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開城), 시안(西安), 교토(京都)의 공통점 가운데 하나는 고대국가의 수도였다는 사실이다. 개성은 474년 동안 고려의 수도였고, 시안은 중국 역사상 최전성기를 구가한 당나라를 비롯해 13개 왕조가 수도로 삼았던 곳이다. 교토는 헤이안시대가 열린 794년부터 메이지 유신을 계기로 도쿄(東京)로 천도한 1869년까지 고대 일본의 수도였다. 동아시아 3국의 장구한 역사의 흔적이 켜켜이 쌓인 이들 고도(古都)는 찬란한 전통과 문화유적으로 먹고 산다. 관광객들에겐 단연 인기도시다. 개성은 상대적으로 덜 개방되긴 했지만 말이다.

 


  이런 세 도시가 최근 들어 첨단공업도시로도 부상하고 있는 또 다른 공통점이 시야에 들어온다. 선두주자는 일본의 교토다. 일반인들은 그리 주목하고 있지 않지만 교토는 독창적인 경영모델로 무장한 세계적인 첨단기술 기업들로 명성이 자자하다. 닌텐도, 교세라, 일본전산, 무라타제작소, 니치콘, 옴론, 호리바제작소 같은 세계적인 기업들의 보금자리가 교토에 있다. 평사원이 노벨 화학상을 받아 더욱 유명해진 시마즈제작소도 교토의 명물 가운데 하나다.

                                                                    


 그 옛날, 실크로드의 시발지였던 중국 시안은 하이테크산업도시로 부쩍 각광받기 시작했다. 삼성이 이곳에 거대한 반도체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한 이래 한국인들에겐 뉴스의 초점이 됐다. ‘3천년 고도 시안, 첨단 실리콘밸리로 급부상.’ 중국의 해외투자 유치 사상 최대 규모인데다, 한국 기업의 해외 투자로도 사상 최대인 70억 달러를 들여 내년 말까지 반도체 공장을 완공하기로 돼 있어 그럴 수밖에 없다. 중국 서부대개발 정책의 중심도시인 시안에는 전자·통신 관련 소프트웨어, 자동차 부품, 정밀기계, 바이오산업 분야의 국내외 기업 1만6000여 곳이 입주한 하이테크산업 개발구가 꽃을 피우고 있다. 시안에는 이 외에도 각종 첨단산업지구가 탄탄하게 자리잡았다.

                                                                 
 출발이 늦은데다 규모도 작은 개성공단은 민감한 남북관계와 맞물려 있는 장애요인 때문에 적지 않은 한계를 안고 있는 형편이다. 지난달 20일 출범 10년을 맞은 개성공단은 123개 남한 기업에서 5만3000여명의 북한 근로자가 일하면서 연간 4억달러 이상의 제품을 생산하는, 남북 경제협력의 상징으로 안착했다. 

 

  그럼에도 아쉬움이 많다. 진척됐어야 할 2~3단계 사업이 현재 중단상태다. 남북 관계가 경색되지 않았다면 개성공단은 최소한 2~3배 더 발전했을 게 틀림없다. 당연히 북측 근로자들의 일자리도 훨씬 많이 창출됐을 게다. 개성공단 확대는 남북 모두에게 요긴하다는 걸 보여준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개성공단은 총 3단계, 800만평 규모로 커져야 맞다. 지금 100만평 정도만 운영 중이어서 앞으로 더 커질 여지는 많다. 개성은 ‘개성상인’이란 말이 상징하듯 옛적부터 상업과 무역의 중심지라는 DNA를 간직하고 있는 터전이어서 기대활력도 충분하다.

                                                                        

 교토나 시안처럼 개성공단에 고부가가치 업종과 첨단산업을 유치하면, 북한에 연간 40억 달러 정도의 경제적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최근 보고서의 분석은 흘려듣기 어려운 대목이다. 이는 2011년 기준으로 북한 국내총생산(GDP)인 260억 달러의 15.4%에 이르는 규모다. 개성공단 활성화의 장애물 가운데 하나가 바세나르 체제에 따른 전략물자 수출통제인 것은 분명하다. 개성공단에 들어가는 장비와 물자가 미국 상무부의 심의와 허가를 받아 반입해야 하는 문제가 있으나 대승적으로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한다.

 

  현 정부에선 기대하기 어렵겠지만, 곧 선출될 차기 대통령이 개성공단의 확대발전을 위해 정경분리 원칙을 도입할 필요성은 더욱 커졌다. 민족경제 전체의 발전을 추구하는 통 큰 방략이 나와야 한다. 그러려면 5·24조치도 재검토해 개성공단에 대한 투자 확대, 신규투자 허용 등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중국의 대북경제 영향력이 날로 높아가는 상황을 감안하면 개성공단을 남북경협 성공모델로 반드시 정착시켜야 한다. 글로벌 경제위기의 돌파구도 개성공단에서 작은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물론 북한 당국도 당면한 입주기업의 세금 규정을 대화로 풀고, 눈앞의 이익보다 멀리 내다보는 자세를 지녀야 할 것이다.

                                                                      이 글은 내일신문에 실린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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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학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