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에 대한 정의는 리더와 연구자의 숫자만큼이나 많다고 한다. 리더십에 관한 방법론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리더십에 관한 책이 세상에 넘쳐날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리더십=커뮤니케이션’이라는 정의는 갈수록 복잡다단하고 온갖 갈등으로 가득한 사회를 반영하고 있다. 인식의 차이를 줄이는 게 리더의 핵심 역량임을 강조한 것이다.

커뮤니케이션에 관한 일화 한 토막.

자녀와 제대로 된 대화가 한 번도 없었던 아버지가 있었다. 우연히 아버지 역할에 관한 책을 읽고 느낀 게 많았던 그는 그날 저녁 아들을 식탁에 불러 앉혔다.
“야, 우리 이제부터 대화하자!” 당혹한 아들은 어쩔 줄 몰랐다. 한참동안 기다리던 아버지는 참다못해 한마디를 던졌다. “너, 요즘 몇 등 하냐?” 아버지는 인식의 차이를 극대화하는 미스커뮤니케이터형 리더의 전형이다.

아담 카헤인의 <통합의 리더십>(에이지21)‘소통의 리더십’을 함축한다. 사실 제목처럼 ‘통합의 리더십’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원제를 보면 금방 눈치 챌 수 있듯 ‘난제 풀기 방법론’이다. 카헤인은 지난한 문제를 푸는, 열린 대화법의 전범을 보여준다.

그렇다고 그게 하늘에서 금방 떨어진 기상천외의 요술방망이가 아니다. 하나같이 자신의 체험담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흑백 정권이 처음으로 바뀐 남아프리카공화국이다. 남아공에서 인종분리정책(아파르트헤이트)이 철폐된 뒤 앙숙인 흑인과 백인이 함께 사는 길을 찾아야만 했다.
좌파 흑인 정당, 강성 노조, 반정부단체, 공산당 대표 등이 보수적인 백인 대표들과 마주 앉아 이른바 ‘몽플레 시나리오’를 만들었다. 먼저 석 달 동안 서른가지 시나리오를 만든 후 이듬해 3월까지 4개로 압축했다.

첫 번째 시나리오는 ‘타조’다.

차기에 정권을 잡은 백인 정부가 타조처럼 자신의 머리를 모래 속에 처박고 다수 흑인들이 요구하는 협상안에 응하지 않는 경우다.
두 번째 시나리오인 ‘레임덕’은 차기 정권에 약체 정부가 들어서 개혁이 미뤄지는 경우를 상정하고 있다. 세 번째 시나리오는 ‘이카루스’다. 차기에 정권을 잡은 흑인 정부가 대중의 지지를 얻어 재집권한다. 흑인 정부는 지나치게 이상적인 국책사업을 추진하다 재정적 문제에 부딪히게 된다.

네 번째 시나리오인 ‘플라밍고들의 비행’은 모든 세력이 연합해, 답답하지만 천천히 새로운 사회를 건설하는 것이다. 이들의 최종 선택 카드는 네 번째였다. 한마디로 ‘끝장 대화’다.

이를 설명하고 토론하는 100회 이상의 워크숍이 열렸다. 그 결과 남아공 국민들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배제하고, 느리지만 서로 협동하면서 흑인과 백인이 연대하는 나라를 건설하는 최선의 시나리오를 공연할 수 있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열린 마음으로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었다. 열린 마음으로 듣는 것은 솔직하게 말하기보다 훨씬 더 어려운 일이다.

인상 깊은 구절 하나. “모든 것에 대한 진리를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 마라. 어떤 것에 대한 확실한 정보를 알고 있을 때도 말머리에 ‘내 생각에는’ ‘내 견해로는’과 같은 말을 집어넣어라.”

진솔한 소통만이 통합을 이뤄낼 수 있다는 교훈이 담겼다. 촛불시위를 괴담 수준에서 반성하길 요구하는 리더십,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 불신을 낳은 천안함 규명 의혹, 찬성보다 반대 의견이 높은 4대강 사업 강행, 세종시 수정 계획 밀어붙이기 등은 이 책에서라면 반면교사다.

현대 리더십의 관건이 설득력과 휴머니즘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일깨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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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학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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