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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餘滴)

[여적]오바마 경제팀

입력 : 2008-11-28 18:05:17수정 : 2008-11-28 18:05:28

미국 연방정부의 주축은 독립국가 탄생 이후 변함없이 국무, 재무, 법무, 국방부 4대 부처다. 미국 대통령 유고시 승계서열도 상원의장 겸임인 부통령, 하원의장, 상원의장 대행 다음으로 이 4대 부처 장관이 뒤를 잇는다. 초대 조지 워싱턴 행정부는 이들 4개 부처로만 출범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이름이 바뀐 국방부가 그 전까지 전쟁부였다는 점만 다르다.

이들 4개 부는 지금도 핵심부처로 장·차관 외에 부장관을 두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4개 부처는 각기 수사권이 있는 독립 정보기관을 갖고 있을 정도다. 국무부에는 정보조사국(INR), 재무부에는 주류·담배·화기폭발물 관리국(AFT), 법무부엔 연방수사국(FBI), 국방부에는 국방정보국(DIA)이 있다.

4대 부처 가운데 경제팀의 핵심인 재무부는 첫 행정부 때부터 무게가 달랐다. 1789년 4월30일 출범한 워싱턴 행정부가 당면한 경제·재정 상황을 타개하는 일에 얼마나 많은 비중을 두었는가는 간단한 수치 하나만 봐도 금방 짐작이 간다. 새 헌법에 따라 갓 탄생한 나라의 국무부 직원이 단 5명이었던 데 비해 재무부는 40명이나 됐다.

재무부가 떠맡은 숙제는 산더미 같았다. 우선 화폐 제도를 정착시켜야 했다. 또 화급한 세금제도를 백지상태에서 만들고 정착시켜 나가야 했다. 향후 100년간 국가 주요 수입원이 되는 관세를 매기고 거둘 세관을 조직하는 일도 그 못지않게 큰일이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자는 건국 초기 재무부가 떠안은 과제만큼이나 무거운 마음으로 경제 회생을 위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각료 가운데 경제팀을 가장 먼저 발표한 것도 그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재무부 장관과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을 먼저 내정한 데 이어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 후보, 신설 경제회복자문위원회 위원장 후보를 발표함으로써 얼개를 짰다. ‘스타군단’이라는 명성 못지않게 오바마 경제팀의 손발이 잘 맞을까하는 걱정도 없지 않지만 연일 “경제위기 해결에 1분도 허비할 시간이 없다” “경제 걱정에 잠을 이룰 수 없다”고 다짐하는 오바마에게 일단 기대를 거는 모양새다. 세계경제 조타수인 미국 사정과는 달리 오래 전부터 국민과 시장의 신뢰를 잃은 한국 정부 경제팀을 생각하면 차라리 남의 나라 일이었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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