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타산지석으로 삼아야할 인물은 단연 전임자이지만, 지미 카터 전 미국대통령도 빼놓을 수 없다. 문 대통령은 정치적 상황과 성향 등에서 카터 전 대통령과 공통점이 많다. 문 대통령의 집권은 카터가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탄핵 절차 도중 사임한 다음 선거에서 이겨 정권교체를 이룬 상황과 흡사하다.


 보수 정권의 부도덕성과, 기득권에 매몰된 워싱턴 정가의 주류세력에 진절머리가 난 미국 유권자들은 정직과 도덕을 첫 번째 공약으로 내건 조지아의 땅콩농장주 카터에게 환호했다. 그러자 카터는 자존심에 상처 입은 국민의 마음을 치유하기 위해 도덕성을 넘어 때로는 종교적인 관점에서 접근할 정도였다. 카터는 외교정책에서도 인권과 도덕성을 앞세웠다.

 

  그는 저서 ‘예수님이 대통령이라면’에서 대통령이 정직하고 인격적일 때 진정한 세계 평화의 리더가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항상 웃는 얼굴로 푸근한 이미지를 심어준 카터는 웃을 때 치아를 몇 개 드러내느냐에도 신경을 쓴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하지만 그는 20세기의 가장 실패한 미국 대통령으로 손꼽히는 아이러니와 마주했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열심히 일했지만 가장 인기 없고 무능한 대통령으로 낙인이 찍혔다. 오일 쇼크로 치명타를 입은 경제난, 11%까지 치솟은 실업률이 재선 실패를 불러왔다. 석유파동에 직면하자 국민은 손쉬운 방책을 원했지만, 카터는 정직한 해결책을 바라는 것으로 착각했다. 20세기 미국 대통령 가운데 카터를 포함해 재선에 실패한 3명이 모두 경제난에 발목이 잡혔다는 사실은 많은 걸 시사한다.

 게다가 현실을 무시한 이상주의 외교에 매달리다가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에 대한 유약한 대처, 이란 미국대사관 인질사건 구출 실패 등을 초래해 세계 최강국의 체면을 구겨버렸다. 그에겐 쓸데없이 작은 일에 매달리는 ‘마이크로매니저’라는 비판이 따라다녔다.

 

  미국민들은 지적이면서 청교도 정신까지 갖춘 카터를 지겨워했다. 경제가 엉망인 상황에서 국민을 자꾸만 가르치려 들었기 때문이다. 카터는 재선에 실패한 뒤 1982년 펴낸 회고록에서도 ‘미국은 도덕과 자유, 민주주의를 선명하게 하는 외교정책을 추진할 때 가장 강하고 실행력이 있다’고 고집을 굽히지 않았다.    

                                                                                   
 카터의 임기 말 지지율은 13%로, 닉슨이 쫓겨날 당시 지지율 24%보다 낮았다. 지금이야 ‘카터보다 훌륭한 전임 대통령은 없다’고 박수를 받지만 ‘대통령을 하지 않고 퇴임 대통령으로만 남았더라면 더 존경 받았을 것’이라는 우스갯소리의 주인공으로 남았다.

                                                                                     


 따뜻한 인성과 겸손한 성품을 갖춘 문 대통령은 취임 초반부터 소탈하고, 가식이나 권위의식이 없는 모습을 보여주며 국정의 큰 그림을 잘 그려나가 갈채를 받고 있다. “너무 잘해서 무섭다”는 한 야당 의원의 평가는 상징성 있게 다가온다. 그렇기에 카터를 반면교사로 상정해 놓으면 더욱 좋을 듯하다. 의외로 과감한 결단력이 있다는 지지자들의 목소리도 응원가가 될법하다.

 

  심리학자들이 지적해 온 ‘착한 아이 콤플렉스’를 떨쳐버려야 성공적인 지도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대통령이 사랑과 존경만 받아서는 안 된다. 두려움의 대상이 될 줄도 알아야 한다”는 즈비그뉴 브레진스키 전 백악관 안보보좌관의 말도 새겨놓을 만하다.


 국민과의 소통에 역점을 두고 사소해 보이는 문제까지 지혜롭게 챙기는 모습을 보면 초반 분위기를 잘 잡아가고 있음에 분명하다. 이 대목에서도 ‘대통령은 왜 실패하는가’의 저자 일레인 카마르크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의 충고는 경청함직하다. 카마르크는 대통령들이 정책, 커뮤니케이션, 실행력의 세 가지 능력에 조화를 이뤄야 함에도 ‘오늘날에는 소통에 너무 집착하고 있다’고 일침을 놓는다.

 

  미디어 환경을 지나치게 의식해 커뮤니케이션 능력에 과도하게 집착하면서 역할 균형을 잃어버렸다는 게 그의 통찰이다. 오늘날 대통령들이 세 가지 가운데 실행력을 심각하게 간과하고 있다는 카마르크의 조언은 명심의 대상임에 틀림없다.


 대관세찰(大觀細察)하는 실행력의 하나로 일자리창출을 맨 앞자리에 세워 경제 살리기에 모든 정열의 절반 이상을 쏟아 붓는다는 각오로 임하면 길이 보일 게다. 갈급한 서민생활이 나아지지 않으면 적폐청산과 사회개혁도 색이 바래고 만다. 지지 세력의 욕구를 적절하게 통제하면서 안보와 외교에서 무르다는 평가를 받지 않아야 한다. 문 대통령이 ‘시작은 창대했으나 끝은 미약하다’는 손가락질만 받지 않는다면 대한민국의 미래에는 희망가가 들려올 것이다.

 

                                                                     이 글은 내일신문 칼럼에 실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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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학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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