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영락없는 구식 형광등이다. 재밌는 얘기를 들어도 남들이 다 웃고 난 뒤라야 비로소 웃기 시작한다. 선거판이 오래 전부터 ‘세대 대결’로 변했다는 걸 알면서도 20세기식 이념대결과 정치적 허무주의에 기대보려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맞선다. 그것도 한두 번이 아니라 늘 그렇다. 참패한 선거결과를 되돌아보며 복기(復棋)할 때마다 그걸 아는 것처럼 고개를 끄덕거렸다가도 그 다음 선거에선 ‘전과 동’이라고 외친다.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세대 대결로 결판났듯이, 불과 여섯 달 전에 치른 4·27 분당을 재선거만해도 수도권의 만년 여당 지역구에서 한나라당이 진 것도 문제의 세대 대결 양상 때문이었다. 50대 이상 연령층은 한나라당 후보를, 40대 이하 전 연령층에서는 민주당 후보를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보선 직후 내일신문과 디오피니언 안부근연구소의 5월 정례여론조사에서도 이런 세대 대결 추세가 내년 4월 총선과 12월 대선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그러자 한나라당과 여권 핵심부에서는 “이러다가 총선은 말할 것도 없고 대선도 어렵겠다”며 녹음기를 틀듯 ‘환골탈태’를 되뇌었다. 하지만 막상 서울시장 보궐선거 전략에선 ‘예전처럼’이었다.
                                                


 기실 세대대결은 지난해 6·2 지방선거 때도 극명했다. 당시에도 수도권에선 20~40대와 50~70대로 나뉘는 뚜렷한 정향을 보였다. 20∼40대 세대 동맹이 당락을 좌우한 건 그때나 지금이나 같다. 야권 후보에게 몰표를 준 30대의 가장 높은 결집력은 이번 선거와 판박이다. 20대와 40대의 투표성향도 지난해 지방선거와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흡사하다.
 한국 정치에서 세대가 중요한 변수가 되기 시작한 게 좀 더 거슬러 올라간다는 건 한나라당도 모를 리 없다. 2002년 대선에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가 노무현 민주당 후보에게 패한 결정적 요인이 세대 대결 때문이다. 오랫동안 지역주의에 가려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았던 세대변수가 한국정치를 좌우할 키워드로 떠올랐다.
 한나라당의 반성문은 그 때마다 같은 수준이다. 날짜만 바꾸면 될 정도다. 다람쥐 쳇바퀴 돌듯 하는 것은 한나라당 자체의 태생적인 문제점도 있지만 후원세력의 문제이기도 하다. 바로 보수언론이다. 자신들이 선거판을 그리로 몰고 가 놓고선 선거에서 지고나면 왜 그랬느냐고 야단치는 게 그들의 변함없는 행태다. 그러면서도 세대 갈등을 걱정하며 꾸짖는 일을 빼놓지 않는다. 정치적 득실을 따져 선거를 세대 대결로 몰아가는 것은 반드시 청산해야 할 행태라고 말이다. 쌍둥이 형제자매도 세대차를 느낀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급변하는 세태나, 세대 대결의 근본원인에 대한 성찰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이번 선거에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바람의 위력이 어마어마한 것으로 측정되자 한나라당은 그리 성의 없는 반성문에다 “공감과 소통을 중시하는 ‘디지털 노마드’ 정당으로 거듭나도록 하겠다”는 다짐을 곁들였다. 20, 30대 계층에 다가가는 정책과 소통의 장을 만들어 그들의 마음을 얻겠다는 취지다.
 최첨단 정보통신기기를 가지고 시공간을 넘나드는 21세기형 신인류를 지칭하는 ‘디지털 노마드’의 당이 되려면 소프트웨어부터 바뀌어야 가능하다. 하드웨어를 최신식으로 바꾸더라도 소프트웨어가 구식이면 디지털 노마드가 될 수 없다. 병역기피, 탈세, 위장전입, 부패, 기득권, 웰빙, 색깔론처럼 한결같이 낡은 소프트웨어로 젊은 세대의 공감을 이끌어내기 어렵다. SNS 전문가를 영입하고, 새로운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해 대국민 소통을 강화한다면서 “종북세력에게 수도 서울을 빼앗기지 말자”는 콘텐츠를 담는다면 코웃음만 돌아올 게 분명하다. 하드웨어야 돈으로 살 수 있지만 소프트웨어는 다르다. 정신이 바뀌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더 중요한 건 젊은 세대의 아픔을 보듬어주려는 진정성이다. 한나라당이 제대로 된 젊은 인재들이 당에 들어올 수 있을 만큼 획기적으로 변하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 한나라당의 미래가 없는 것은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겠지만, 그들이 여전히 나라의 칼자루를 쥐고 있어서 문제다.

                                                                                                                         <이 칼럼은 내일신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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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학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