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흥행은 사회 분위기와 직결될 때가 흔하다. 블록버스터가 아닌 음악영화 ‘보헤미안 랩소디’가 11월 비수기에 최고 흥행을 이어가는 것도 사회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개봉 25일 만에 400만 관객을 돌파한 이 영화가 역대 뮤지컬 영화 흥행작인 ‘레미제라블’(592만 명)이나 ‘미녀와 야수’(513만 명)를 넘어설 가능성도 엿보인다고 한다.


 1970~80년대를 풍미했던 영국 록그룹 퀸의 음악 세계를 다룬 이 영화가 퀸을 회억하는 40~50대가 아닌 20~30대 젊은 관객이 반 이상을 차지하는 게 특이하다. 여기에는 흡입력 높은 노래를 비롯한 복합적인 요인이 있겠지만, 젊은 세대의 불만을 카타르시스하는 요소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보헤미안 랩소디’의 가사는 ‘나는 더 이상 어떻게 할 수가 없어’ ‘나는 죽고 싶지 않아’ 같은 절박한 언어를 담고 있다. 노래는 ‘너 열심히 했어’ ‘어떤 어려움도 극복하고 너 자신을 믿으면서 나아가자’ 같은 용기를 북돋워 주는 내용도 버무려져 있다.


 때마침 24일이 퀸의 전설적인 보컬 프레디 머큐리의 27주기(周忌)여서 관객동원에 상승작용을 한 듯하다. 영화 속에서도 머큐리가 죽어가고 있는 모습이 나온다. 퀸이라는 밴드의 차별성에 관한 머큐리의 영화 속 대답이 현실의 젊은이들과 소통한다. “우리는 부적응자를 위해 연주하는 부적응자들입니다. 세상에서 외면당하는 사람들, 어디엔가 속하지 못하고 마음 쉴 곳 없는 사람들, 그들을 위한 밴드입니다.”
                                                                     

 

 ‘보헤미안 랩소디’ 열풍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지지 연령층이던 20대에서 지지율이 급락한 원인을 떠올리게 한다. 올해 초만 해도 80%대를 유지하던 20대 지지율이 11월 둘째주엔 54.5%로 27% 이상 떨어졌다. 다른 세대에 비해 20대 지지도 하락세가 두드러지자 청와대와 민주당은 비상이 걸릴 수밖에 없다. 최근 열린 민주당 대학생위원회 발대식에서 의원들이 20대 지지율 하락의 원인으로 실업·고용 문제와 경제난을 꼽은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하지만 20대 지지율 하락은 흔히 거론하는 청년실업에 대한 실망감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20대의 성향이 독특하다는 사실을 고려해야 한다. 20대는 50~60대에 비해 권위주의에 대한 반감이 강하고 진보성향이 뚜렷하다. 그러면서도 개인주의와 자유주의 경향이 강하고 개방적인 편이다. 반면에 30~40대보다는 좌파 성향이 덜하고 때론 보수적이기도 하다. 민족주의 경향도 상대적으로 도드라지지 않다. 20대는 동성결혼, 낙태, 안락사 같은 사회적 이슈에서 개방적인 반면, 난민 수용 반대여론이 가장 높은 세대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다른 세대에 비해 ‘기회의 평등’ ‘과정의 공정’을 중시하는 듯하다. 이는 문 대통령이 강조하는 덕목과 일치한다. 이 같은 성향은 올 초 평창 동계올림픽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추진 때 극명하게 드러났다. 20대는 단일팀이 한반도 평화를 증진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남한 선수들의 기회 박탈로 받아들였다. 평창올림픽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데 이어 한반도 평화무드가 전개되면서 분노가 누그러지긴 했지만, 민족주의에는 여전히 관심이 낮다.

                                                                                  

    

 ‘고용세습’으로 일컬어지는 채용비리 문제도 20대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기회의 불평등’ ‘과정의 불공정’ 대표적 사례로 꼽는다. 공공기관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일괄 전환하는 과정에서 정규직 임용시험을 준비하는 청년들이 손해를 보고 있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민간기업의 문제이지만 울산 현대자동차 협력사 노조의 자녀·친인척 고용세습 의혹 역시 20대를 화나게 만든다. 일자리 부족 문제 못지않게 그 과정에서 생기는 불합리성을 더 매섭게 추궁한다.


 20대 지지율 하락의 또 다른 원인은 남성 지지층의 집중 이탈이다. 어릴 때부터 여자 동료들에게 치여 살아왔다고 여기는 20대 남성들은 페미니즘 이슈에 민감한 경향을 보인다. 문재인정부가 일방적으로 여성 편을 들고 있다는 생각으로 가득하다. 이는 ‘선의의 역설’로 읽힌다. 약자인 여성에 대한 배려가 공정성 문제와 기득권의 상실로 치환되는 경우다.


 단순히 국정 지지율 회복 차원을 넘어 미래를 책임질 20대의 불만을 제대로 판독해 내고 희망을 주는 정치와 정책이 절실하다. 역사상 자녀세대가 부모세대보다 못사는 첫 세대가 현재의 20대가 될 것이라는 음울한 전망이 나오고 있어서다.
      

                                                                                               이 글은 내일신문 칼럼에 실린 것입니다.


Posted by 김학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