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육종을 창시한 바빌로프의 탐사… 5대륙 거쳐간 길 답사하며 일대기 추적
록펠러의 비리 파헤친 탐사기자 타벨, 거대권력에 홀로 맞선 삶 논픽션 조명

                                                    


▲ 지상의 모든 음식은 어디에서 오는가…게리 폴 나브한 | 아카이브

▲ 아이다 미네르바 타벨…스티브 와인버그 | 생각비행

 보통사람에겐 낯선 이름인 니콜라이 이바노비치 바빌로프(1887~1943)와 아이다 미네르바 타벨(1857~1944)은 공통분모가 별로 없어 보인다. 바빌로프는 러시아의 남성 식량학자이고, 타벨은 미국의 여성 언론인이어서 차이점이 더 많을 정도다. 하지만 같은 시대를 치열하게 살면서 자신의 분야에서 전인미답의 경지를 개척했다는 점은 무척 닮았다. 식물학자이자 환경운동가인 게리 폴 나브한이 쓴 <지상의 모든 음식은 어디에서 오는가>는 바빌로프가 20세기 초 인류의 미래를 위해 목숨을 걸고 세계 5대륙을 누비며 식량의 씨앗을 찾아나선, 눈물겨운 일대기다. 그것도 도서관을 뒤져 찾아낸 자료나 관련 인물의 증언만을 바탕으로 구성한 단순 전기가 아니라 바빌로프가 탐사했던 지역을 거의 그대로 답사하면서 생동감 있게 엮은 노작이다. 바빌로프의 전기와 지은이의 여행기를 혼합한 독특한 형식이다.

 


                                       <니콜라이 이바노비치 바빌로프(왼쪽)·아이다 미네르바 타벨>


현대 작물 육종을 창시한 바빌로프는 오늘날 세계 식물유전학자들의 영원한 영웅으로 숭모되고 있다. 그렇지만 그의 삶은 스탈린의 정치적 희생양 찾기와 동료 과학자의 질시에 맞서다 천수를 누리지 못한 채 억울한 죽음으로 마감해야 했다. 지은이는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바빌로프의 또 다른 영웅적인 모습, 환경과 사회정의를 위해 애쓴 운동가의 면모를 새롭게 보여준다.

바빌로프는 전 세계 작물종자를 수집한 유일한 과학자이자 인류의 새로운 농법을 찾아 115차례의 원정을 감행한 탐험가나 다름없다. 바빌로프의 여정은 중앙아시아의 파미르고원에서부터 아프리카, 북아메리카, 아마존 열대우림에 이르기까지 형언하기 힘들 만큼 험난했다. 바빌로프의 가장 큰 학문적 공헌은 과학 사상 처음으로 발견한 ‘다양성 중심지’ 이론이다. 문화다양성과 작물다양성 사이의 상관관계를 처음으로 깨달은 과학자이기도 하다. 인류의 식량안보를 지키는 과업에서 농업생물다양성이 주춧돌에 해당한다고 처음 주장한 이도 바빌로프다. 그는 이런 신념 때문에 목숨까지 잃어야 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작물 육종을 위해 바빌로프가 처음 고안하고 설립한 종자은행이 지구적 대재앙에 대비해 2008년 2월에 이르러 노르웨이 북극 지역에 생긴 사실이다. 여기엔 무려 200만종의 씨앗이 냉동 저장돼 있다. 강경이 옮김. 1만5000원

 


<에티오피아의 한 소녀가 최근 수확한 식량을 보여주고 있다. 바빌로프는 작물의 다양성이 인류의 식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논픽션 작가 스티브 와인버그의 <아이다 미네르바 타벨>은 존 데이비슨 록펠러의 전설적인 공룡 석유재벌 스탠더드 오일을 무너뜨린 여기자 타벨의 치열한 기자정신과 삶을 조명한다. 이 책도 타벨의 전기와 극적 서사를 혼합한 방식으로 전개된다.

돌팔매로 싸우는 다윗 격인 타벨은 미국 재계의 골리앗인 록펠러와 스탠더드 오일의 비리를 파헤치는 폭로기사를 1902년부터 무려 19회에 걸쳐 잡지에 끈질기게 연재한다. 미국인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던 록펠러는 폭로기사 이후 ‘악당’으로 추락하고 만다. 뿐만 아니라 한때 미국 전체 정유물량의 95%를 독점한 록펠러의 스탠더드 오일은 반독점법에 의한 연방대법원의 해산명령에 따라 1911년 해체된다. 그럼에도 훨씬 건전한 기업으로 거듭난다. 록펠러도 타벨의 추적보도 이후 자선사업에 역점을 두는 삶으로 방향을 선회한다.

록펠러가 죽었을 때 그의 사망기사에서 가장 두드러졌던 것은 타벨이 록펠러의 비도덕성을 폭로한 내용이었으며, 타벨이 죽었을 때 부음기사에서 가장 부각된 것도 록펠러였다고 한다.

타벨은 ‘진실이 세상을 좀 더 나은 곳으로 바꾸는 도구가 될 수 있다’는 믿음 속에 자신의 목표를 이루고자 전혀 새로운 보도 형태를 만들었다고 저자는 상찬한다. <스탠더드 오일의 역사>란 제목의 책으로도 출간된 타벨의 폭로기사는 ‘탐사보도’의 효시로 평가받는다. 신윤주·이호은 옮김. 2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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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학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