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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餘滴)

[여적]국립현대미술관

입력 : 2009-01-16 18:09:12수정 : 2009-01-16 18:09:15

세계적으로 유명한 파리의 오르세 미술관은 원래 1900년 만국 박람회 개최를 위해 오를레앙 철도가 건설한 철도역이었다. 1986년 개관한 이 현대미술관이 낡아 폐쇄된 기차역이 아니라 평범한 장소에 세워졌더라면 지금처럼 화젯거리가 많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덕분에 인상파 미술품을 전시하던 국립 주드폼 미술관 소장품을 모두 이곳으로 옮겨 전시할 수 있게 됐다.

런던의 템스 강 남쪽에 자리한 테이트 모던은 화력발전소가 현대미술관으로 탈바꿈한 참신한 사례다. 20년 동안 용도 폐기됐던 흉물 공간이 영국인들이 자랑하는 문화예술 공간으로 환골탈태한 것이다. 당시로서는 버려졌던 화력발전소 건물을 미술관으로 재활용한다는 발상부터 획기적이었다. 이곳은 영국의 빨간 공중전화 박스와 워털루 다리를 디자인했던 건축가 자일스 길버트 스콧 경이 지은 건물로 유명하다. 밀레니엄 프로젝트의 하나로 2000년 5월 개관한 테이트 모던은 옹색하던 영국 현대미술관의 자존심을 세워줬다는 평가도 받는다.

스페인 북부 항구도시 빌바오에 있는 구겐하임 미술관은 1960년대까지만 해도 제철, 중공업으로 전성기를 구가하던 공업도시의 이미지를 바꾼 쾌거다. 검은 도시가 세련된 문화도시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1997년 개관한 구겐하임 미술관과 조각상 하나로 도시 이미지를 단번에 변화시킨 놀라운 사건으로 기록되고 있을 정도다. 카를로스 스페인 국왕이 20세기 인류가 만든 최고의 건물이라고 자랑하는 것도 무리가 아닌 듯하다. 해마다 수백만 명의 방문으로 엄청난 관광수입을 올리고 있는 것은 익히 알려진 일이다.

이명박 대통령과 유인촌 문화부 장관이 그제 문화예술인 신년 인사회에서 서울 종로구 소격동 국군기무사령부 건물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분관으로 조성하겠다고 확약했다. 접근성이 떨어져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아온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에 대한 아쉬움이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게 됐다. 예정대로 3년 뒤쯤 어느 나라 못지않은 국립현대미술관으로 거듭나면 시민들의 자부심 또한 남다를 것이다. 이곳이 삼청동·인사동 화랑가와 더불어 시너지 효과를 낸다면 또 하나의 문화명소로 자리잡을 게 분명하다. 정부는 물론 미술인들에게 남겨진 숙제도 적지 않다. 때마침 올해 국립현대미술관 개관 40주년을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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