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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餘滴)

[여적]미국 실업자 500만 시대

입력 : 2009-02-27 17:55:09수정 : 2009-02-27 17:55:12

사람은 일하기 위해서 창조되었다는 토머스 칼라일의 말처럼 노동은 생명이나 다름없다. 칼라일의 또 다른 명언은 공동체의 건강에도 일이 필수임을 입증한다. “노동은 인류를 괴롭히는 온갖 질병과 비참함에 대한 최고의 치료법이다.”

요즘 인터넷에서 나도는 블랙 유머 ‘청년 백수의 자기소개서’는 차라리 눈물이다. “독도 중계소 개설시 송신탑 들고 있겠음, 부식 수송 잘 안돼도 상관없음(KT), 갱도 붕괴시 구조 절대 사양, 보험금 회사 반납(지하철공사), 장시간 수중 작업시에도 산소통 필요 없음, 라이터로 용접 가능(대우조선), 충돌 실험시 본인 직접 탑승 후 보고서 제출(현대·기아차), 타이어 공기 입으로 주입 가능, 불량품 본인 구입(한국타이어), 독극물·오염물질 확인시 직접 시음(환경부), 공통사항-특별수당 절대 사양, 의료보험 필요 없음, 퇴직금 회사 환원, 주 업무 외 경비·청소업무 추가 가능, 회사 내 소모품 자비로 해결….” 암울한 시대상황에 대한 풍자치고는 지나치게 자조적이지 않은가.

미국의 실업자 수가 1년 새 230만명 늘어 사상 처음으로 500만명을 넘어섰다는 음울한 소식이 들린다. 연말까지는 더 나빠질 가능성이 높다. 전 세계가 미국 경제만 쳐다보고 있는데도 상황은 설상가상인 듯하다. 우리나라 실질 실업자도 400만명을 훌쩍 넘을 태세다.

피터 켈빈과 조안나 자렛이 함께 쓴 <실업-그 사회심리적 반응>은 실업자의 심리적 변화가 낙관주의→비관주의→운명주의 순서로 진행된다고 한다. 일자리를 잃으면 금방 충격이 오지만 당장 체념하지는 않는다. 그러다가 모든 노력이 실패로 돌아가면 빠르게 비탄에 잠기게 된다. 마지막에는 운명론자가 된다.

미국 작가 에릭 호퍼의 실업자 경험은 흥미롭다. 호퍼가 무명시절 로스앤젤레스의 직업소개소를 전전하다 일용직을 구할 때였다. 유심히 관찰한 결과 수십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아침마다 뽑혀가는 사람들은 정해져 있었다. 그들은 모두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호퍼도 기분으로야 미소 띨 일이 없었지만 한 쪽에서 조용히 웃음을 지으며 기다렸다. 그제야 인력 차출자가 다가왔다. 억지웃음이라도 마력을 발휘한다는 뜻이렷다. 그렇게 해서라도 일자리를 얻는다면 더없이 다행이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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