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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톺아보기-칼럼

평창의 태극기는 멀쩡했다

 태극기가 실종되길 바랐던 극우보수 자유한국당과 일부 언론에겐 여간 실망스러운 순간이 아니었나 싶다. 전 세계 언론으로부터 극찬을 받은 평창 겨울올림픽 개막식 말이다. 그들의 시비와 선동은 평화 올림픽의 상징이 된 평창에서는 통하지 않았다. 태극기 대신 한반도기만 펄럭일 것이라는 그들의 비아냥거림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개막식장 곳곳에서는 더 말할 나위가 없고, 다양한 공연 장면에서도 태극기가 자랑스럽게 등장했다. 첫 번째 장면부터 대한민국을 형상화한 태극 문양이 개최국의 자긍심을 드높였다. 곧이어 대한민국 스포츠 역사에 금자탑을 세운 전설의 스타 8명이 보무당당하게 들고 입장한 대형 태극기가 장관을 연출했다. 전통의장대가 이를 이어받고, 애국가 제창과 더불어 태극기가 게양되는 순간 절정에 다다랐다.

                                                                      

 

  이번 올림픽이 대한민국에서 개최되는 걸 전 세계인에게 알려주는 상징이었다. 그 순간 가장 착잡하고 부러운 마음을 금치 못했을 사람들은 귀빈석의 북한 공식 서열 1위 김영남 최고인민회의상임위원장과 최고지도자 김정은의 친동생인 김여정 중앙위원회제1부부장, 북한 선수단이 아니었을까.


 보수진영의 희망 섞인 걱정이 무색하게 태극기는 선수단 입장 때와 관람석에서도 넘쳐났다. 분단 경험을 나눈 독일을 비롯한 많은 나라 선수들이 자국 국기와 태극기를 함께 흔들며 입장해 가슴을 더욱 뜨겁게 했다. 이 같은 태극기의 물결 속에 남북 선수단이 마지막에 한반도기를 들고 입장한 장면은 평화올림픽의 의미를 더해줬다.

                             

  한국의 보수진영 외에 전 세계의 어느 누구도 남북 단일팀과 한반도기 입장이 한국의 자존심을 꺾어놓았다고 폄훼하지 않았다. 운 좋게 개막식에 참석한 한 보수정치인조차 ‘준비는 최고였고, 내 나라가 자랑스러웠다’고 감격스러워했을 정도다.

                                                                                              

 


 이쯤 되면 남북 단일팀 구성과 한반도기를 사용해 평창 올림픽이 아니라 ‘평양 올림픽’이 됐다고 종북 딱지붙이기에 여념이 없던 그들은 지금쯤 머쓱해져 있어야 정상이다. 주최국의 국가를 부를 수 없고, 자국 국기도 들 수 없다면 이런 망신이 어디 있으며 세계인이 비웃고 국민들이 분노할 것이라던 그들의 속이 쓰릴 게다. 그들은 스스로 불을 질러놓고 다른 사람들에게 왜 불을 끄지 않느냐고 타박하는 것과 똑같은 언행을 줄곧 보여 왔다.


 막말을 서슴지 않았던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개막 전날인 8일 “우리가 힘들여 유치한 평창 올림픽을 평양 올림픽으로 만드는 것도 모자라, 아예 북의 지도부를 초청해 연방제 통일을 하자고 할 것인가”라며 비꼬았다.

 

  그런 한국당을 앞장서 이끄는 듯한 모습을 보인 일부 언론은 ‘주최국의 상징을 지웠다’ ‘죽 쒀서 개 주네. 이러려고 3수까지 해가며 올림픽 유치했나.’ ‘아예 북한 대변인으로 나선 건가’ 같은 온갖 빈정거리는 표현을 동원했다. 심지어 ‘북한에 올림픽 조공을 바친 문재인 정권’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그들은 북한 공연단, 선수단, 고위대표단의 방문 현장을 집요하게 쫓아다니며 미주알고주알 부정적 보도로 일관해 갈등을 부추겨왔다.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구성과 북한 예술단 방남 공연 등을 둘러싼 정쟁이 평창올림픽 뉴스를 장악하면서 개막 시점에 벌써 올림픽 피로감을 호소하는 분위기가 생겨나고 있다는 비난도 퍼부었다.

 그들은 1991년 세계 탁구 선수권 대회 이후 2007년 겨울아시안게임까지 남북한이 동시 입장할 때마다 남북한 단일팀의 단기로 한반도기가 사용돼왔음에도 새삼 시빗거리로 삼았다. 2년이나 남은 일본 도쿄올림픽 열기만도 못하다는 한탄이 나오고 있다는 왜곡보도도 서슴지 않았다.

                                                                                 


 평창 올림픽을 둘러싼 색깔론 공세가 도를 넘었다. 북한 응원단의 김일성 가면 응원 주장은 어이없는 꼬투리잡기와 남남갈등 부추기기 술수에 불과하다. 북한을 공부하는 아마추어 학생들도 북한에서 김일성 초상을 얼마나 신성시하는지 상식으로 안다. 평창올림픽 성공을 위해 응원하지는 못할망정 제발 방해하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대한민국의 역사, 문화, 전통에다 첨단 미래의 청사진까지 담은 감동적인 개막식을 보고선 깜짝 놀랄 만큼 가슴이 뭉클했다는 국민이 다수다. 나라를 망친 과거 지도자를 아직도 하늘처럼 떠받드는 ‘태극기집회’보다 몇 십 배 더 감격스러운 평창의 태극기는 멀쩡하게, 당당하게, 자랑스럽게 휘날리고 있다. 일촉즉발이던 남북관계가 북한 고위급 대표단의 문재인 대통령 평양 초청으로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 양상을 우리 모두가 평정심을 되찾아 주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