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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斷想)-책읽는경향

호모 심비우스/최재천

호모 심비우스/최재천·이음

 

 “우리는 우리 자신을 ‘호모 사피엔스’라고 추켜세운다. ‘현명한 인류’라고 말이다. 나는 우리가 두뇌회전이 빠른, 대단히 똑똑한 동물이라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현명하다는 데에는 결코 동의할 수 없다. 우리가 진정 현명한 인류라면 스스로 자기 집을 불태우는 우는 범하지 말았어야 한다. 우리가 이 지구에 더 오래 살아남고 싶다면 나는 이제 우리가 호모 심비우스로 겸허하게 거듭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호모 심비우스는 동료 인간들은 물론 다른 생물 종들과도 밀접한 관계를 유지한다. 호모 심비우스의 개념은 환경적이기도 하지만 사회적이기도 하다. 호모 심비우스는 다른 생물들과 공존하기를 열망하는 한편 지구촌 모든 사람들과 함께 평화롭게 살기를 원한다...설령 과학이 개인들 간의 차이, 그리고 인종 간의 차이를 드러내고 그 차이에 기반한 경쟁이 당연한 귀결이라고 하더라도 인간에게 주어진 조건은 경쟁을 넘어선 협력을 강요한다. 조건이 바뀌면 게임의 법칙도 바뀌는 법. 이제 미래에는 이기적인 인간이 설 곳이 없다. 아니 협력하는 인간만이 살아남을 것이다. 생존 조건이 다시 윤리를 규정하고 그 윤리가 인간의 생존 전략이 된다. 이런 의미에서 공생하는 인간, 호모 심비우스는 크게 한 바퀴를 돌아 현명한 인간, 호모 사피엔스를 만난다.”

                                                                       

 //자연생태계는 상호 경쟁과 공생, 기생(寄生) 관계로 유지된다고 한다. 바람직하다는 공생관계도 다양한 모양새를 띤다. 함께 이익을 얻는 경우, 한쪽만 이익을 얻는 경우, 한쪽은 이익을 얻고 다른 한 쪽이 해를 입는 경우, 양쪽이 모두 손해를 보는 공생관계까지 존재한다. 진화론을 주장한 찰스 다윈이 세상을 적자생존, 약육강식의 경쟁 논리로 설명한다고 알려졌지만 실제로 그는 이런 표현들을 그리 즐겨 사용하지 않았다. 오히려 다윈의 명저 ‘종의 기원’에는 ‘힘세고 포악한 종자는 멸망하고 착하고 배려하는 종자는 생존한다’는 의미심장한 내용이 나온다. 인간 개개인은 물론 세계를 호령하는 재벌기업과 강대국들도 혼자만 잘 살겠다고 오만하면 머지않아 쇠퇴하고 말 것이라는 경고나 다름없다. 저자 최재천이 창안한 ‘호모 심비우스’처럼 다른 모든 생물들과 공생하는 방법도 배워야 할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