴 “선비들은 양반 신분의 일원으로서 남다른 특권을 누렸다. 출세의 지름길인 문과에 응시할 자격처럼 남들이 갖지 못한 권리를 향유했고, 병역의 문제와 같이 남들이 하고 싶지 않은 의무에서 빠지는 특권도 누렸다...혹자는 (임진)왜란이라는 국난을 맞아 자발적으로 의병을 일으킨 선비들을 추앙한다. 그러나 그것은 개인적인 추앙으로 끝나야지, 의병을 예로 들어 조선 사회의 선비 전체를 추앙하는 데까지 나아가면 안 된다. 왜냐하면 한 나라의 독점적 지배층으로서 우선적으로 할 일은 의병을 일으키는 게 아니라 의병이 아예 필요 없는 튼튼한 나라를 건설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왜란이라는 초유의 국난을 경험한 후에도 양반의 군역은 예전처럼 부활해야 한다고 주장한 선비가 한 명도 없었다는 점이다. 이는 이미.. 더보기
이미지와 환상/다니엘 부어스틴·사계절 가상공간이 현실공간을 지배하고, 만들어진 이미지가 진짜 현실을 압도한지 오래다. 진본보다 모사나 축약이 더 융숭한 대접을 받고, 실물보다 이미지가 내로라하는 시대다. 유권자는 이미지로 대통령과 국회의원을 뽑는다. 스타 제조업자가 키워낸 유명 연예인이 막상 역사에 남을 일을 한 영웅보다 한결 더 숭배된다. 사람들은 속는 걸 뻔히 알면서도 광고에 현혹되어 상품을 산다. 영혼의 비타민이 되는 책보다 만들어진 베스트셀러가 더욱 활개를 친다. 이미지에 속았다는 것을 뒤늦게 알아도 그리 문제를 삼지 않는다. 이렇듯 본말이 전도된 사회현상을 한 역사학자는 이미 50년 전에 간파했다. 미국 의회도서관장을 지낸 역사학자 다니엘 부어스틴은 이미지와 환상이 지배하는 미국 사회를 신랄하게 꼬집었다. 환상이 현실보다 더 진짜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