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전 대통령이 청와대에 들어가기 전까지 개고기를 즐겼다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 사실을 익히 알고 있던 청와대 비서실장이 김영삼 대통령 임기 초반, 공식 오찬 일정이 없던 어느 날 자기 공관에 고품질 개고기 요리를 준비해 놓은 뒤 대통령을 모시고 가려했다. 청와대 경내에서 개고기를 먹었다는 소문이 나면 좋을 게 없다는 판단 아래 장소까지 꼼꼼히 고려한 것이다.


 그러자 김영삼 대통령은 “임기 5년 동안 내 앞에서 개고기의 ‘개’자도 꺼내지 말그래이” 하며 특유의 경상도 사투리로 단호히 거절했다. “지금 우리나라가 개고기 먹는 것 때문에 국제적으로 비난을 받고 있는 거 잘 알제. 그런데 대통령이 개고기를 먹었다는 소문이 나면 우째 되겠노.” 기회 있을 때마다 한국의 개고기 식용문화를 ‘야만인의 행태’라고 비난하던 프랑스 여배우 브리지트 바르도가 김영삼 대통령에게 개 식용 금지를 요구하는 공개편지를 보내기도 할 무렵이었다.


 비서실장이 ‘그래서 청와대 밖의 공관으로 모시려 한다’는 취지를 다시 한 번 상기시켰다. 하지만 김영삼 대통령은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는 속담 알제” 하며 단칼에 잘랐다. 지난 연말 송년 모임에서 당사자에게 직접 들은 비화다.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는 이런 후일담이 전해온다. 사상 초유의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직후 취임한 김대중 대통령은 민주화 투쟁과정에서 겪은 고난에다 70대 중반이라는 고령이 겹쳐 얼굴 주름살과 병색을 은연중에 강박관념의 하나로 여겼던 듯하다. 이를 눈치 챈 측근 참모들이 성형시술 방안을 떠올렸다. 이들은 수소문 끝에 최적의 성형외과 전문의를 알아낸 뒤 청와대 인근의 국군서울지구병원을 시술 장소로 잡고, 시술 날짜까지 정해 놓았다.


 시술을 며칠 앞두고 문제가 생겼다. 의사가 조심스러운 의견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얼굴을 좀 더 젊고 활력 있게 보이도록 만드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 시술로 가능합니다. 그렇지만 외환위기 때문에 온 국민이 금 모으기까지 하는 상황인데 대통령이 얼굴 고치기 시술을 했다는 소문이 나면 어떻게 될까요. 다른 건 몰라도 국민의 신뢰를 잃지 않을까 조금 걱정이 됩니다.” 이 말을 전해들은 김대중 대통령은 흔쾌히 받아들였다. “그 의사 선생님 말씀이 백번 옳군요. 없었던 일로 합시다. 내가 큰일을 낼뻔 했습니다.”


 사소한 것처럼 보이는 두 일화에는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와 염치가 묻어나온다. 이와는 달리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당일 행적과 최근의 대응은 예의는커녕 최소한의 염치조차 보이지 않는다. 참사 후 1000일 동안 본인과 청와대 관계자들이 온갖 변명으로 일관한 ‘잃어버린 7시간’은 어떤 이유로든 대통령이 직무유기 혐의에서 벗어나기 어렵게 한다.

                                                                                   


 300명이 넘는 국민의 목숨이 걸렸던 7시간 동안이나 대면 보고를 받지 못한 사정이 무엇인지만 밝히면 모든 게 명쾌하게 해명되는데도 대통령과 관계자들은 이를 꼭꼭 숨기고 함구한다. 세월호 참사 당일은 박 대통령이 대부분의 수요일마다 청와대 본관 집무실에 출근하지 않고 관저에서 ‘재택근무’를 해왔다는 바로 그날이다.


 헬스 트레이너인 윤전추 청와대 행정관의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증언만으로도 국회가 탄핵사유의 하나로 꼽은 ‘국민의 생명권 보장 의무’ 위배 혐의가 엿보인다. 하루 두 차례의 머리손질 개연성 증언에서 그 같은 유추가 가능하다. 국민의 생명을 보호할 의무가 있는 대통령이 구조 지휘 대신 머리를 다시 다듬어야할 정도의 행위를 하고 있었더라도 탄핵사유 가운데 하나인 ‘대통령의 성실 수행 의무’를 위반한 것이나 다름없다.


 지난 주말(7일)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1000일 추모 겸 11차 촛불집회에서 안산 단원고 출신 세월호 생존자 9명이 참사 이후 처음으로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 증언한 목소리도 생생하다. 대표 발언에 나선 장예진 씨는 “7시간 동안 제대로 보고를 받고 지시했다면 많은 희생자가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부실했던 구조조치를 비판했다. 노벨문학상 작가 조지 버나드 쇼는 ‘인류가 추구해야 하는 차원 높은 도덕성과 인간에 대한 예의가 모든 것에 우선하는 기준이 되어야 한다’는 명언을 남겼다.

 

                                                                             이 글은 내일신문 칼럼에 실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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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학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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