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태:그 창조적인 역사/피터 투이·미다스북스

 

 “권태는 대개 어떤 새로움을 시도하는 걸로 충분하다. 그러나 만성적 권태의 경우는 종종 어떤 관습을 깨는 행위가 필요하다. 여기서 관습이란 낡고 진부하고 권태로운 것, 이를테면 굴곡 없이 무기력한 중산층의 삶 따위를 말한다. 이 관습 깨기는 가끔 의도적인 충격요법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대중문화를 들여다보면, 현대의 만성적 권태에서 탈출하기 위한 관습 타파를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그런데 관습 타파의 한 가지 문제는 그 역시 금세 식상하고 뻔해진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예로, 아방가르드 예술과 로큰롤은 강렬하고 매혹적인 신선함으로 현 시대에 정면으로 맞섰지만, 어느새 하나같이 흔해 빠진 존재가 되어 버렸다. 또 한때 거친 노동 계급의 상징이었던 청바지도 이제는 누구나 무난하게 입는 옷이 되어버렸다. 세계 어디서나 중년의 보수적인 백인 남성들이 청바지에 가죽재킷 차림으로 모여 기타 밴드를 결성한다. 이들은 인디언 부족이나 오토바이족 클럽의 이름을 본 따 밴드 명을 짓고, 요란한 기타 리프를 연주하고 도수 낮은 맥주를 마시거나 페이스북을 하면서 음담패설을 나눈다. 저들 나름대로 관습을 깨고 있는 것이다. 그 모습이 롤링스톤즈나 전 세계에서 판매되고 있는 무수한 이케아(IKEA)제품의 추상 표현주의적인 프린트만큼이나 신선하달까. 미국의 예술가 듀안 핸슨은 권태와 진부함이 현대인의 삶의 특징이라고 했다. 둘은 확실히 밀접한 관련이 있다.”
                                                               

//권태를 배부른 사람들의 사치스러운 감정이라고 단순화하긴 어렵다. 실존적 권태는 근대적인 감정이자 문명의 상징으로 간주된다. 그래서 쇼펜하우어는 일찍이 통찰한 듯하다. 어떤 행복한 상태에 놓이더라도 권태 때문에 결국 행복할 수 없다고. 일이나 사랑은 대개 열정기, 권태기, 성숙기를 거친다. 열정이 클수록 권태도 크다. 만성적 권태와 분노가 때론 공생적인 관계에 있다는 사실은 명심하는 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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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학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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