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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餘滴)

[여적] 정치인의 거짓말

1997-04-16 
 
 19세기 중반 미국의 정치권은 뇌물스캔들에 휘말려 있었다. 이른바 크레디트 모빌리어스캔들이었다. 이 무렵 뇌물관행을 지켜보며 일기장속에서나 울분을 터뜨릴 수밖에 없었던 시민여론을 작품활동으로 정리한 사람가운데 하나가 마크 트웨인이었다. 그는 한 상원의원의 비서로 겨울회기동안 일하면서 의회의 부패상과 주역들의 언행을 지켜볼 수 있었다. 그렇게해서 나온 소설이 「도금시대」였다.그가 찰스워너와 함께 쓴 「도금시대」는 크레디트 모빌리어회사가 주식으로 의회를 매수한 사건을 다루고 있다. 이 스캔들로 상처를 입은 의원들이 많았다. 그 가운데서도 뒷날 대통령이 돼 암살당한 제임스 가필드는 죽는 날까지 이 고통에 시달려야 했다. 그를 괴롭힌 돈은 현역의원시절 받은 329달러. 그는 조사위에 불려나가 증언하느라 죽을 맛이었지만 신문들은 물을 만난 고기같았다. 그러나 그는 일기장에서 조차 자신의 비행을 인정하려들지 않았다. 『내 이름도 기사에 났다. 뉴욕 「선」지에 실린 크레디트 모빌리어기사는 사악한 저널리즘이 만들어낸 가장 나쁜 경우이다』
 요즘 신문들은 날마다 한보비리 관련기사로 도배를 하다시피하고 있다. 자연히 수많은 상류 지도층 인사들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요 며칠사이에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정객들이 줄줄이 검찰에 불려가고 있다. 미소까지 지으면서 당당하게 검찰청에 들어서/던 그들이었지만 나올때 모습은 작아 보인다는 느낌이 든다.
 『그대 앞에만 서면 나는 왜 작아지는가』. 김수희의 노랫말이 생각난다. 또 얼마나 많은 의원들이 작아져야 하는가. 움츠린 그들은 갖가지 이유를 둘러대며 말바꾸기에 또 한번 바빠져야 한다. 비극은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는 오만에서 싹텄다. 돈드는 정치풍토를 개선한다고 말만해놓고 그 속에 안주해온 결과다. 요즈음 검찰에 불려다니는 의원들의 일기장내용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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