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벌과 비버는 비슷하지만 다르다. 벌은 꽃들 사이를 분주하게 다니며 모은 꿀을 여왕벌에게 갖다 바치거나 곰이나 인간에게 뺏기는 것이 고작이다. 자기용으로는 쓰지 못한다. 비버는 바쁜 것 같아도 완성된 댐의 내부는 그를 위한 보금자리가 된다. 보금자리가 완성되면 그 속에 안주하여 일하지 않게 되는 것이 비버적이지만, 적어도 보금자리만큼은 제 것이다.


 일본인도 주택이 잘 완비되어 마을도 예쁘게 단장된다면 일벌이 아닌 비버라고 불리게 될지도 모르겠다. 이 점이 중요하지만 한 나라가 다른 나라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문화, 문명을 창조할 수 있는지 없는지도 이 문제와 연결된다.   

 나는 아들에게 이렇게 가르치고 있다. ‘그리스도 로마도, 그리고 르네상스 문명의 꽃 피렌체도 베네치아도 우선은 돈을 벌었단다. 문화, 문명을 창조한 것은 그 다음 얘기. 돈이 없이는 아무 것도 해낼 수 없지. 스페인도, 빈을 중심으로 한 오스트리아 제국도, 프랑스도, 영국도, 그리고, 최근의 미국도 우선 먼저 부자가 되었단다. 그러나 잊어서는 안 될 것은 지금까지 부자가 된 민족이 모두가 다른 나라에 영향을 줄 정도로 문화, 문명을 창조했느냐 하면 그렇지는 않단다.’

 역사물을 취급하고 있는 나도 그 확실한 이유는 아직 모르겠다. 어쩐지 그 민족에게 미적 센스가 있는지 없는지에 달린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 민족이 끊임없는 호기심을 가지고 있는지 없는지와 관계가 있는 것 같은 생각도 든다.”
                                                           

 //문화의 속성은 물과 같다. 대개 높은 곳에서 낮은 데로, 선진국에서 후진국으로 흐른다. 김구 선생이 문화강국을 갈망했던 이유는 단순히 부자나라를 지향하는 걸 경계한 것이다. 언론계의 큰 별이었던 송건호 선생이 젊은이들과 언론인들의 호기심을 끊임없이 역설했던 까닭에도 이제야 고개가 끄덕여진다. 대문호 괴테가 미적 감각이 소멸했을 때 모든 예술 작품은 소멸하고 만다고 갈파했던 사실도, 그러고 보니 시오노와 상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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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학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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